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구제를 위해 보증금채권매입을 활용한 공공매입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됐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이하 시민사회대책위)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설명'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기자간담회는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이 사회를 맡아 ▲발표1 :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과 주요 내용(임재만 세종대 교수·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발표2 : 실거래가 통계로 살펴본 깡통전세 현황과 원인(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발표3 : 정부의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대책의 문제점과 제언(김남근 변호사·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회 위원장) 순으로 진행됐다.
주요 발표 내용을 살펴 보면 먼저 임재만 세종대 교수(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최근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로 인한 세입자들의 피해는 집값과 전세값이 하락하면서 전세제도의 내재적 모순(주택 투기의 레버리지로 활용), 관련 제도의 미흡(전세반환보증보험·전세대출), 정부 관리감독의 부재(보증보험 가입 거절 임대사업자도 사업 계속)에서 비롯된 사회적 재난"이라며 "전세피해 구제 방안을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즉각적인 경매 유예(유예기간 이자 경감) ▲임차인의 우선매수권(특별법 제정 필요) ▲보증금반환채권 공공 매입(또는 사후정산방식의 채권양도) ▲깡통전세주택의 공공 매입 ▲금융기관의 부실 선순위채권 양수 ▲임차인에게 전세대출 등 채무가 남아 있는 경우 채무조정제도와 연계 등을 전세피해 구제 방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공공 매입의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을 활용한 피해주택 공공 매입 모델을 뜻한다. 임 교수는 "보증금반환채권 양수(讓受·타인의 권리, 재산과 법률상의 지위를 넘겨받는 일) 후 경매신청권과 우선매수권을 통해 해당 주택을 매입하거나 또는 임차인의 우선매수권을 양수, 해당 주택을 매입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빚내서 세 살아라' 정책과 이를 결과적으로 묵인한 문재인 정부의 주거 정책은 깡통전세 문제를 키운 원인"이라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과거의 잘못된 정책과 단절 없이 이미 실패로 끝난 '빚내서 집사라, 빚내서 세 살아라' 정책을 반복하고 있어 과거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개선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전국적으로 전세가율이 증가, 임차 가구의 보증금 회수가 위험한 주택이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인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상도 연립·다세대주택뿐만 아니라 아파트로 확산되는 추세다.
전국 전체 주택의 전세가율은 2019년 62.1%, 2020년 65.1%, 2021년 75.8%로 크게 증가했다. 2022년 상반기에는 87.6%로 증가폭이 더욱 커졌고 하반기에도 증가세가 이어져 2022년 90.6%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깡통전세 문제가 2022년 하반기에 사회적으로 이슈화됐지만 2022년 하반기에도 전세가율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시도별로는 전체 주택의 2021~2022년 전세가율이 세종을 제외하고 16개 시도에서 증가했다. 세종은 2021년 54.9%에서 2022년 48.1%로 감소했다.
또한 2022년 전체 주택의 전세가율은 인천(96.4%), 전북(91.9%), 경남(89.9%) 순으로 높았다. 서울 전체 주택의 전세가율은 2016년 56.4%에서 2019년 44.7%로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 50.8%, 2022년 57.1%로 다시 가파르게 증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최 소장은 설명했다.
특히 최 소장은 깡통전세 문제 심화 주요 원인의 하나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확대를 꼽았다.
최 소장은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이후 전월세 안정 대책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확대를 중점에 뒀다"면서 "문재인 정부도 2022년 1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수도권 7억원, 비수도권 5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관리하는 공적 재원이 깡통전세 문제에 구조적으로 취약해지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윤석열 정부는 2022년 7월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한 보증금 기준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대책을 발표했다"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3년 1월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원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모두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국가의 보증 여력을 키우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해 깡통전세 문제를 더 키우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권 대출시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은 70%로 규제하면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빌려주는 전세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는 현행 제도는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협한다"면서 "따라서 임차 가구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증금을 주택가격의 70% 이하로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임대보증금보증은 임대사업자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세입자가 가입하는 보증"이라며 "보증가입을 위한 보증금 요건을 주택가격의 70%(또는 공시가격의 100%) 미만으로 하향, 깡통전세 주택으로 인한 공적자금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임차보증금도 임대인이 상환해야 할 부채이므로 임대주택 소유자에 적용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임차 가구의 보증금을 산입하고, 전세자금대출 차주에 대해서도 DSR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정부와·여당은 지난 23일 전세사기·깡통주택 대책을 발표하며 보다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김남근 변호사(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회 위원장)는 "정부와·여당이 발표한 4·23 전세사기·깡통주택 대책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면서도 "인천 미추홀구만 하더라도 많은 임대주택이 경매로 나와 있는 다급한 상황에 있어 신속한 입법과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김 변호사는 ▲낙찰(경락)가격으로 임차인의 우선매수권 허용 ▲LH 등이 공공임대로 매입 ▲자산관리공사가 보증금반환채권 인수(매입) ▲자산관리공사가 선순위 금융기관채권 인수(매입) 등을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경매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서는 임차인들이 낙찰가격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계속 거주를 보장하고 낙찰가격이 시세보다 30-50% 낮으므로 피해 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피해 임차인은 이미 전세대출을 받아 손실을 본 상태에서 다시 경락대금을 또 대출받아야 하는 부담도 있고, 해당 주택에 장기 거주할 의사가 없는 경우 주택을 매입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 경우 임차인이 공공주택사업자(LH 등)에 매입을 요청하면 LH 등이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LH 등이 낙찰가격으로 주택을 매입한 후 임차인에게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장기임대차(아마도 월세형태)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대부분의 깡통주택 사안은 보증금반환채권을 상당 정도 회수할 수 있는 사안인데 수백채의 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임대사업자들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을 체납하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보증금반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각 개별, 임차인별 구제가 아니라 채권 전문기관인 자산관리공사가 이를 환수, 임차인을 선구제하고 그 뒤 자산관리공사가 공매 등의 방법으로 집단환가함으로써조세채권 등을 변제하고 채권매입대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 미추홀구 사태의 경우도 금융기관들이 채권을 대부업체에 헐값으로 매각, 현재 420여개의 주택은 대부업체가 인수한 근저당권부 채권으로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며 "금융기관들이 대부업체에 헐값으로 넘기는 수준의 가격이라면 이를 자산관리공사가 인수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