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동안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공공기관 및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세부추진 계획을 세워 점검을 하고 있다. 현재 사회적 가치는 12개 세부목표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는데, 추진 방법론으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겠지만, 사회책임 국제표준(ISO26000)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선, 인권, 안전, 노동권, 일자리, 건강복지, 공동체, 환경, 기후변화 순으로 살펴 본다.
◆인권 : 사회적 가치 논의가 인권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은 인권은 모든 인간이 부여받은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인권에는 생명권, 자유권, 법 앞에서의 동등 및 표현의 자유 같은 시민권 및 정치적 권리가 있고, 노동권, 식량권, 보건안전권, 교육권, 사회보장권 같은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가 있다. 인권 분야의 목표 실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인권경영시스템을 우선 구축하고, 지속적인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각 조직 내 인권실사를 진행하고, 위험상황 파악 및 대책을 수립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 : 현대사회는 기본적으로 위험사회의 속성이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교통·화재·폭발 등 안전사고는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발생한다. 안전사고는 기업 등 사업장과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사회적 책임을 규정한 사회책임 국제표준에서는 근로에서의 보건 및 안전은 근로자의 최상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을 촉진하고 유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차원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을 위한 안전 관련 정보 제공과 소통과 참여가 중요하다. 특히, 안전분야는 ISO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적극 연계하면 좋다.
◆노동권 : 노동관행은 조직과 기관에 직접 고용된 피고용인 및 조직이 소유 또는 직접적인 통제권을 가지는 작업장에서 조직이 갖는 책임 그 이상을 의미한다. 노동관행은 근로자의 채용 및 승진, 징계 및 고충 처리 절차, 근로자의 전근 및 재배치, 고용의 만료, 훈련 및 기능 개발, 보건, 안전 및 산업 위생, 특정 근로 시간 및 보수 같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또는 관행을 포함하며, 고용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다루기 위한 단체교섭, 사회적 대화 및 노사정 협의 등도 포함된다. 특히, 근로조건은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삶의 질 그리고 국가 경제 및 지역 사회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매우 중요하다.
◆일자리 : 일자리 창출은 수행된 근로에 지급되는 임금 및 보상 측면 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 및 사회 기여 측면도 중요하다. 의미있고 생산적인 근로는 인간 개발의 핵심 요소이며, 완전하고 안정적인 고용을 통해 생활수준이 향상되기 때문에 사회복지와도 직결된다.
인적 개발을 위한 고용의 중요성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용자로서 기업은 사회에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목표 중 하나인 완전하고 안정적인 고용 및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생활수준 향상에 기여하며, 궁극적으로 건전한 경제발전의 초석이 된다.
◆건강·복지 : 주민을 포함하는 국민들의 건강과 복지 구현은 선진사회로 가는 중요 요소 가운데 하나다. 기대수명의 연장과 노령인구의 증가로 국민들의 건강 보장은 매우 중요한 정부의 정책이다. 복지 대책으로 새롭게 부각되는 분야는 청년, 여성, 노인 계층인데, 이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 정책과도 연관되며, 취약계층 지원 정책과도 상호보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건강 및 복지 대책은 개별적으로 해결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 보다 지역사회 차원에서 그리고, 개인이 속한 사회적 네트워크와 커뮤니티 속에서 협력적 관계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취약계층 지원 : 취약계층의 발생은 일반적으로 차별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차별은 대우 또는 기회의 동등을 효력이 없게 만드는 모든 구분, 배제 또는 선호를 포함하는데, 보통 정당한 근거보다는 편견에 기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조치가 특히 필요하다. 차별에 대한 정당하지 않은 근거는 성별, 나이, 출신, 재산, 지역, 경제적 기반, 장애, 임신, 노동조합 가입 여부, 정치적 소속, 정치적 성향 등이 있을 수 있다. 취약집단을 포함해, 모든 집단을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사회에 참여시키고 포함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 편익을 가져오고, 모든 개인에게 동등한 기회 및 존중을 보장하는 적극적인 접근방식을 취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상생협력 : 경제시스템은 모든 조직과 분야가 상호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협력업체(Supply Chain)와 가치사슬(Value Chain)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력과 지배력의 차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종속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러한 불공정한 갑을 관계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나 유통조직에서도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조달 및 구매 의사결정을 통해 다른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가치사슬에서의 모든 조직은 해당 법 및 규정을 준수할 책임이 있으며, 사회 및 환경에 미치는 자신의 영향에 책임이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 :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시대에 지역경제 활성화는 공공기관의 중요한 과제다. 공공기관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펼 필요가 있음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지원 정책, 지역주민을 위한 보건과 복지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공기관이 기여할 수 있는 지역사회 발전의 이슈는 경제 활동, 기술 발전의 확대 및 다양화를 통한 고용 창출을 포함한다.
◆공동체 복원 : ‘공동체’라는 개념은 지역사회(community)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지역사회의 중요성은 해당 조직이 그 곳에 물리적으로 근접하고 또는 조직의 영향 영역 내의 지리적 영역에 위치한 주거지 또는 기타 사회적 정착지이기 때문이다. 각 조직은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지역사회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으며, 공동체 또는 지역사회에의 참여는 시민사회를 굳건히 하는 데 도움이 되며, 민주적 가치 및 시민적 가치를 더욱 반영하고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책임·윤리 : 사회책임 국제표준 용어 정의에 의하면, 사회적책임(social responsibility)이란, 조직의 의사결정 및 활동이 사회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투명하고 윤리적인 행동을 통해 조직이 지는 책임을 말한다. 공공기관은 자신의 업무를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윤리적 원칙에 따라서 수행할 필요가 있는 바, 이를 경영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 사회책임경영 내지 윤리경영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부패방지시스템을 연계하고자 한다면, ISO37001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환경 : 환경보호 및 기후변화 방지 노력은 이제 모든 공공기관의 핵심적 과제가 되었다. 현재 우리사회는 자연자원의 고갈, 오염,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종의 손실, 전체 생태계의 붕괴, 도시 및 농촌인간 정착지(human settelments)의 악화를 포함한 많은 환경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세계 인구가 늘어나고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안전, 사회의 보건 및 행복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생산과 소비의 방식을 줄이고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일인당 자원 소비가 지속가능하도록 관리해 나가야 한다. 조직 내 환경경영시스템을 위해서는 ISO14001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참여 : 공공기관 등 모든 조직의 활동이 성공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최적의 거버넌스와 이해관계자(시민,주민,국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해관계자의 식별 및 참여는 사회적 책임의 근본이다. 조직의 영향 및 그 영향을 다루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직은 누가 조직의 의사결정 및 활동에 주요한 이해관계가 있는지를 결정해야 하고, 참여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12개 세부목표가 조직 내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면 사회적 가치가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사회적 가치라는 목표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아직도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위 12개 세부목표별로 하나씩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ESG 경영 전반을 살펴보면 ESG 경영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삼성은 태양광, 풍력으로 RE100을 달성하는 것으로 ESG를 하겠다고 하고, SK는 ESG 경영을 위하여 SK야구단을 팔았다고 하고, 포스코는 ESG 경영을 위해 사무실에서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쓰기로 했다고 한다.
ESG 경영은 말 그대로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분야의 경영 과제를 종합적으로 챙기면서 기업경영을 하자는 것이고, 투자자 및 투자기관들은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도록 견인하자는 취지다. ESG 개념은 2006년 UN 책임투자원칙(PRI)이 국제적으로 ESG를 고려한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여 시작되었다. 현재 이 기구에는 한국의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3635개 투자사 및 자산가, 투자 관련 서비스 기관 등이 가입돼 있다.
UN PRI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ESG 이슈를 보면, 일부 대기업들이 홍보하고 있는 태양광, 풍력, 야구단, 텀블러 수준의 의제가 아니라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분야별로 다양한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E) 분야에서는 지속가능한 토지 사용, 플라스틱, 물, 가압파쇄 자원개발, 기후변화와 메탄, 생물종 다양성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사회(S) 분야에서는 인권, 노동, 고용관계, 분쟁지역 이슈 등을 점검하고 있고, 거버넌스(G) 이슈로는 탈세문제, 경영진보수, 청렴부패, 이사선임, 사이버안전 등의 의제를 다루고 있다.
ESG 경영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환경, 사회, 경제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지속가능경영의 항목과도 유사하고, ISO26000 사회책임 가이던스 7대 핵심주제(거버넌스,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운영, 지역사회발전)와도 일맥상통하며 UN SDGs 지속가능발전목표 17대 과제와도 연관성이 많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 왔는데, 사회적 가치 경영 또한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책임경영의 한 변형이라 할 수 있고, ESG경영 또한 이러한 흐름과 관련성이 높다. 이들 경영체제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지속가능발전’인데, 추진 주체와 적용하는 상황이 약간씩 다를 뿐 그 본질은 같다.
ESG경영은 물론,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책임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진정한 의견을 수렴했다면, ESG 경영이 위에서 예로 든 태양광, 풍력, 야구단, 텀블러식 접근으로 귀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과정은 중대성 평가 프로세스다. 무엇이 중요한지 도출해내는 과정이다. 전략적 경영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 열가지보다 중요한 것 한가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 중요성은 무엇이며 누가 결정하고, 평가하는가? 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ESG 경영을 심화하는 과정이다. ESG 경영에서도 중대성평가 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하다.
세 번째 중요한 과정은 가치사슬(value chain) 개념에 입각하여 협력업체 공급망(supply chain)까지 ESG 경영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조직과 조직간에 서로 다양한 가치사슬로 복잡하게 엮여 있다. 이렇듯 연결성으로 사회를 보지 못하면 잘못된 진단이 나올 수도 있고, 사회적 비용을 다른 곳으로 잘못 전가하게 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네 번째로는 점차 강화되고 있는 공시의무화제도에 부합하여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2014년 4월, 종업원수 500인 이상의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 관련 사회보고 공시를 의무화한 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마지막으로는, ESG 경영도 계속 변화 발전한다는 점이다. ESG경영에서 현재 취약한 분야는 기업인권정책, 산업재해, 비정규직 차별문제, 소비자보호, 지역사회발전에 대한 기업의 역할인데, 앞으로 시간이 가면서 ESG 경영의 범주는 더욱 넓어지고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제는 지속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UN PRI에서 강조하는 내용들은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와 GRI 지속가능보고서 가이드라인, ISO26000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들과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특히, 이들 지침서들은 대부분 1948년 세계인권선언 이후 국제노동기구(ILO)협약, 기후변화협약,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유엔 글로벌콤팩트(Global Compact) 등 이제까지 나온 국제적 지침들을 대부분 포괄하고 있어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ESG 경영에서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분야 모두가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환경,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저감, 탄소중립 이슈가 가장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미국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의 1호 공약도 바로 적극적인 환경 대책이었고, 취임과 함께 파리기후협약에도 재가입했다. ESG를 포괄하는 지속가능경영은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것으로 환경이슈, 특히 기후변화 이슈는 특별히 중요하다.
UN 책임투자원칙(PRI)이라는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투자기관, 금융기관, 연기금으로부터 시작된 ESG 바람은 어느새 많은 기업들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제대로 된 ESG 경영을 통해 환경과 사회와 거버넌스를 점검하며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어떤 기업은 무늬만 ESG인 외피를 두르고, 우왕좌왕 바다를 표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제 기업 경영의 상식이 되어버린 지속가능경영, 사회책임경영, ESG 경영을 제대로 뿌리내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내실있게 발전해 가는 기업들이 더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