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현역과 실질 은퇴연령 

  • 기사입력 2022.12.21 08:51
  • 기자명 김재철 객원칼럼니스트
행복금융연구원 김재철 원장(경영학 박사),전 농협저축은행 부사장
행복금융연구원 김재철 원장(경영학 박사),전 농협저축은행 부사장

누군가가 나에게 지금까지 본 영화 중 어떤 영화를 가장 많이 보았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낸시 마이어스(Nancy Meyers) 감독의 ‘인턴’이라고 대답한다. 세대를 초월하고, 직급을 불문한 열정 많은 30세 CEO와 경험 많은 70세 인턴의 직장생활을 다룬 영화이다. 명절만 되면 항상 TV에 방영되었던 영화이다 보니 대부분 사람도 한두 번은 이 영화를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노후설계 관련해서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가능하다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과, 은퇴 후에도 사람은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2가지 큰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분은 은퇴 후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신가요? 늙어 간다는 것은 꿈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나이 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저자인 빌헬름 슈미트는 멋지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이 듦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나이 든다는 것은 각종 능력이 쇠하고 외형이 볼품없어지면서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의 성장을 돕고 경험을 이어 전달하며 인생의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가면서 늙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의 신학자이며 설교자인 조지 휫필드(George Whitefield)는 좀 쉬면서 하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녹슬어서 없어지느니, 차라리 닳아서 없어지는 것이 더 낫다”라고 하였다. 은퇴 후 주어지는 8만 여유 시간을 열정적으로 보내는 기장 좋은 방법이 바로 평생 현역으로 뛰는 것이다. 월 1백만 원을 번다는 것은 은행에 정기예금 3억 6천만 원(정기예금 금리 연 4% 가정)을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 

 OECD 회원국 공식 은퇴·실질 은퇴 연령을 보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공식 은퇴 연령과 실질 은퇴 연령의 차이가 크지 않다. 여기서 실질 은퇴 연령이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빠져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나이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남성의 경우 공식 은퇴 연령은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인 62세이나, 실질 은퇴 연령은 72.3세로 격차가 무려 10.1년이나 된다. 실질 은퇴 연령이 공식 은퇴 연령보다 높다는 것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이후에도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상당 기간 남아 소득 활동을 계속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그만큼 경제적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황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김형석의 인생 문답’이라는 책을 출간하신 김형석 교수는 1920년생이시지만, 활발한 강의 활동과 더불어‘백 년을 살아보니’를 필두로 ‘영원과 사랑의 대화’, ‘백세일기’등 저술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카드에 많이 등장했던 그림을 그린 모지스(Anna Mary Robertson Moses)할머니는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결혼해서도 농부의 아내로 열심히 살았고, 76세에 평소 하던 자수가 불가능해지자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늦게 시작한 그림이지만 모지스 할머니는 80세에 개인전을 열었고, 88세에‘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으며, 93세에는 ‘타임’지 표지 모델이 되었다. 76세에서 돌아가신 101세까지 무려 1,600여 점의 그림을 남긴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는‘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라는 책에 담겨 있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90세에 시스타나 성당 벽화를 완성했고, 대문호 괴테도 대작 ‘파우스트’를 60세에 시작해 82세에 마쳤으며, 작곡가 베르디는 85세에 그 유명한 ‘아베마리아’를 작곡했다. 향년 105세로 돌아가신 구당 김남수 옹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셨고, 1880년생인 맥아더 장군도 70세에 한국전에 참전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유튜버로 성공한 박막례 할머니의 인생 역전 이야기는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라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고, 호서대 설립자인 강석규 박사는 ‘어느 95세 노인의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30년 후인 95세 생일 때 후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 30년을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내 나이 95세. 어학 공부를 시작합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105번째 생일날 95세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물론 평생 현역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 30년 이상 현역으로 열심히 일했으니, 은퇴 이후에는 그동안 못했던 여행도 다니면서 여가를 보내겠다는 사람도 꽤 많다. 그러나 필자가 만나 본 대부분 은퇴자는 은퇴 이후에 할 일이 없다는 사실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어떤 일이든 좋다. 공식 은퇴 이후 실질 은퇴까지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적 목적도 달성한다면 인생 후반전을 가장 행복하게 보내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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