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북한은 ‘9.19군사합의를 전면파기’한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21일 22시 42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성공적으로 발사를 하였다. 1차 발사는 5월 31일 군사정찰위성으로 위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
2차 발사는 8월 24일 북한은 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명목으로 발사했으나 실패하였고 3차 발사에서 성공하였다. 북한은 정찰위성발사가 자위권 강화에 관한 합법적 권리라는 궤변(詭辯)과 달리 주변국에 대한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유사시 전쟁준비태세를 확고하게 하기 위한 도발에 해당되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왓슨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우주발사체(SLV)를 발사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하면서 “이번 발사가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자 역내외 안보상황을 불안정하게하는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9.19군사합의 전면파기’는 일찍이 예견된 군사안보적 문제이고, 최근 북한이 21일 ‘만리경-1호’를 ‘천리마-1형’의 발사체로 발사한 것은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도발이었다. 이에 정부는 22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서 11월 22일 15시부터 ‘9.19 남북군사분야합의서’ 제1조 3항 군사분계선 및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조항을 ‘효력정지’시켰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조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남북군사합의서는 획기적인 남북합의로써 제1조에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되었으나 북한의 고의적인 위반행위로 계륵(鷄肋)과 같은 취급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23일 ‘전면파기’ 선언을 하였고, 남북군사합의서의 전부 효력이 정지되었다.
이처럼 북한군의 남북군사합의 위반사례는 2023년 1월 15일 기준으로 북한에 의하여 총17건이 위반이 있었으며, 남한은 총2회인데 대북 대응(경고)사격으로 선제적 위반사례는 없었다. 북한군의 주요위반사례는 2019년 11월 23일 창린도 해안포 사격이었으며, 2020년 5월 3일 GP총격전으로 북한의 총격에 대응사격이 발생했다.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으로 인한 낙탄사건으로 북한군이 3~11회차, 13~16회차를 위반한 다발사례였다. 12차 위반사례는 반항공미사일 SA-5가 원산에서 발사되었고, 17차 위반은 2022년 수대의 무인기(UAV)로 영공침범을 하였고, 이에 따라 국군도 정찰자산을 MDL이북으로 운행한 사례가 있었다. 이외에도 북한군의 해안포 개방횟수만 3,400건에 이르고, 북한의 자극을 피하려고 위반언급을 자제해왔으나 사실상 실효성여부를 국방부는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다. 그리고 이번 천리마-1형 제1~3차 발사를 추가하면 총20차례 밥먹듯이 위반한다면 9.19남북군사합의서는 사문서(死文書)나 다름없지 않은가?
사실 북한의 선의(Good will)에 매달려서 ‘역사적인 파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를 서명하고, 마치 “남북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한다고 서문에 명시한 이 합의서가 대한민국의 안보의 족쇄(足鎖)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이번에 폐기 된 것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천우신조(天佑神助)가 아닐 수 없다. 이미 합의서는 북한의 한국군 무력화 전술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 이번 국방부의 일부효력 정지와 관련하여 북한에 전부파기의 빌미를 준 것으로 비난하고 있으나 그것은 매우 잘못된 안보적 편견이다. 야당측의 “안전핀을 뽑아버린 악수 중의 악수”라는 비판은 오히려 “안전핀이 뽑힌 줄도 모르고 시한폭탄을 안고다니는 꼴”이었다는 현실적 관점에서 지난 5년간의 남북군사합의서 위반사례를 살펴보면 안다. 남북군사합의서의 준수는 유엔안보리 결의준수의 연장선상에서 준수되어야하는 보편타당한 합의이지 남북한군의 예외적인 이면계약(裏面契約)이 아니다. 북한군에 국가안보를 내준 책임도 따져봐야한다.
더 이상 남북군사합의가 지속된다면 한국군은 북한군의 군사적 기습에 ‘족쇄찬 군대’로 전락되게 될 뻔했고, 북한군 전방사단병력의 군사적 활동을 감시할 수 없는 족쇄를 차고있는 꼴이다. 그리고 북한군의 기습공격시 한국군의 정보부재로 초기 전투력발휘가 실기(失機)하여 수도권 방어가 불가하고 연합전력발휘를 위한 시간적 공간적 실패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위기에 노출된다. 군사분계선 상공에 모든 기종의 비행금지로 북한군의 각종 공격징후에 대한 포착이 불가하여 군사적으로 한국군 정보자산의 운용에 족쇄를 그동안 차고 있었다. 지난 합의 5주년을 맞아 다수의 중앙언론이 폐기를 검토해야하다는 사설이 등장했고, 북한이 비핵화를 외면하는 한 쓸모없는 합의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제라도 국방부의 단호한 결기로 국가안보의 족쇄가 풀렸다는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고, 군은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정상적인 대북전쟁억제력을 견고히 하면 된다. 로마의 군사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