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 기사입력 2023.11.25 19:45
  • 기자명 김석수 컬럼니스트
▲김석수 직접민주주의 원장
▲김석수 직접민주주의 원장

북한이 대한민국을 얕잡아보는 근거는 대체로 3가지다. 먼저, 남한 괴뢰국론이다. 한동안 사라진 이 이름이 요즘 다시 북한 관영방송에 나타나고 있다. 남한이 미제의 꼭두각시라는 말이다. 물론 이렇게 부르는 것은 구도전략 때문이다. 자신들은 정상국가고 한국이 비정상국가라는 구도다. 즉 남북관계에서 자신들이 도덕적, 법적 우위에 서있다는 기정사실화 전략이다. 그런 북한이 정작 소련의 허락과 중공의 참전으로 벌인 전쟁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다. 유엔군의 일원인 한국이 미제의 괴뢰라면, 쏘련의 전쟁개전 승인과 중공의 무력지원으로 침공했던 북한도 중소의 괴뢰라 할수 있다. 그래서 남북은 구냉전 시절 서로 남괴니 북괴니 하며 격을 맞췄다. 

북한이 한국을 내려다보는 또 다른 근거는 자신들만 휴전협정 당사국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정전협정문에 대한민국 이름은 없다. 당시 한국전쟁은 법적으로는 유엔군이 일방이고 북한군과 중공군이 다른 일방이다. 그러나 한국은 유엔군에 작전권을 이양했다. 유엔군에 한국군도 있으니 당연히 한국도 당사국이다. 물론 형식만 보자면 당사국이 아니나, 왜 그 형식에서 대한민국이 빠졌는가는 우리 국민이 다 안다. 이승만 대통령은 훗날 전쟁을 막기 위해 압록강까지 진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소한 평양과 원산을 잇는 지점까지 회복해야 한다며 휴전에 반대했다. 이런 이승만을 달래기 위해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대응했다. 맥락으로 보자면 침공한 북한이 휴전을 원했고, 침략당한 대한민국은 후환을 없애기 위해 통일전쟁을 주장한 셈이다. 휴전협정 당사국이 아니라는 형식은 휴전을 반대했던 대한민국 자주권이 돋보이는 대목으로 볼수도 있는 대목이다.  

세 번째 이유는 대한민국 정체성 시비다. 자신들은 친일파를 숙청한 자주의 나라, 주체의 나라인 반면, 남한은 친일파들이 세운 나라라는 것이다. 이런 북한 주장은 한국내 일부 이적 좌파들 주장에도 드러난다.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라는 점은 아래 표가 보여준다.     

북한이야말로 친일파들이 세운 나라고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가들이 세운 나라다. 일부 이적 좌파들이 대한민국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북한주장 연장선에 있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란 운동권 입문서에서 비롯된다. 민주화운동을 이념화하기 위해 극단으로 치달은 책들이 마치 민주주의 입문서인 것처럼 여겨져왔다. 책 한권 읽고 세상 다 아는 척하는 무식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 한쪽 방향으로만 일관한 독서가 신념체계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북한과 일부 국내 이적 좌파들은 늘 대한민국을 깔보고 얕잡아 봤다. 특히 우리 호의를 권리로 착각한 북한행태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우리 실세인 통일부 장관과 북한 허세인 내각참사가 책상에 마주앉았다. 알다시피 북한은 당이 지배하는 나라다. 우리 통일부장관 맞상대는 실세인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어야 했다.

그런데 허세인 내각 참사, 그것도 임시로 만든 참사 직제의 차관이나 차관보급을 내세워 대한민국 장관을 상대해왔다. 햇볕정책을 위한 우리 정부의 양보를 권리로 착각해왔다. 북한 버릇을 그렇게 잘못 길들인 것인데, 도덕적, 법적으로 우위에 서있다는 북한주장을 승인한 꼴이 되었다. 햇볕정책 추진자들이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쓴 격이 북한의 핵개발이란 배신으로 돌아왔다. 

세상은 흘러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미중간 경제력다툼으로 탈냉전시대가 저물어갔다. 그리고 2022년 1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으로 신냉전 질서가 벼락처럼 닥쳐왔다. 신냉전 조짐이 이어져왔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실패한 햇볕정책 관성으로 북한을 대접해왔다. 미북간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어도 마치 죽은 자식 xx만지듯 실패한 정책에 미련을 두었다. 그 참담한 후과는 북한의 약속위반이다. 9.19 군사합의를 무려 3600여번이나 어겼다.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유엔 안보리 결의도 수시로 어겼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극히 일부 이적 좌파들이, 아직은 탈냉전 관성이 남아있는 국민을 선동해 북한우위전략을 연장해왔다. 북한이 뺨을 때리고 수염을 뽑아도 ‘오냐오냐’ 하는 것이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강변해왔다. 북한 주먹질에 맞대응하려는 정부의 방어적 주먹질을 저지하고 그 팔을 꺽는 이상한 현상이 일상이 되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실험을 금지한 유엔안보리결의를 위반해 정찰위성발사라며  도발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은 우리 군이 사전 경고했음에도 아랑곳않고 핵무기개발 때와 같은 논조로 자위권 주장이라며 우리와 유엔을 무시했다. 이에 경고한대로 우리 정부가 최소한의 방어조치로 9.19 군사합의 1조 3항을 일시 효력정지 시켰는데,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미 3600번이나 위반한 9.19군사합의를 완전폐기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최신 무기를 휴전선에 전진배치시켰다.

사실 핵을 가진 북한만 이로운 9.19 군사합의는 우리가 우위에 서있는 공중정찰능력만 무력화시킨 꼴이 된 것이어서 불평등 조약이라고 봐야 하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고자 군사합의 10조 3항 일시정지하고 북한의 성의를 촉구했으나 북한은 적반하장으로 군사합의 완전폐기와 휴전선 신무기 배치로 나왔다. 이적 좌파선동에 놀아난 대한민국 일부 세력은 이런 북한을 두둔하고 우리 군이 평화를 해친다는 북한주장을 되풀이한다. 마치  연개소문의 아들 남생과 남건 형제가 반목해 멸망한 고구려를 떠올리게 하는 한심한 분열상이다.  

북한 핵개발 저지를 위한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은 절대 다수 국민이 지지했다. 서독이 동독에 대한 햇볕정책으로 전쟁없는 통일을 이뤘듯이 우리 국민도 그런 통일을 꿈꿨다. 그 김대중 정부에 국민이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배신으로 돌아왔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 북한은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웃는 입에 달콤한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는다는 구밀복검, 그 자체였다. 그 직후 노무현정부는 햇볕정책에 대한 환상을 접었어야 했다. 

사실 북한의 막무가내도발은 우리가 자초한 면이 크다. 북한의 법적, 도덕적 우위를 인정한 꼴이 된 그간의 양보로 대화와 협상 운동장이 크게 기울어졌다. 북한 도발은 무감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최소한의 정부대응은 말려야 할 맹동으로 취급해왔다. 이런 북한의 기정사실화 전략에 놀아나는 이들이 우리 안에 적지 않다. 실패한 햇볕정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햇볕교조주의가 변화된 신냉전 질서에 둔감한 국민의식을 만들고 안보심리가 무너지고 있다. 

멸망이 어느날 벼락같이 온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실은 그 멸망으로 가는 궤도에 올라탄 열차가 서서히 오고 있는 것이다. 조선통신사 부사인 동인 김성일의 당쟁우선주의 평화론이 결정적인 오판으로 임진왜란을 자초했다. 그나마 이순신의 유비무환이 망할 나라를 구했다. 

이제라도 잘못 기울어진 운동장은 바로잡아야 한다. 당장 우리 생존은 물론이고, 향후 있을 남북대화와 협상을 위해서라도, 또 미래세대에 의한 평화통일을 위해서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바로 잡아야 한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우습게 보고 장난질하듯 하는 대화와 협력에는 진정한 평화로 가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상하로 나뉘어져 있는 관계에서 맺는 합의는 언제라도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관계는 상대를 기만해 통일전선전술에 활용하기 위한 밑자락깔기 전략 외에는 다른 뜻이 없기 때문이다. 

그 수평적 운동장을 위해서는 북한도발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멀쩡한 자국민 1200명을 학살한 하마스를 초토화시키는 이스라엘처럼, 또 늘 북한이 말한 대로, 도발에는 백배, 천배 되갚아줄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 1차 연평해전 대승으로, 간을 보던 김정일이 비로소 대화테이블로 끌려나왔던 역사를 상기해야 한다. 상대 선의에 기대는 나약한 평화론은 오히려 상대의 지배야욕을 더 부추긴다는 자연계 법칙을 떠올려야 한다. 만만하게 대해도 되는 대상은, 결국 만만하게 대하는 주체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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