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시간위험이 무슨 말이지? 라고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30년 직장생활을 한 사람이 직장에서 보낸 시간을 계산해보면 78,000시간(10시간 x 260일 x 30년)이 된다. 은퇴 후 보내는 하루 24시간 중에서 수면 8시간, 식사(준비와 실제 식사에 걸리는 시간) 3시간, 개인유지활동(세면, 화장실 등) 2시간을 빼고 나면 11시간의 여유시간이 생긴다. 60세에 은퇴하고 80세까지 활동한다고 가정하면 8만 시간(11시간 x 365일 x 20년)이 생기며, 30년 직장생활하면서 보낸 시간과 비슷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문제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시간위험이다. 물론 이 많은 시간 중 일정 부분은 요양원 또는 요양병원에서 보내겠지만, 은퇴 후 적어도 15~20년은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은퇴 후 주어지는 많은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 월간 잡지‘전성기(www.junsungki.com)’에는 은퇴 후 시간 관리법 5가지와 은퇴 후 모자라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 테크닉 5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한편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에서는 은퇴 후 인생 후반전의 시간 관리법으로 ① 습관화, 패턴화로 내 일상의 루틴 만들기 ② 삶의 여백 만들기 ③ 적극적 여가활동 ④ 놀 준비를 하자 ⑤ 나 다운 삶, 자아 찾기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은퇴 후 8만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으로 5가지 요소(돈, 건강, 일, 여가, 관계)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시간관리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로타르 J. 자이베르트는 ‘독일 사람들의 시간 관리법’이라는 책에서 시간을 컨트롤하기 시작하면 인생의 80%를 하고 싶은 일에 쓸 수 있다.’고 했다.
필자는 은퇴 후 시간관리 방법으로 다음 4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꿈(dream=passion)을 가져라. 나이를 든다는 것은 점점 꿈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은퇴 후에도 꿈이 있어야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해 은퇴 후 주어지는 많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둘째, 지금(현재)을 즐겨라. 영어 단어 ‘present’는‘지금, 현재’라는 의미도 있지만 ‘선물’이라는 뜻도 있다. 즉 지금, 현재는 신이 우리에게 준 최대의 선물이다, 로마 시대 시인 호라티우스도 ‘말하는 사이에도 우리를 시샘한 세월은 흘러갔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라고 하였다. 은퇴 후 남은 기대여명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순간이 허투루 소비할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셋째, 나만의 취미생활을 가져라. 일주일 내내 등산만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취미생활도 좋다. 본인에게 맞는 취미생활을 즐겨라. 특히 부부가 같이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부부금슬도 좋아지고 건강관리도 가능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취미생활 중에는 스크린골프도 가성비가 좋은 취미생활이다.
넷째,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 여기서 이야기하는 공부란 학교공부와 같이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가 아니다. 진정 내가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다. 은퇴 후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하여 평소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에 대해 만학(晩學)의 열정을 불태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은퇴 후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음의 시간 관리 방법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첫째, 슈퍼노인증후군이다. 은퇴 후 갑자기 늘어난 자유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이다.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현직에 있을 때처럼 여전히 내 자신이 살아있음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 내가 사회에서 밀려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과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생을 살 필요는 없다. 둘째,‘백수(白手)가 과로사(過勞死)한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각종 사교모임과 동창모임 등에 열심히 찾아다니는 경우이다. 이런 사교모임은 일시적 즐거움은 얻겠지만 뚜렷한 목적이 없는 모임은 오래 갈 수 없다. 50명이 참석하는 고등학교 동기 모임에 나가서 몇 명의 친구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은퇴 후에는 인간관계의 다이어트도 필요하다.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은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단 한순간도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인생은 곧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라고 하였다. 시간관리란 자신의 시간과 일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하는 것이다. 인간은 100년을 살면서 무려 14년을 허송세월로 보낸다고 하였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내가 오늘 헛되이 보낸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내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