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연결사회가 흔들거렸다.국민 일상이 멈췄다. IT강국 대한민국에서 '국민메신저' 카카오톡과 양대 포털 중 하나인 다음의 서비스가 장시간 중단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카카오 대란'이다. 직접적 원인은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이다. 큰 불길은 두 시간여 만에 잡혔으나 완진까지는 시간이 소요됐고, 안전상의 이유로 데이터 센터의 전원을 차단하면서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17일 출근을 앞둔 아침 현재 아직도 카카오 톡과 다음.카카오 이메일의 접속과 수발신 장애가 발생하는 등 완전히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이 이렇게 장시간 동안 '먹통'이 된 것은 출시 12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공짜 서비스라서 무어라고말하기도 그렇다.
카카오톡과 다음 외에도 카카오T, 카카오맵, 카카오페이 등 이 회사 계열의 주요 서비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단순히 가족, 친구와의 연락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일상의 불편을 넘어 경제적인 피해까지 속출했다. 월 사용료 3만9천 원을 내고 카카오T 앱을 사용하는 택시 기사들은 손님을 받지 못했고, 자영업자들은 결제 시스템 불통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메신저 대신 직접 통화를 할 수밖에 없게 된 시민들 사이에서는 '2G폰 시대로 돌아갔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사고가 난 데이터 센터에는 네이버의 서버도 있었으나 네이버 관련 서비스는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복구도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이것은 카카오의 백업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네이버는 메인 서버를 춘천의 자체 데이터 센터에 두고 있고 일부 서버는 다른 여러 곳에 분산해 두고 있다. 물론 카카오 측도 사과문에서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 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믿겨지지 않는다. 정말 이원화 시스템이 돼 있다면 지금의 사태는 왜 발생하는가? 그동안 카카오톡 서비스 오류가 수시로 발생했는데도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해 결국 이런 일까지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카카오는 "이례적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리 크지도 않은 단순 화재에 서비스가 마비될 정도라면 대비 태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
카카오톡은 모든 국민이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페이의 누적 가입자도 전체 국민의 75%에 해당하는 3천800만여 명이다. 카카오는 이를 토대로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데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태를 일단 수습한 후 재발을 막을 근본 대책을 내놓길 촉구한다. 피해를 본 이용자들에 대한 합리적 보상도 당연하다.
인터넷 생태계의 대혼란을 야기한 이번 사태는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데이터 센터 한 곳의 화재가 국민의 일상을 한순간에 수십 년 전으로 되돌렸으니 그 파급력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데이터는 산업적 측면에서도 '21세기의 원유', '미래 산업의 쌀' 등으로 불릴 정도이고, 빅데이터는 미래의 먹거리 중 하나이다. 이런 점에서는 데이터 관리의 책임을 개별 민간 기업에만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데이터의 안전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오·남용 예방 대책을 전제로 범국가적 컨트롤타워가 요구된다.
또한 카카오톡이 사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인데도 정부 등 공공기관들이 카카오톡을 마치 국가 행정망처럼 너무 의존적으로 활용해온데도 문제가 있다. 병무청이 2019년부터 현역 입영과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카카오톡을 통해 발송하고 있고 행정안전부의 국민비서 '구삐'도 각종 생활형 행정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네이버, 카카오톡, 토스 등 7개 민간 앱을 통해 건강검진, 전기요금, 운전면허 갱신 등 23종의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통 과태료나 범칙금의 납부 기한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정보도 이들 민간 앱을 통해 발송된다.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복지 서비스에 관한 사항도 예외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복지 서비스 수급자 약 490만 명을 대상으로 개인의 소득·재산·인적 상황 등을 분석해 알려주는 '맞춤형 급여 안내'를 카카오톡 '구삐' 알림톡이나 문자 메시지로 안내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충북 괴산군 등 지자체들도 민원처리, 각종 행사, 일자리 정보 등의 소식을 전달할 때 카카오톡 알림톡을 쓴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대란이 빚어졌을 때 잔여 백신 조회와 예약을 네이버·카카오 앱을 통해 진행하기도 했다.
월간 사용자가 무려 4천750만 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로서 자리잡은 카톡이지만, 이런 독점적 환경에 기반해 계열사를 빠르게 늘리며 급성장한 덩치에 비하면 그에 준하는 책임은 방기했다고 볼수 있다. '국민 메신저' 이름값 못하는 카카오톡은 공적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에 실망한 한 네티즌은 뉴스 댓글에 "회사는 잘도 쪼개더니 서버는 왜 안 나누는가?라고 질타하고 있다. 이번 카카오톡 서비스 마비 사태로 대체 메신저와 플랫폼 서비스를 알아보는 시민도 급증했다. 네이버 라인과 아예 외국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으로 옮겨타고 있다.
초연결 사회라고 하나 그 연결 고리의 한 부분이 갑자기 끊어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든 국민이 실감하고 있다. '카톡' 없던 한 주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초연결사회'가 흔들거렸다. 다행히 정부도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히 인식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빠른 사고 수습 지원과 함께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무 장관이 직접 대책을 지휘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전 직접 사고 현장을 찾았다. 데이터 관리의 취약성이 드러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앞으로 더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