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골목, 외국인 방문에 활력을 찾다

  • 기사입력 2022.11.05 01:09
  • 기자명 이진경 객원칼럼니스트
▲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아이들 뛰놀던 도심의 골목들은 적막강산이다. 대문을 열어놓고 어르신들이 앉아 반찬거리를 풀어놓으면 오가는 동네 사람들이 합세하여 콩나물, 고구마 줄거리 등을 다듬고, 마늘도 함께 까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이웃사촌의 정도 아득하다. 그러한 풍경 대신 적막하기만 한 동네 골목에 외국인 방문 바람이 불기 시작한 곳이 있다.

 일반화 할 수는 없으나 서울 어느 한 동네 이야기기다. 골목 어귀를 지나 어느 집에서 며느리를 맞이하기 위해 건물 1층을 정성껏 리모델링을 했다. 아들 며느리가 집 걱정 안하고 신혼살림 할 수 있도록 새집의 면모를 갖춰 놓은 것이다. 하지만 며느리는 그곳에서 살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직장과 멀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결혼식 전부터, 며느리와 시어머니 간 갈등은 심화되었고 며느리가 괘씸해서 견딜 수 없었던 시어머니는 이웃에게 흉을 보기 시작했으나 동네 어른 몇 분은 시어머니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들, 며느리에게 묻지도 않고 당연히 시어른들과 함께 살 것이라는 생각은 지금 세상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의 일치였다. 시어머니는 속상함을 달래기는커녕 이웃과의 냉랭한 관계로 이어졌다.

난감해진 며느리가 제안을 했다. 기왕지사 자신에게 주려던 공간이니 시세보다 조금 더 후하게 월세를 드리겠다는 약속이었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시어머니는 그 공간을 내줬고 며느리는 그 때부터 에어비엔비(Airbnb : Airbed and breakfast) 형태의 숙박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때부터, 한적하기만 했던 골목에 외국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러자 숙박 서비스하는 공간들이 늘기 시작했다.

큰 골목에서 찾기는 좀 어렵게 살짝 커브를 돌아야 하는 환경이라 찾아오는 외국인들마다 지도를 펼치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머뭇거리는 모습 대부분이었다. 외국인들이 숙소를 찾지 못해 어쩔 줄 모르면 옆집 할머니 한분은 마치 일거리를 찾은 것처럼 안내를 시작했다.

“이 집 찾는 거 맞지?”한국말로 열심히 묻고 앞장서거나 알아듣지 못해 의아해하면 손을 잡아 끌어 그 집 앞에 데려다 준다. 더욱이 늦은 시간에 당황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할머니 덕분에 숙소를 찾을 수 있어 고맙다는 인사로 안도한다. 다양한 외국인들 안내에 성공적인 할머니의 일과는 가족이 모이는 저녁내 웃음꽃으로 피어나는 소통의 즐거움이  됐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다음날 외국인들이 나서면 할머니는 버스정류장까지 따라오라고 앞장서서 안내까지 하신다.

한번은 자녀들과 여행 중인 외국인 부모의 화가 난 목소리가 심상치 않자 할머니는 그 집 문을 두드려 싸우면 안 된다는 말부터 반복했다. 알아들을 리 없는 외국인들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계속 두 팔로 X자를 보이는 바디랭귀지(Body Language)에 그들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부모-자녀 간 대화를 시작하자 진심은 통했다고 주장한다. 외국인들은 할머니의 참견이 충분히 불편할 수 있었겠지만 골목을 찾는 외국인들은 친근한 한국 할머니의 관심을 기억할 것이다. 다문화사회도 여전히 정(情) 문화의 따뜻함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