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자화상

  • 기사입력 2022.06.21 10:48
  • 기자명 이석복 작가
▲ 환희 이 석 복(수필가,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2022년 2월 24일 드디어 러시아가 자유민주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시작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2021년 10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중시키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 보려고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경고도 하고 설득도 하였기에 감히 침공을 포기 할 것이라고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30개국)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군사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러시아의 푸틴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 이였던 모양이다. 한마디로 세계 22위의 우크라이나 군사력은 세계 2위의 군사력의 러시아에 비할 바 못되었고, 직접 전투력을 파병할 동맹국도 없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침공을 감행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에 보유하고 있던 수많은 핵무기들을 러시아로 전환 시키는 대가로 미국, 영국,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약속 받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있었다. 그런데 2014년 러시아가 흑해로 뻗어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시킬 때 이미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세계여론은 짧게는 2주일 길게는 1개월 이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 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젊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군 그리고 전 국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세계의 예상을 뒤엎고 힘겹지만 끈질기게 4개월째 러시아군에 저항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여성의 역할이 눈물겹다.

<전투력=유형전력 × 무형전력>이라는 개념적 등식이 정설로 되어있듯이 비록 유형전력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크게 떨어지지만 지도자와 국민과 군이 조국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뛰어난 리더쉽으로 대변되는 무형전력이 워낙 우세하여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읽힌다. 우크라아나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 상황을 접했을 때 1950년 6월 25일 소련과 중공의 사주를 받은 북한이 우리 대한민국을 기습적으로 침공 했던 역사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우리 국군은 전투항공기나 탱크 한 대도 없었던 그야 말로 적수공권(赤手空拳) 상태에서 절제절명의 위기를 맞았을 때 미국을 비롯한 16개 국가에서 군대를 보내 같이 피를 흘려가며 최고의 가치인 자유를 공산국가의 침략으로부터 지켜주었다.

그렇게 살아남아 오늘날 선진국의 문턱에선 우리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정도(正道)일까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개전 초에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전화로 우리 국방장관에게 러시아 탱크와 전투기에 대항 할 수 있는 대전차, 대공유도무기를 요청했을 때 살상무기는 곤란하다고 했단다. 우리나라는 값이 저렴하고 성능이 우수한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현궁”, 휴대용 대공유도탄 “신궁”, 대함유도탄인 “해성”을 독자개발해서 생산, 보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이다.

4월11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리국회에서 화상 연설을 할 때 한국이 보내준 인도적 지원에 감사함을 표하고 우크라이나를 살려줄 무기가 한국에 있다며 지원을 간절히 호소하였다. 이때 우리 국회에서는 텅빈 회의실에서 진행된 화상 연설에 겨우 50여명의 국회의원만 참여하였고 연설 후 앉은 채 건성으로 박수를 보내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이전(以前) 다른 23개 국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상연설을 할 때 모든 국회의원들이 빈자리 없이 빽빽하게 참석하였고, 연설 후 모두 기립하여 진심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냈던 것과는 너무 비교되었다. 이런 우리국회의 모습이 전 세계에 다 알려졌고 가십(gossip)꺼리가 되었다고 한다.

실망한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지원을 설득하기 위해 친한파 국회의원과 외교부 차관을 각각 급파하였으나 러시아 눈치를 살피고 있는 우리나라로부터 이렇다 할 만한 지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역시 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관심이 없었고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를 살피는 후진국적 정체성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1950년부터 1970년까지 보여준 용맹은 다 어디가고, 1980년 이후 부터는 남의 나라전쟁에서 단 한 방울도 피 흘리기를 꺼리고 적당히 돈으로 때우려는 나라가 되어버린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제 약소국이나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도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 그러나 선진국은 그런 하드웨어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일관된 가치관과 세계관을 행동으로 보여 줄 수 있어야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더구나 자유세계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하는 우크라이나가 정당하지도 않고 민간인을 학살하는 독재국가 러시아에 승리 할 수 있도록 당당히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하는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로 인해 설사 러시아가 경제적 보복을 한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능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 이익이나 손실보다 자유세계 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더 큰 국익이라고 본다.

우리나라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하여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배치 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두려워 대중 3불 (사드추가배치, 미유도탄방어체계불가입, 일본과 동맹불가)을 하여 ‘군사주권’ 마저 내준 수모를 다시 반복하는 듯한 행동은 국민이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행이도 선진국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과 원칙을 갖춘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대통령을 국민이 모처럼 현명하게 선택했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취임사에서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나라,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천명한 것을 취임식 현장에서 감동적으로 들었다. 또한 여당의 젊은 당대표는 6월 4일부터 8일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여 전황을 살피고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만나고 돌아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새 정부와 여당은 인식하는 것 같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초청받아 참석하게 되었다. 미국과 나토 정상들, 그리고 일본 등 초청받은 나라의 정상들과 성공적인 외교성과를 기대한다. 솔직히 전임 대통령 내외가 해외에 나갈 때 마다 실수할까 조마조마했던 것은 나뿐 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한국전쟁이 대사건이 이였다면, 21세기 전반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적 대사건이다. 부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만나 당당하게 그들에게 절실한 군사지원을 약속함으로서 전 세계에 진 빚을 갚고 선진국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세계뉴스에 뜨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이제는 늦었지만 켜켜이 쌓인 부끄러운 후진국형 자화상에서 벗어날 때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