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백년손님이라면, 며느리는 5백 년 손님"

  • 기사입력 2023.08.30 13:08
  • 최종수정 2023.08.30 13:09
  • 기자명 이진경 칼럼니스트
▲ 이진경 칼럼니스트/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 강사
▲ 이진경 칼럼니스트/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 강사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다지만 고부갈등은 현재까지도 대표적인 가족 갈등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다문화가정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으로 인한 심각성은 익숙하게 들어왔다. 결혼이주여성들은 부부간 성격 차이보다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인해 별거나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두 고부간 갈등을 겪지는 않는다. 친정 부모보다 시부모가 더 편한 며느리들도 있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른의 역할은 중요해 가족구성원을 위하는 정성의 마음이 가족정서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남성에게 종속적이지 않고 여권이 우대받는 사회에서 가부장제의 한국사회로 이주한 며느리를 하위개념으로 맞이한 상황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해서 1970년 4월 18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정리한 내용을 반영해보고자 한다. 독립운동가이며 교육자 그리고 한글학자, 국어운동가인 고(故)외솔 최현배 선생과 부인 이장련 여사의 가족관계에서 세대를 잇는 단란함을 엿본다.

자녀들의 각별한 효행과 평범한 가운데 겸손하고 평화로운 삶의 근간이 존중의 마음을 행한 부모로서의 어른역할에 있었다.

우선, 부부 관계는 다섯 살 손위인 아내를 남편이 극진히 위하고, 손아래 남편을 아내는 정성껏 섬겼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 숨겨야 한다는 교육이 시대적 정서로 지배적이었을테지만 존중하는 부부로 인해 평온하여 안전하다.

둘째, 부부와 자녀와의 관계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무엇을 하라거나 하지 말라는 강요의 말이 없다. 부모 자신들의 종교도 강요한 적 없다. 모든 일에 있어 어린 자녀지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부모는 믿어주며 강요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가르쳤고, 언어의 밑바닥 말보다도 더 깊은 마음을 보여줬다.

셋째, 고부간의 관계다. 이장련 시어머니는 '사위가 백년손님이라면 며느리는 5백년 손님'이라고 얘기한다. ‘손님’의 어원은 '손'의 높임말로 남의 집이나 장소, 잔치에 찾아온 사람을 의미하는데 며느리를 높여 인식한 의미를 담는다. 최근 스페인으로 시집간 한 여성도 같은 말을 했다. “스페인에서는 며느리가 백년손님”이라고. 우리사회의 가정문화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인 중 단 한 사람을 믿고 낯선 한국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여 ‘어머니로서 살아가기’에 비중이 크다. 그러니 백년도 아닌 5백년 손님이라 칭하는 것은 세대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어서 아니겠는가.

우리 유전자에 며느리 배척문화가 깊이 눌러앉은 것은 아닐 것이다. 며느리 배척에 가족들까지 합세하는 반복된 악습들이 할머니 또 할머니에서 시어머니까지의 마음으로 흐른다지만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젊은이들이 알아가야 한다. 시누이들의 지혜 또한 새삼스레 가족관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엄마, 올케 흉 그만 좀 보세요. 엄마의 감정을 우리가 똑같이 느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만약 엄마가 돌아가시면 오빠와 동생 그리고 올케를 어떻게 보고 살지 생각은 해 보셨어요?" 엄마 감정을 강요하지 말것과 며느리에 대한 가스라이팅에 동요되지 않는다. 엄마 감정이니 스스로 해결해보란다. 시어머니의 끝없는 며느리 험담은 딸들의 현명한 판단에서 힘을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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