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탈적인 세계최고 상속세, 왜 기업죽이기 세금인가.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입니다. 여기에 기업 승계할 때, 최대주주의 주식가격에 20%를 가산해 세금매기는 규정(최대주주 주식할증 평가)에 따라 최고세율이 60%까지 늘어납니다. 그야말로 약탈적 세금이라고 할수 있다
한국 상속세율이 왜 약탈적인지 주요 외국사례와 비교해보면 금방 알수 있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상속세가 12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건희 회장 재산을 근거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삼성 상속세는 미국에선 7조원, 일본은 10조원, 독일은 5.5조원 영국 3.6조원, 호주와 스웨덴은 0원입니다. 최고상속세율 55%인 일본은 우리보다 높지만, 우리는 최대주주 주식할증 평가에 따라 최고세율이 60%까지 늘어나 세계 최고율의 상속세를 내고 있다.
위헌요소도 있다. 이중과세문제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중과세를 위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상속세는 평소에 높은 소득세를 낸 후에 다시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매기므로 이중과세다. 지방세를 포함한 소득세 최고세율이 49.5%이고 상속세 최고세율이 실질적으로 60%이므로 거의 징벌적 과세라고 할수 있다.
왜 이런 약탈적 상속세가 일자리 만드는 기업을 죽이는 일일까? 무엇보다도 기업가정신을 해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인간의 이기심을 합법화해서 자유롭게 돈을 벌수 있도록 한다. 이들이 돈을 자유롭게 벌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고, 자유경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좋은 물건을 싸게 살수 있는 소비자복지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약탈적 상속세를 매기면 기업가정신이 사라진다. 기업할 의욕이 없어지는 것이다. 고소득자가 50%에 달하는 소득세를 내고 상속세까지 50%를 부담한다면 소득을 대부분 세금으로 뺏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에 벌어놓은 돈으로 대충 먹고 살게 되어 혁신경제로 새로운 일자리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기업하려는 의욕보다 적당히 탈세하려는 데로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된다. 또 산업생산보다 부동산투기 등 편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부문으로 투자를 돌린다. 이로인해 산업자본이 취약해져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전 국민이 손해를 보게 된다. 다른 말로 하면 경제3주체인 가계, 기업, 국가가 모두 망한다. 기업가정신이 사라져 기업이윤이 줄고, 그 결과 가계도 월급이 줄어 손해 를 본다. 또 그 결과 나라가 걷어야 할 세금도 줄어든다. 경제 3주체가 윈-윈-윈이 아니라 패-패-패가 되어 모두가 망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한국 제조업의 85%, 상장기업의 70%는 가족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대를 잇지 못해 경영권이 넘어가거나 회사가 문을 닫고 있다. 지나친 상속세로 문을 닫고 있어 한국에선 ‘100년 기업’이 어렵다. 그만큼 쌓인 기술과 경영노하우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1973년 설립된 유니더스는 세계 콘돔시장 점유율 중견업체였다. 하지만 2015년 창업주 김덕성 회장 별세 후 사모펀드에 결국 경영권이 넘어갔다. 2세인 김성훈 사장이 세금 분할 납부를 신청하며 회사 경영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약 50억 원의 상속세를 부담하기 어려워 2017년 11월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팔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자기업 농우바이오도 2013년 창업주 고희선 명예회장 타계 후 1200여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해 유족들이 회사를 포기했다. 결국 2014년 농우바이오는 농협경제지주에 팔렸다.
또 점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손톱깎이업체 '쓰리세븐'은 2008년 창업주 김형규 회장이 갑자기 타계하면서 유족들은 약 150억 원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지분 전량을 팔았다. 밀폐용기 국내 1위 업체 락앤락 창업주 김준일 회장은 생전에 상속세 부담 등을 고려해 2017년 6,200억 원을 받고 회사를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에 팔았다. 이밖에 광통신 소자제조업체 우리로광통신, 온라인 화장품 판매사 에이블씨앤씨, 신발갑피 원단 제조업체 유영산업 등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을 포기한 대표적 사례다.
▢ 지나친 상속세는 적대적 행동주의 자본의 공격대상이 된다.
기업소유주가 승계하면서 50% 이상의 상속세를 내면 그만큼 지분이 줄어들어 경영권이 불안정해지게 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12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총수일가가 보유한 주식을 팔아 지분율이 더욱 낮아졌다.
이것은 투기성 행동자본의 경영권 간섭과 탈취가능성을 높이는것이다. 안그래도 투자를 위해 쌓아놓은 사내유보 등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데, 소유주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지면 그 방어막은 그만큼 더 취약해지게 된다. 행동주의 투기자본들이 지분을 늘리거나 소액주주들을 규합해 경영권을 침해하거나, 회사 장래는 어찌되든 말든 터무니없는 이익배당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합병과정에서 SM경영진이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를 지지해 대주주였던 이수만 씨가 경영권을 빼앗기는 과정에 개입했다. 또 JB금융지주(전북은행계열) 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 정책이 부족하다며 주당 900원 결산 배당을 요구하고,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하는 제안도 하는 등 기업경영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 또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은 KT&G를 대상으로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을 제안했고, 태광산업, BYC의 주요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와 이사회 선진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했다. 삼성 이건희 일가 지배권을 강화시키는 솔깃한 제안을 했던 헤지펀드 엘리엇은 당기순이익 19조원인 삼성전자에게 현금성 자산이 77조원이므로 30조원을 배당하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엘리엇을 비롯한 소버린, 헤르메스, 칼 아이컨 등 외국계 자본은 대부분 '기업사냥꾼' '먹튀'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투기자본이다.
지나친 상속세 문제는 기업의욕을 꺽는데서 나아가, 기업오너가 빠른 판단과 투자로 무제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만들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이건희 회장 상속세 문제로 골머리 앓고 있는 사이에, 삼성 반도체가 매출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빼앗긴 것은 하나의 사례다. 그 이유가 반드시 상속세 문제만은 아니지만, 기업총수가 기업경영에만 집중하지 못하게 발목 잡는 것이 약탈적 상속세인 것은 분명하다. 이렇듯 약탈적 상속세는 우리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데 불리한, 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 주요 선진국 상속세는 어떨까요?
상속세가 없는 나라가 있을까? 캐나다, 스웨덴, 호주, 이스라엘, 멕시코 중국, 인도, 뉴질랜드,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러시아 등은 상속세가 없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절반에 달하는 20개국이 직계비속에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습다.
상속세를 내는 나머지 18개국 중에서는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일본(55%) 다음으로 가장 높으며,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가 적용될 경우에는 최고세율 60%로, OECD 38개 나라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상속세가 재분배가 되므로 유지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무책임합니다. 정부가 상속세를 걷어 써버리자는 말인데, 황금알 낳는 거위배를 갈라 나눠먹자는 사회주의자들의 논리입니다.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새로 만드는 ‘가업기업’의 안정적 승계가 갖는 장점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주장이다.
▢ 상속세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해야
상속세 폐지와 관련해 교훈을 주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도 1910년대 중반부터 상속세율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고, 1970년대 중반에 최고조에 달한다. 자본이득세와 합칠 경우 상속재산에 대한 최고세율은 거의 70%대에 육박했다. 이 약탈적 상속세에 문제제기한 사람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다. ‘말광량이 삐삐’ 동화작가로 유명해진 사람이다. 이 분이 1970년대 말 본인의 상속세 한계세율이 100%를 넘는다는 사실을 사회에 고발했다. 1984년 제약회사 아스트라의 피상속인은 전재산으로도 상속세를 내지 못해 파산하기도 했다. 1990년대의 스웨덴 금융위기로 상속세의 문제는 더욱 부각되었다. 이케아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 창업자가 상속세를 견디지 못하고 스위스로 국적을 옮기고 본사는 네덜란드로 이전해 버렸다. 스웨덴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후 2004년에 상속세를 폐지했다. 그 후로 다른 나라들도 상속세 폐지 행렬에 동참했다. 2007년 스웨덴은 부유세까지도 폐지해 버렸다.
독일도 기업과 고용을 유지하는 한 상속세가 거의 없고, 기업을 처분할 때 상속세를 납부한다. 상속세를 폐지한 대부분의 나라들도 완전 폐지가 아니라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했다.
그래서 최소한, 부동산이나 금융 부자 등 일자리 창출 등의 사회기여가 적은 기업에 대한 상속세는 유지하더라도, 일자리 만드는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부에 대한 상속세는 폐지하여 안정적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부동산 등 불로소득에 투자하는 투기자본도 생산성 투자로 유도할 수 있어, 산업경쟁력강화와 혁신경제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상속세 폐지 대신, 기업은 사회책임경영에 더욱 나서야!
그동안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끊임없이 있었지만, 그 반대 급부로 기업이 사회에 내놓을 것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래서 상속세 폐지 주장은 부자들만을 위한 주장이라고 여겨져 왔다. 상속세 폐지주장이 힘을 얻지 못한 이유이다.
따라서 국민이 상속세를 폐지해주는 대신, 기업도 국민을 위해 무언가를 내놔야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정신에 바탕한 사회책임경영은 사회대타협으로 유명한 스웨덴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모델은 상속세폐지와 직접 관련은 없으나 국민과 나라가 기업경영권 승계를 보장해줬다는 데 뜻이 있다.
1938년 샬트셰바덴에서 경영자연합과 노총, 사민당 정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황금주제도를 도입하는 대신, 기업은 사회책임경영을 하는 대타협협정문을 만든다. 황금주 제도는 주식을 A형과 B형으로 나눈다. A형은 기업총수 일가만 가지되 1주 가치는 계열사별로 적게는 일반 의결권주의 10배에서 많게는 1천배에 달해 안정적인 경영권승계를 보장해준다. 대신 이익배당은 없고 일반의결권주인 B형 주식만 이익배당을 받습니다. 그리고 △ 기업은 이익금의 85%를 법인세로 납부한다는 것이었다. 기업선택 사항이었지만 이후 북유럽에 확산되어 2011년 현재 스웨덴 상장 기업의 55%, 핀란드 상장 회사의 36%, 덴마크 상장 주식회사의 33%가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협약에 규정된 해고 노동자의 재교육과 직장 알선을 주선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스웨덴 노사관계 안정의 밑거름이 된다.
지금은 1938년에 맺은 샬트셰바덴 대협약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 정신이 후퇴한 것은 아니다. 더욱 더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스웨덴 대표재벌인 발렌베리재벌은 수익금의 80%를 국민 미래일자리를 위해, 누구도 투자하지 않는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학술 지원 등에 쓰고 있다. 스웨덴 과학자 치고 발렌베리 재단 연구자금을 받지 않은 이가 없고 노벨상위원회에도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한때 탐욕스런 재벌이란 나쁜 이미지를 가진 발렌베리가 존경받는 재벌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 그룹 총수들은(매 세대마다 2명의 총수를 둠) 구스타프 국왕 못지 않은 국민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우리는 스웨덴과 다른 노사문화와 발전과정에 차이가 있으므로 반드시 스웨덴기업과 같은 사회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우리 기업 현실에 맞게 사회책임경영을 하면 될 것이다. 지금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사회적 공헌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도 발렌베리 사회책임경영 모델을 공부한 바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은 스웨덴 사회대타협모델을 공부하기 위해 발렌베리 재벌을 2번 시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과 이재용 회장은 15년 넘게 친분을 유지해 온 사이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은 2003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발렌베리 가문의 지배구조와 사회공헌 활동을 연구하기도 한바 있다. 발렌베리식 지배구조를 바로 도입할 순 없어도 삼성이 가고자 하는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지금은 무한경쟁의 시대이다. 이런 세계질서에서 살아남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위해서 사회대타협은 필수다. 노동과 자본이 싸우는 대신 협력하고, 국민과 국가가 집단지성을 모아 생산성 향상과 복지확대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그 시너지를 나라와 사회발전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바로 그 생존과 번영의 첫 출발점이 사회대타협이다. 이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업경영권 승계를 위해, 상속세를 폐지하고, 기업은 사회책임경영을 하는 대타협을 추진해야 한다. 뜻있는 시민사회가 먼저 사회대타협운동을 시작하고, 여기에 기업과 노조와 정부가 참여함으로써, 국민과 나라가 모두 성장하고 발전하는 선도국가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