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뽑아야 할 사대주의 잔상(殘像)

  • 기사입력 2023.08.07 19:26
  • 기자명 이석복 칼럼니스트
▲이석복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화랑대문인회 회장
▲이석복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화랑대문인회 회장

지난 6월 주한 중국대사인 형해명(邢海明, 싱하이밍)이 한국의 야당대표를 그의 관사(官舍)로 초대하여 장시간 한국의 정책을 비난하고 겁박한 사건에 온 국민이 분노했던 일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형해명은 “한·중 관계가 어려워진 것은 대만문제에 대해 한국이 중국을 두둔하지 않은 탓이다”,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미·중전쟁에서 미국의 승리에 배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등 외교관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망발을 쏟아 놓았다.

더구나 야당대표가 형 대사의 치욕적인 장광설(長廣舌)을 끝까지 듣고 한 마디 항의 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유튜브로 생중계까지 실시한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건은 주권 국가인 대한민국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모욕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2017년 북한의 핵폭탄과 유도탄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의 사드(THAAD, 종말고고도 지역방어체계)를 배치하자 중국이 자신의 내부가 감시당한다며 경제보복을 감행했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떠올랐다.

이때 화들짝 놀란 문재인 정권은 이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3불1한(3不1限)정책’을 중국에 약속해 버리고 말았다. 소위 3불(不)은 ⓵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계에 가입하지 않겠다, ⓶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겠다, ⓷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1한(限)은 이미 배치된 사드포대의 운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또한 치욕적인 군사주권의 포기와 다름이 없었던 사건이었다. 이때 중국은 전반적으로 한국경제에 큰 피해를 입힌 광범위한 경제적 보복행위를 취했다. 특히 성주 골프장을 사드기지로 내준 롯데그룹에 대한 보복이 가혹했었다. 나는 우리 집사람과 시장을 볼 때 다른 곳에 가지말고 꼭 롯데 마트를 이용하자고 다짐했던 일까지 생각난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강국의 위상에 올라섰는데도 왜 이따위 중국의 만행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지 정말 속상하다. 요즈음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이런 중국의 만행은 물론 더 이상 수직적, 강요적인 중국의 중화주의(中華主義)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또한 새로운 정부가 과거 정부의 굴종적인 대중국 정책을 벗어나 당당한 대중국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기업들도 과거와 달리 과도한 중국 의존적 자세에서 탈중국 또는 균형적인 자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학계와 정치계 일부에서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 잔상(殘像)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단적인 예로 세계 각국은 중국어 학습과 중국문화교류를 위해 자국 대학들에 설치했던 중국의 공자학원이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선전선동 공작대인 것을 확인하고 전부 또는 점진적으로 폐쇄해 나가고 있다. 이에 반하여 가장 민감해야 할 우리나라는 전국 대학 22곳의 공자학원과 중.고등학교 15곳의 공자학당 그리고 서울 강남에 세운 공자아카데미가 그대로 건재하고 있다. 인구 비례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자학원이 설치된 셈이고 이것은 중국사대주의의 잔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가까운 대한제국 고종때 현상을 살펴보더라도 한심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당시 고종은 근대국가 건설의 필요성을 때늦게 자각하고 개국 정책을 추진하자 국제정세에 무지했던 위정척사파(衛正斥邪派, 주자학을 지키고 천주교를 물리치자고 주장하던 무리)와 일부 백성들은 개국과 개화에 머리를 싸매고 반대하고 나섰었던 슬픈 역사가 있다. 이들은 우리들 스스로 중국의 번국(蕃國, 제후의 나라)이라고 자처하고 나섰었다. 2021년 9월 시진핑 주석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매우 유감스러웠지만 과거 우리가 자초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나라가 건국 후 2년도 안되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시 인천상륙작전 성공후 북진하여 거의 통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공(中共)이 소위 항미원조(抗美援朝)란 미명 하에 개입하여 통일이 저지된 역사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금년 3월에 나는 서울시의 최고위직을 만나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大漢門)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가로질러 흐르는 한강(漢江)의 ‘한(漢)’이란 글자는 ‘한나라 한(漢)’자로 중국을 의미한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대한민국을 뜻하는 한(韓, 대한민국 한/나라 한) 자로 고치자는 의견을 개진하였고, 그분은 살펴보겠다고 했었지만 아직 답을 못 받고 있다. 

매일 수만 명의 시민들과 관광객이 대한문(大漢門) 현판 앞에서 거행되는 수문장 교대식을 바라보면서도 수도서울 한 복판에 걸려있는 사대주의 잔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얼마든지 서울시 조례(條例)를 거쳐 사대주의 잔상을 일거에 개혁할 수 있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이다. 사대(事大)의 지난 역사를 없앨 수는 없지만 사대주의 잔상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들 자신이 우리의 의식과 현실에 뚜아리를 틀고있는 사대주의 잔상의 뿌리를 뽑을 때 비로소 세계 중추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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