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위선, 부패, 불통의 민주당 혁신

  • 기사입력 2023.08.11 22:09
  • 기자명 황도수 객원논설위원
▲​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황도수​ 교수
▲​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황도수​ 교수

대한민국 제1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스스로 혁신하겠다는 명목으로 지난 6월 20일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김은경혁신위원회다. 안타깝게도, 혁신위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종결은 대한민국 제1 정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민주당은 혁신위를 ‘대충’ 시작했다. 과문인지 모르지만, 혁신위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갖는 법적 지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정당을 혁신하는 막중한 사명을 띤 조직을 출범시키면서, 민주당은 자기 홈페이지에 그 조직을 뒷받침하는 규정이나 규칙을 게시하지 않았다. 혁신위가 당헌, 당규의 어떤 조항에 근거한 조직인지, 어떤 절차에 따른 조직인지 알 수 없다. 혁신위가 혁신안을 만들면, 그 안건이 당내에서 어떤 법적 효력을 갖는지도 알 수 없다. 혁신위 활동에 당 예산이 집행되었을 텐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도 궁금할 따름이다.

민주당은 ‘정당’을 혁신한다고 하면서, 위원회 이름에 사람 이름을 붙였다. 또 과문인지 모르겠지만, 김은경이라는 이름이 민주당 정당 혁신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이름에서 국민이 어떤 혁신적 내용을 떠올릴는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은 정당의 운명을 한 개인의 이름에 맡기겠다는 생각이었을까?

민주당은 혁신위의 활동을 ‘대충’ 지켜보다, ‘대충’ 덮었다. 혁신위는 논란을 거듭했다. 대한민국 제1 정당의 혁신을 다룬다는 조직이 스스로 설화에 휩싸였다. 결국 8월 10일 서둘러서 혁신안을 중간 정리하는 형태로 조기 종료했다. 민주당은 ‘혁신위의 제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여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쇄신을 이루어 내겠습니다’라고 간단하게 논평하면서, 무책임하게 뒷정리했다. 예측하건대, 혁신위 제안은 그대로 묻힐 것이다. 

아이러니는, 혁신위가 급하게 정리한 혁신안 내용이 민주당의 현주소와 딱 맞는다는 점이다. 혁신위는 국민, 당원, 의원, 당직자, 보좌진들의 말을 모아 민주당의 문제점을 정리했다. 무능, 부패, 위선, 기득권, 소통 부재, 팀쉽 부재로 집약되었다. 혁신위는 민주당 조직을 스스로 진단하면서, ‘당원 기반 정당’이 아니라, ‘간부 정당’이라고 표현했다. 한 마디로, 민주 체제가 아니라, 귀족 체제 또는 독재 체제라는 의미다.

문제점이 이러하니, 혁신안의 내용은 당연하게 민주 체제의 회복일 수밖에 없다.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전당대회, 청년 당원, 시도당의 활성화, 공정한 공천 절차, 정책 정당, 그리고 미래에 대한 준비 등이 그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은 공염불일 뿐이다. 신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 수준이다. 핑크빛 도배일 뿐이다. 민주주의가 필요하니, 민주 체제가 되어야 한다는 동어반복일 뿐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원래 민주당 혁신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현재 이 시점에서 민주당이 무엇을 혁신해야 할 것인지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 어떻게 방울을 달 것인지이다. 민주당이 무능, 부패, 위선, 기득권, 소통 부재, 독재 체제라는 것은, 현재 민주당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는 의미다. 이들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가 질문이었다.

이런 질문이라면, 당장 정당 권력자들이 무엇부터 고쳐야 하는지를 말했어야 한다. 정당 권력이 독점된 상황 속에서 내부적으로 둘로 갈라진 정당을 어떻게 소통시킬 것인지를 말했어야 한다. 적어도 정당 내 권력분립, 정당 권력자들 사이의 소통은 언급했어야 한다. 정당 권력자들 사이에 권력분립이 없고, 서로 소통하지 않는데, 이들이 어떻게 국민, 당원, 시도당과 권력을 분립하고, 당원, 국민, 시도당과 소통하겠는가?

정리하자. 혁신위는 민주당의 현주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그대로 보여줬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혁신할 생각이 없었다. 혁신이라는 말풍선을 띄우면서, 국민에게 또 다른 무능, 부패, 위선, 기득권, 소통 부재, 팀쉽 부재, 독재를 또 보여준 것이다. 국민은 답답하다. 미중전쟁 속에서 앞길을 찾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정당을 국민은 또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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