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이 왜 거기서 나와? 사법부가 선관위원장을 독점적으로 맡을 이유가 없다.

  • 기사입력 2023.06.03 21:55
  • 최종수정 2023.06.04 16:06
  • 기자명 한국NGO신문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사과했지만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사과했지만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커지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어  이 차제에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소쿠리 선거 등으로 부정선거 시비를 야기시킨 책임 등을 이제라도 물어 선관위를 없애고 조직장악력이 강한 행정안전부로 선거관리 업무를 넘기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는 선관위 주장은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 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라는 것이다. 헌법 제97조를 거론하며 감사원의 감사 범위에 선관위가 빠져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헌법과 법을 제대로 알고 하는 주장인지 모르고 그냥 내지르는 무식하고 용감한 주장인지. 선과위가 이런 수준의 조직이라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장.도지사 등을 뽑는 등으로 국가대사를 결정하는 선거관리를 맡기는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헌법 100조(감사원의 조직ㆍ직무범위ㆍ감사위원의 자격ㆍ감사대상공무원의 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에 의해 만들어진 감사원법에는 감사 제외 대상으로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만 명시돼 있다. 단지 감사원 주장처럼 선거 관리의 독립성 존중 차원에서 감사를 자제해왔을 뿐이다. 두말할 것 없이 감사원은 선관위의 말도 안되는 감사 거부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해 반드시 감사를 해야 할 것이다.

선거를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선관위가 대통령 직속 기관인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주장은 일리가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감사원이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은 선거 관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자녀 특혜 취업과 북한 해킹에 대한 보안 점검 거부 등이다. 기본적으로 공무원 조직의 내부 비리와 태만 문제에 대해 감사원이 감찰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마땅하다. 특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고려와 조선시대에나 운용했던 음서제를 통해 자녀들을 몰래 채용하는 것인가? 시대착오적이고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인 공정(公正)을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가 없다. 취직을 못해 분노하는 20,30을 어떻게 답할 것인가?

감사원은 이번에 종합적 감사로 선관위 조직의 비대화와 비효율성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관위는 전체 직원이 3천여명이나 되고 모든 시·군·구에 조직이 있다. 재외 국민 투표 관리를 한다며 해외에도 직원을 파견해 놓고 있다. 선거가 기본적으로 2년마다 치르는데 이런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선거 관리 기구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근본적인 검토가 요구하다. 이런 점에서 무소불위와 공룡조직이 된 선관위를 없애고 예전에 내무부가 선거관리를 한 것 처럼 행정안전부로 넘기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4.19 등 여러차례의 부정선거가 떠오르는 내무부로 회귀하자는 것이 결코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불공정과 불법을 집단적으로 저지르는 선관위에 더 이상 공정이 생명인 선거를 맡길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견제를 받지 않다가 보니 현재의 선관위가 매우 비대화와 비효율적으로 돼 있고 곪을대로 곪아있는 만큼 수술이 빨리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대개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은데 선관위가 혼탁한 것은 조직의 윗 부분이 썩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자녀 특혜 채용도 사무총장을 비롯해 거의 고위직 자식이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이들이야 당연히 책임지는 것은 물론이고 최상위 책임자인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노태악 위원장은 물러날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법률적으로 따져도 책임을 져야 하지만 도의적으로라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공직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심대한 문제가 일어났는데도 자신은 중앙선관위의 상임 조직이 아닌 비상임이라는 이유로 회피해서는 안된다.

이 차제에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대법관이 맡고 전국 시.도 선관위의 장을 각 지역의 법원장이 맡는 현행 제도와 관행도 과연 합리적인지 근본적인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 사법부가 왜 선거관리위원회의 장을 맡아야 하나? 선관위 주장은 자신들은 행정부가 아니고 감사대상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선관위의 선거관리 업무는 행정사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행정기관으로 여겨진다. 그런 면에서 삼권분립이 된 현행 대한민국 헌법체제에서 판사 등 사법부 인사들이 행정부인 선관위의 장을 하는 것은 삼권분립에도 위배된다고 본다.   

헌법이나 법률을 보더라도 현직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단지, 헌법 114조 2항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고 돼 있을 뿐이다. 또 지방 선거관리위원과 위원장도  판사나 법원장을 임명하도록 한 구속적 규정이 없다. 단지, 선거관리위원회법에서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추천한 사람과 당해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법원장이 추천하는 법관 2인을 포함한 3인과 교육자 또는 학식과 덕망이 있는 자중에서 3인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촉한다"(제 4조 2항)돼 있고, "각급 선거괸리위원회 위원장은 당해 선거관리위원회위원중에서 호선한다"(5조2항)고 돼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판사와 법원장들이 선거관리 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과거 제2공화국 헌법에서 대법관과 중앙선관위원직 겸직을 명문화했던 흔적이 남아있어 이를 원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관행에 따르다 보니 판사들이 선거범죄를 고발하는 선거관리기관의 주체가 되고 선거소송 재판도 해야하는 잘못된 모양새가 된다. 이런 점에서 선관위원장을 사법부가 맡는 것은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기초적인 법리를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수 없다. 이에따라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는 관행은 물론, 각급 선관위 위원장을 해당 지역 검사장들이 맡고 있는 관행을 전부 타파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 과제로 혁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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