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서울지방법원 제22형사부(재판장 판사 이준철)는 뇌물이 아니었다고 피고인 곽상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곽상도 아들이 김만배 운영의 화천대유에 회사원으로 입사했고, 퇴사하면서 김만배로부터 성과급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50억 원 성과급은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형사재판에서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데’, 곽상도 아들을 통해서 곽상도에게 50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김만배의 녹취 발언은 신빙성이 없고, 곽상도 아들이 받은 성과급이 일부라도 곽상도에게 지급되었거나 곽상도를 위하여 사용되지 않았으므로, 곽상도 아들이 받은 돈을 곽상도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없다고 보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법원은 직권으로 증거를 조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95조). 판결문에 썼듯이, “곽상도 아들이 곽상도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금품 및 이익이나 뇌물을 수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상황이었으니, 법원은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해야 한다. 검사가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으니 무죄를 선고한다는 판결은 재판이 아니라, 핑계이고, 변명일 뿐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사법권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공권력 행사다. 법원은 사법권을 행사할 때,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 그런데, 재판부는 마치 재판권이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곽상도에게 책임을 지는 태도다. 직권조사를 통해서라도 범죄의 실체를 밝혀서 국민에게 책임지겠다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법관은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이고 양심이다. 양심은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주 친한 친구라도, 100만 원을 빌리기 위해서는 아쉬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누군가가 1억 원도 아니고, 50억 원을 대가 없이 주고받을 때는 이유가 있다. 이유가 그럴만할 때, 우리는 ‘상식’이라고 말한다. 김만배가 곽상도 아들에게 50억 원을 준 것과 곽상도와는 상관이 없다는 재판부 판단은 상식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재판부는 양심을 저버렸다.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과 양심을 포기했으니, 스스로 법관이기를 포기했다고 본다. 스스로 법복을 벗어야 한다. 국민의 관점에서, 재판부가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저버렸니, 국민은 국민의 이름으로 재판부를 탄핵함이 마땅하다. 국회는 국민의 이름으로 재판부를 탄핵 소추해야 한다.
국민은 진작부터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를 외쳐왔다. 법원 시스템이 ‘사법권의 독립’이 아니라, ‘사법권 독점’으로 변질된 현실을 지적해 왔다. 급기야 곽상도 재판은 그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재판이 어찌 어제오늘의 일이겠는가? 이런 재판을 하는 법관이 어찌 한두 명이겠는가? (물론, 필자는 올바른 법관들을 보호하고 싶을 뿐이다). 이제 법원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혁할 때다. 특히, 주권자 국민이 직접 법관을 소환하는 제도를 시급히 갖춰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