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기사입력 2022.10.24 07:37
  • 기자명 김재철 객원칼럼리스트
▲ 행복금융연구원 김재철 원장(경영학 박사), 전 농협저축은행 부사장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 마디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탈세계화이다.  여러 분야에서 국가 간 교류가 증대하여 개인과 사회집단이 갈수록 하나의 세계 안에서 삶을 영위해 가는 과정을 추구하는 세계화에서 이제는 민족과 국가의 이익을 중시하는 자국 우선주의로 바뀌어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 

두 번째는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 변화이다. 1979년 수교 이후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협력 체제를 유지해왔던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패권 자리를 두고서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는 탈세계화와 맞물려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공급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위기 때 풀린 천문학적인 유동성, 미국 통화당국의 정책 실기(失機)와 전대미문의 금리 인상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쉐일 석유 생산으로 석유 자급자족이 가능해진 미국의 전략자산이 석유에서 반도체로 바뀌면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냉각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 번째는 고금리·고물가시대의 도래이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던 금리는 저금리시대의 막을 내리고,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제로금리 수준에서 4%대까지 상승하는 고금리시대가 도래하였고,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던 저물가시대에서 자고나면 물가가 오르는 고물가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인구증가시대의 부동산 불패(不敗)시대에서 이제는 인구감소시대의 부동산 필패(必敗)시대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글로벌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의 금융시장 동향은 주가 하락, 달러 강세, 금리 및 환율 급등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채권금리는 역대 최고의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등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특히 최근 정부와 유사한 신용도인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지급 보증한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가 상환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자금이 돌지 않는 신용(자금)경색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과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에 핵폭탄급 충격을 주어 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부동산 PF 관련 ABCP 금리가 20%대로 치솟고,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하루에 0.24%p 상승하는 등 한마디로 채권시장은 패닉상태이다. 

금융시장은 유난히 쏠림현상이 심하며, 최근에는 각종 SNS의 발달로 정보의 유통속도가 매우 빠르다. 로보피아투자자문 등 대부분의 시장참가자들이 향후 주식시장 추가 하락 및 채권금리 추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어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시장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책당국의 냉정한 현실 인식과 신속한 대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긴축정책으로 우리나라만 통화완화정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얼마 전 감세정책과 국채발행 확대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가 금융시장의 거센 역풍을 받은 영국을 한번 생각해보시라. 

오래 전에 읽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 생각난다. 치즈에 대한 짧은 우화를 통해 변화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안겨준 책이다. 

책 속에는 스니퍼와 스커리라는 두 마리 생쥐와 꼬마인간 햄과 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미로 속에서 치즈를 찾아 행복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치즈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생쥐들은 즉시 새로운 치즈를 찾아 과감히 길을 떠났지만, 꼬마 인간들은 현실을 부정하고 불평만 한다. 그러나 허는 마침내 사실을 직시하고 또 다른 치즈를 찾아 미로 속을 떠나지만, 햄은 아직도 치즈 창고가 채워지길 기다린다. 여기서 치즈란 우리가 얻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의미하며, 창고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상을 말한다.   

그동안 우리가 익숙한 저금리, 저물가와 같은 치즈는 급속히 사라지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도 창고 속에 치즈가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랜 시간동안 경제와 금융시장을 지배해왔던 것들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일까?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라고 하였다. 새로운 치즈를 찾아 과감히 길을 떠난 생쥐들처럼 우리도 새로운 금융환경에 빨리 적응해야 하지 않을까?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낄 때라고 하였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모자를 쓰고 왼쪽으로 가고 있는데 나만 우산을 쓰고 오른쪽으로 가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캐나다의 워렌 버핏으로 칭송받는 데이비드 드레먼은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와 크라프트 푸드 모기업인 알트리아가 자회사인 필립모리스의 담배피해 집단소송으로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불할 것이라는 뉴스에 주가가 폭락하고 있을 때 과감히 투자를 하여 많은 수익을 올렸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때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새로운 치즈 창고를 찾는다면 우리에게도 좋은 투자기회가 오지 않을까. 특히 고금리시대는 이자소득에 의존하는 은퇴자들의 보유자산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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