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밤, 북한이 우리 정부 경고에도 불구하고 로켓을 발사했다. 2차례 실패 후 발사로 북한 관영방송은 성공발사라고 발표했다. 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관련한 유엔 안보리결의를 위반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사전 경고대로 22일 즉각 9.19군사합의 1조 3항을 효력정지했다.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비행기 기종별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동부지역에서 남북으로 총 80㎞, 서부지역에서 총 40㎞ 영역에서 비행할 수 없다는 내용을 중단시킨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가 자위수단이라고 하지만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 인류가 핵무기확산으로 공멸위기에 처하자 맺은 약속이 핵확산방지조약(NPT)이다. 구냉전시절인 1968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미,영,소 3국 제안으로 이듬해에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인류 약속이다. 기존 핵보유국 기득권은 인정했으나 점차 그 비중을 줄이고, 새로운 핵보유국가를 억제하자는 약속이었다. 이 약속을 북한은 자위수단이라며 어겼다. 말하자면 남들 다 지키는 법을 자신만 안지키겠다는 깡패와 같은 짓을 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살 생각이 없다는 다짐이다.
이런 북한행태는 우리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말로는 한 동포라고 하면서도 늘 대한민국을 아래로 내려다봤다. 대표 사례가 남북 장관급 회담이다. 정동영, 이재정 등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들은 북한 내각참사를 상대했다. 지금은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권호웅 북측 대표단장은 내각 책임참사다. 참사라는 직제는 평소에는 없으나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쓰는 북한 직제다. 이들 직급은 노동당 부부장급이다. 우리로 말하면 차관급이나 차관보급이다. 그러나 북한같은 공산주의 국가는 내각에 앞서 당이 실세다. 정리하자면 실세가 아닌 내각의 차관급이 실세인 우리 통일부 장관을 상대한 것이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내려다 보는 행태다.
이는 김대중정부 햇볕정책이 빚은 부작용 중 하나다. 어떻게 해서든 북한과 대화하겠다며 우리 스스로 격을 낮췄다. 그러다보니 북한은 마치 상국인 듯 대한민국을 내려다보았다. 호의가 되풀이 되니 권리로 착각했다.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은 애초에 햇볕정책을 지지했다. 긴장완화로 당장 주식시장 등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지는 듯했다. 휴전선 접적 지역 땅값도 올랐다. 그러나 햇볕정책 1차 목표는 북핵개발 저지였다. 그런데 노무현정부 때인 2006년에 김정일은 대놓고 1차 핵실험을 했다. 그때 햇볕정책실패를 인정하고 북한에 매를 들었어야 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으로 수십만 명의 주민이 굶어죽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꽃제비라 불리는 유민 어린이들과 북한여성이 중국 인신매매조직에 팔려나간 때가 이때부터였다. 북한 군사력의 토대인 경제가 바닥을 기었기 때문이다.
이런 아사직전의 북한 경제력에 노무현정부 내내 지속된 햇볕정책은 회생의 링겔을 꽂아준 격이 되었다. 노무현 정부가 10.4선언으로 국민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주장하며 원칙대응했어야 했다. 이어진 이명박 정부는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을 중단했고, 천안함사건으로 개성공단사업을 닫았지만, 이미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내달았다.
김정은은 이번 발사에 이어 계속 로켓발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엔이 안보리 결의를 계속 위반하겠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윤석열 정부가 원칙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북한을 잘 아는 태영호 의원은 9.19군사합의 전체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햇볕정책은 나그네가 옷을 스스로 벗을 때 의미가 있다. 햇볕을 쬐어주어도 옷을 벗기는 커녕 더욱 중무장하고 덤벼든다면 철퇴를 내릴 수밖에 없다. ‘오냐 오냐’ 하다간 할아버지 수염을 뽑으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캠프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를 선언했다. 다른 말로 전략국가고 중심국가다. 미합중국과 중국이란 존재 때문에 우리가 세계의 중심국가(중국)란 말을 쓰지 않을 뿐이다. 7위 일본에 앞서는 종합국력 6위의 나라다. 강대국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전술국가가 아니라 스스로 행동하는 전략국가로 발돋음하고 있다.
이런 나라가 세계 최빈국 북한에 끌려다니는 ‘실패한 햇볕정책’은 그만둬야 한다. 아직도 햇볕정책 관성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국민습성이 북한의 오만을 유인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적화 통일전선전술의 여지만 넓혀주고 있다. 훗날 혹시 북한과 대화협력을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북한에 매를 들어야 한다. 할아버지 수염 뽑자고 덤벼드는 망나니 손자를 ‘오냐 오냐’ 해서는 버릇을 고칠 방법이 없다. 호의를 되풀이 하니 권리로 착각하는 북한에 사회생활을 어찌해야 하는 지 알려줄 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