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관련 허위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돌고 있고 또한 며칠째 정쟁화가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주 내용은 윤 대통령 부부가 국격을 떨어뜨렸고, '외교 참사'라는 것이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화면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치됐던 웨스트민스터홀 주변 지도까지 띄워 놓고, "리셉션이 열린 버킹엄궁에서 1.2km이고, 도보로 16분 거리"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도보로 이동해 조문했는데 왜 윤 대통령은 도보 이동을 하지 않았느냐"며 윤 대통령 부부가 발인 전 조문을 못한 것을 매우 안타까워라도 하는 듯 질타했다. 또 졸지에 천공스님까지 동원되고 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조문을 가면 탁한 기운이 묻어올 수 있으니 가면 안 된다'고 천공의 정법 강의가 업로드 된 이튿날 (윤 대통령의 순방) 출발 시간이 변경 공지됐다"며 "(예정대로) 7시에 출발했다면 넉넉하게 조문이 가능했던 시간"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 주장에 대한 근거를 좀 밝혔으면 한다. 필자도 국민들도 궁금하다.
인터넷상에서는 '폭망한 조문외교', '도대체 거긴 왜 간 거냐', '나라 망신 제대로다' 등의 글이 도배를 한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우리로 따지면 빈소에 가는 행위, 그리고 육개장을 먹는 행위, 그러고 나서 아주 가까운 사이라면 발인까지 보는 행위, 이게 조문의 패키지인데 빈소에 방문해 헌화나 분향이나 어떤 조문은 하지 못하고 육개장 먹고 발인 보고 왔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의 해명은 간단.명쾌하다. 윤 대통령이 18일 도착 당일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려고 했지만, 도착 직후 영국 왕실에서 교통상황 등을 고려해 참배 및 조문록 작성을 다음 날로 순연토록 요청했고, 이를 따랐다는 것이다. 또 상주인 찰스 3세 주최 리셉션에 만나 상주와 인사하고 다음날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러니 조문 불발이니 의전 소홀이니 하는 주장은 가당치 않다는 것이다. 탁 전 비서관이 말했듯 아주 가까운 사이만 참석하는 발인까지 보고 장례식에 참석한 것 아닌가. 단지, 현지 교통사정과 데 상주쪽 당부로 발인 전에 참배를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반론이다.
장례식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의 모자도 문제 삼았다. 왕가 인사나 남편을 잃은 당사자만 쓰는 게 원칙이라는 주장인데 역시나 진실이 아니다. 오죽하면 영국 왕실과 대사관이 조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까지 했겠나. 장례식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의 모자도 트집 잡았다. 왕가 인사나 남편을 잃은 당사자만 쓰는 게 원칙이라는 주장인데 역시나 진실이 아니다. 오죽하면 영국 왕실과 대사관이 조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까지 했겠나.
조문 논쟁이 길어지자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에 대해 비판을 늘어놓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웬 예송논쟁인가, 언제부터 우리 정치가 남의 장례식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나"라고 비판했다. "망자의 유해 앞에 고개 숙여야 조문이고 장례식에 참석한 것은 조문이 아니라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궤변인가"라며 "그러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수많은 조문행보들은 다 가짜였나"며 반문했다. 와 닿은 말이다. 조 의원의 반문에 대한 민주당은 답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은 세계 10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한 전대미문의 장례식이였다. 영국 왕실이 준비를 철저히 했으나 한꺼번에 몰려든 정상급 조문 행렬을 복잡한 런던 시내에서 조율하는 데 고충이 많았던 것 같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도 장례식에 다소 늦게 도착해 식장에 바로 입장하지 못하고 한동안 입구에서 대기했다. 세계 최강의 대통령도 자신의 주장대로 하지 않고 장례식 주최측의 요청에 따라 식장 밖에서 대기한 것이리다 본다. 또 장례식 참석차 런던을 방문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사석에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른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부적절하다'는 논란에 휩싸였으나 캐나다 야당 의원은 "노래를 불렀다고 문제 삼을 생각은 없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더 나은 다른 노래를 고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충정어린 지적을 했다.
우리 야당과는 격과 급이 다른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먼 남의 나라에 대한 예의를 얘기하기 전에 자기 나라 대통령에 대한 예의부터 지키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이제 우리 정치권도 누워서 침뱉기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광우병 같은 날조와 선동은 그만하고 좀 더 성숙하게 격을 높여 나가길 바란다. 그럴 힘이 있다면 처음 집권하는 윤석열 정부도 각종 정책 수립과 집행에서 잘못할 수 있으니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운영 경험을 살려 그런 점을 찾아내 강하게 질타하고 개선하는 야당의 진면목을 보여 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