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준비하는 시대

  • 기사입력 2023.01.14 22:11
  • 기자명 김재철 객원칼럼니스트
행복금융연구원 김재철 원장/전 농협저축은행 부사장/경영학 박사
행복금융연구원 김재철 원장/전 농협저축은행 부사장/경영학 박사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죽음이란 생명 활동이 정지돼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생물의 상태를 말하며,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일반 용어이다. 죽어간다는 것은 삶의 한 부분이며,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독일 저널리스트 롤란트 슐츠(Roland Schulz)는 <죽음의 에티켓>이라는 책에서 ‘인간은 평생 자신이 반드시 죽는다는 걸 부인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생각하는 존재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곰페르츠(Theodor Gomperz, 오스트리아 철학자)는 서른 살이 되면서부터 인간은 8년에 한 번씩 바로 다음 해에 죽을 확률이 두 배로 높아진다는 죽음의 법칙을 이야기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세계 최초로 호스피스운동을 전개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 Ross)는 말기 환자 5백여 명을 인터뷰해 쓴 책 <죽음과 죽어감(On Death and Dying)>에서 사람이 죽음을 선고받고 이를 인지하기까지의 과정을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단계는 부정(denial)의 단계로, 제일 먼저 자신의 상황을 부정한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검사가 잘못된 거겠지’와 비슷한 말을 하면서 수많은 병원을 돌아다니고 다른 사람이 자신에 관해 물어보면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2단계는 분노(anger)의 단계로 자신 주변의 모든 것이 분노의 대상이 된다. ‘다른 사람은 다 멀쩡한데 왜 나만 이렇게 되냐, 혹은 왜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나지?’와 같은 말을 하며 가족, 친구, 의사, 혹은 신에게까지 분노를 표출한다. 감정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을 분노로 연결해 주변 사람들이 굉장히 다루기 어려워한다. 3단계는 타협과 협상(bargaining)의 단계로 죽게 된다는 상황도 받아들이고, 분노도 충분히 표출했으며 더 이상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닫고 상황을 미루려 한다. 이는 협상의 형태로 나타난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경우 생명의 연장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신에게 기도하는 경우가 많다.   

4단계는 우울과 절망(depression)의 단계로 결국 협상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극심한 우울증세가 나타난다. 이 단계에선 증상이 더욱 확실하게 나타나 환자도 알아차릴 수 있다. 우울증은 자기가 죽으면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걱정으로 발생하는 우울증과 가족과 친구들을 잃는다는 생각에 발생하는 예비적 우울증으로 나뉜다. 5단계는 수용(acceptance)의 단계로 모든 감정이 지나간 뒤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단계에선 우울하지도 않고 활기차지도 않으며 차분하게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환자는 눈에 띄게 약해지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려 한다.   

 여러분은 죽음을 맞이하면서 묘비명에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가요? 192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haw)의 묘비명에는‘I Knew if I stayed around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라고 적혀 있다. 로마 트라야누스(Trajanus) 황제를 보필했던 신하 시밀리스라는 일생을 편안하고 순탄하게 보냈지만, 그의 묘비명에는 ‘나는 땅 위에서 76년을 머물렀고, 7년을 살았다’라고 되어 있다. 그의 일생 76년 중 겨우 7년만 자기 인생이고 나머지는 황제를 위해 살았다는 뜻이리라.   

스티브 잡스가 ‘누구도 죽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천국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거기에 가려고 죽고 싶어 하진 않아요. 하지만 죽음은 우리 모두의 종착역입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어요. 이게 멋진 일입니다’라고 한 것처럼 인간은 태어나서 반드시 죽기 마련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인 왈가닥 루시(I Love Lucy)의 루실 볼(Lucille Ball)은 나중에 인생을 돌아볼 때 ‘젠장, 해보기라도 할 걸’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세상에, 내가 그런 짓도 했다니’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호스피스 간호사인 브로니 웨어(Bronnie Ware)가 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이라는 책에는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① 난 나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했고, 따라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대신 내 주위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 ② 그렇게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냈어야 했다. 어느 날 돌아보니 애들은 이미 다 커버렸고 배우자와의 관계조차 서먹해졌다. ③ 내 감정을 주위에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지 못했다. 내 속을 터놓을 용기가 없어서 순간순간의 감정을 꾹꾹 누르며 살다 세월 다 가버렸다. ④ 친구들과 연락하며 살았어야 했다. 다들 죽기 전에 얘기하더라고 한다. ‘친구 000을 한번 봤으면.’ ⑤ 행복은 결국 내 선택이었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는데 겁이 나 변화를 선택하지 못했다.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에서 저자는 첫 번째 후회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로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마지막 후회로는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등을 제시하고 있다.

죽음학 권위자인 최준식 교수는 죽음을 ‘또 다른 시작’으로 본다. 최 교수는 죽음은 몸의 허물을 벗고 영혼이 영적 세계로 가는 것이라고 것이며, 소멸(消滅)이나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이라 하면서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현명한 노후생활을 보내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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