부산에서 고등학생이 14번의 응급실 수용 거부로 사망하자 응급실 뺑뺑이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목적으로 의료법을 개정, 응급의료진의 사법리스크를 완화할 방침이다. 즉 중증응급환자의 이송이 지연되면 병원을 지정, 의무적으로 수용하고 대신 의료사고 발생 시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사고 형사 책임 면제가 국민의 생명권 최우선 보호의 국가 책무를 외면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응급실 뺑뺑이 해소 대책으로 공공의사 양성, 공공의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25일 "만성적인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은 환영할 만하다"면서 "그러나 의료사고 책임을 면제한다면 응급실 밖의 위험이 안으로 이동하는 것일 뿐 국민의 생명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응급실 이송이 지연됐을 때 광역상황실에서 1차 수용병원을 지정하는 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단 일초도 낭비할 수 없는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중증응급환자에게는 바이탈 확보와 같은 1차 처치를 받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을 시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수용 거부를 보장하고 있는 현행 법의 맹점으로 지금의 응급실 뺑뺑이가 무제한 반복되고 있다"면서 "국민이 최소한의 진료도 받지 못한 채 병원을 떠돌다 길바닥에서 생을 마감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응급실 의무 수용 도입 시 응급의료기관 앞에서 119구급차가 대기, '구급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과장됐다는 게 경실련의 지적이다.
경실련은 "응급실 뺑뺑이 대책으로 2024년 4월 개소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은 응급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길 때 환자의 중증도, 해당 병원의 최종 치료 가능 여부, 인력·병상 등 병원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광역 내 수용가능한 병원으로 연계한다"며 "무분별한 강제 배치로 보는 주장은 비약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응급실 뺑뺑이 해소 대책으로 공공의사 양성과 공공의대법 제정을 제시했다.
경실련은 "응급실 구조 개선이 시급하나 정부는 문제의 핵심인 시스템 정비 대신 응급의료종사자 형사 책임 면책 방향으로 논의를 왜곡하고 있다"며 "의료계는 의료사고 형사 책임 면책을 오랫동안 요구해왔고 필수의료 공백과 맞물려 과도한 사법리스크를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주장은 허구임이 복지부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제 대한의사협회의는 연평균 700건 이상 기소가 발생한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8월 복지부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70명(연평균 34명)의 의사가 의료사고로 1심 형사재판을 받았다. 또한 응급의학과는 9명(5%)에 불과하고 정형·성형외과 의사가 59명(35%)이다. 이는 필수의료 기피가 형사 책임 부담 때문이라는 주장과 대조된다.
경실련은 "수익을 좇는 행태가 명명백백함에도 형사 책임 완화라는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선물을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무책임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의료진이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주의 의무 해태로 인한 사고 증가와 함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고 피해로 인한 신체·정신 고통까지 고스란히 환자와 가족의 몫이 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의료사고 형사 책임 면제는 국민의 생명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중대 조치"라고 비핀했다.
이어 "응급의료 공백의 궁극적 원인은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 부족 문제"라며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 치료하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턱없이 부족한 필수와 응급의료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응급실 뺑뺑이 해소 대책으로 공공의사를 양성하고 공공의대법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