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과 자식 위험

  • 기사입력 2022.09.28 10:29
  • 기자명 김재철 객원 칼럼리스트
▲ 행복금융연구원 김재철 원장(경영학 박사), 전 농협저축은행 부사장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줄만 알았던 아들이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해서 찾아와서 하는 말. “아버지, 저도 이제 나이가 40입니다.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제 사업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조금만 도와주세요.” 장성한 자식이 부모에게 이와 같이 부탁할 때 매정하게 거절할 수 있는 부모가 대한민국에서 과연 몇 %나 될까?  

   

한 때 SNS 상에 많이 회자된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3대 팔불출은 첫째, 가진 재산을 미리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나이 들어서 찬물에 밥 말아먹는 사람, 둘째, 자식하고 같이 살려고 나이 들어서 큰 집으로 이사 가는 사람, 셋째, 손자(녀) 유치원 데려다 주기 위해 동창모임에 안 나오는 사람을 말한다. 여러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가? 

   

은퇴 후 노후생활에 있어서 직면하게 되는 2번째 위험이 자식위험이다. 경제적 위험이나 건강 위험 등은 사전에 어느 정도 예방 또는 준비가 가능하나, 자식위험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노후에 직면하게 되는 위험 중 가장 큰 위험일 수 있다. 이러한 지식 위험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만나는 사람들마다 물어보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 이것은 그만큼 자식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일 수도 있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식 위험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답게 사는 법과 바른 교육의 길이 무엇인지 알려준 ‘조선의 밥상머리 교육-500년 조선의 역사를 만든 위대한 교육’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인성교육을 왜 어릴 때부터 해야 하는지, 품격 있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무엇을 가르쳤는지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담고 있다. 또한 ‘밥상머리교육’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농사 중에서 자식 농사가 최고라고 하면서 태교에서부터 대학교 교육까지 밥상머리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쳐야 할 교육법을 정리하였다.  

경주 최 부자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육훈(六訓)과 육연(六然)도 밥상머리 교육의 실천방법이라 할 만 하다. 육훈(六訓)은 집안을 다스리는 지침으로 ①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②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③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④ 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하라 ⑤ 주변 100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⑥ 시집 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의 6가지 가르침을 말한다. 육연(六然)은 자신을 지키는 지침으로 ① 자처초연(自處超然 :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② 대인애연(對人靄然 : 남에게 온화하게 대하며) ③ 무사징연(無事澄然 : 일이 없을 때 마음을 맑게 가지고) ④ 유사감연(有事敢然 :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며) ⑤ 득의당연(得意淡然 : 성공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하고) ⑥ 실의태연(失意泰然 : 실의에 빠졌을 때는 태연히 행동하라)의 6가지이다. 물론 요즘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도 있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할 수 있으며, 자기수양을 쌓을 수 있는 좋은 덕목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는 이러한 밥상머리 교육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 필자도 자식들에게 밥상머리 교육을 얼마나 했던가 라고 자문해보면 별로 할 말이 없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여 가족구성원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직장생활에만 최선을 다한 지난 세월이 지금 돌이켜보면 가끔 후회가 될 때도 있다. 지금은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가 사회적 이슈이지만 2~30년 전에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밥상머리 교육은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이다. 

   

밥상머리 교육의 또 다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유대인들의 자녀교육이다. 노벨상 수상자의 30% 이상을 배출한 유대인들에게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 자리는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의 자리이고, 진정한 자식교육의 장이며, 전통을 배우는 자리이다.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는 감사의 기도로 시작하는데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밥상머리에서 전통을 배우게 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신이 내린 선물로 자녀를 인식하는 마음가짐,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철저한 경제교육 등 밥상머리 교육과 가정으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과 인성교육이 유대인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빠른 산업화의 진전으로 전통적인 가족체제가 무너지고 핵가족화를 가져왔으며, 높은 교육열과 학력 지상주의가 만연하면서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흘러온 것이 현실이다. 부모와 자녀가 밥상머리에 같이 앉을 시간이 거의 없으며, 설령 같이 식사를 하더라도 관심사항은 온통 자녀의 학교성적이다. 밥상머리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면서 가족 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공간이며, 자녀에게 인성과 전통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다. 이러한 밥상머리 교육의 지속적인 실천은 자식 위험을 줄이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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