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대형 사고, '문어발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근본 원인

대표 한 명 사퇴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돼
계열사 187개로 1년에 135개씩 문어발식 확장

  • 기사입력 2022.10.20 07:28
  • 기자명 한국NGO신문
▲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가 일어난 지 나흘 만인 19일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남궁훈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도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에서 "카카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사업을 책임지던 대표로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중시했다"면서 "시스템은 물이나 공기 같은 것인데 살면서 이들의 중요함을 모르다가 없어지면 깨닫는 것처럼 IT 회사 운영에 있어 (시스템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관심과 투자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하겠다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가 대표직을 사퇴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그의 50세 생일날이였다. 그러나 카카오 투자자들은 카카오가 그동안 보여준 도덕적 해이 사례들을 떠올리며 이번 다짐도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까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카카오는 그동안 급성장 과정에서 지나치게 돈벌이에만 몰두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후 쪼개기 상장으로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등 몰지각한 행각을 이어왔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카카오의 계열사는 모두 187개(국내 134개, 해외 53개)나 된다. 지난 2013년에 16개에 불과했던 계열사가 해마다 135개씩 늘어난 셈이다. 이런 문어발 기업이 또 어디 있을까? 문어발이 아니라 지네발이다.    

특히 카카오 페이는 지난 1월 대표였던 류영준(45)을 비롯, 카카오 경영진 8명이 카카오 페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각각 수백억원에서 수십억원을 챙겼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 3일 상장됐으며, 대표 등 경영진 8명이 주식을 집단 매각한 날은 한 달이 조금 지난 지난해 12월 10일이다.

류영준 대표는 이날 469억원, 이진 총괄 부사장은 153억원, 나호열 부사장은 73억원어치를 팔았다. 상장 한 달만에 해당 회사의 임원들이 매각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주식을 팔아치운 행위는 도덕성 해이 정도가 아니라 주주들을 등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이후 주가는 급락해 당일 19만 6천원이었던 주가는 한달만인 올해(2022년) 1월 10일 14만 8500원에 마감됐다. 주당 5만원 가량이나 떨어진 것이다. 화재사고 3일째인 10월 17일 카카오 페이의 종가는 3만 4600원이다. 지난해 12월 경영진이 주식을 매각한 날에 비해 17.6%로 쪼그라 든 것이다. 상장 직후 최고가였던 24만 8500원에 비하면 13.9%에 불과하다.

카카오 페이 경영진이 챙겨간 돈은 결국 결국 주주들이 투자한 돈이다. 카카오는 사회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카카오 택시도 프리미엄 콜을 존속시키는 등 나아진 것이 없다. 그같은 와중에도 카카오는 아직까지 물적분할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카카오 페이, 카카오 뱅크 등 자회사의 물적분할로 주주들이 그토록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틈만 나면 쪼개기 상장을 다시 시도할 태세다.

데이터센터만 해도 여러 곳에 백업 시설 등을 설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했음에도 카카오는 그같은 중요한 문제에 소홀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화재 발생 3일째 되도록 기능이 완전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카카오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된 회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카카오가 믿을 수 있는 기업인지 모르겠다는 국민이 많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카카오가 거듭나기를 바란다. 대표 한 명이 사퇴하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고 적당히 보여주기식 대처로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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