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인임을 깨닫게 한 스리랑카 여행

  • 기사입력 2024.02.09 11:09
  • 최종수정 2024.02.09 11:10
  • 기자명 이석복 칼럼니스트
이석복(수필가,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이석복(수필가,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인생에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임을 갖게한다. 마크 트웨인은 여행에 대하여 “세상을 여행하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라”고 말한 것은 충분한 의미를 담고있다고 느낀다. 나의 입장에서도  미지의 세상으로 여행하는 것은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인천공항에서 8시간 비행하여 생전 처음 방문한 인도 대륙 남단 인근의 인도양에 있는 스리랑카(Srilanka)라는 섬나라의 제1도시(옛 수도)인 콜롬보(Colombo)에서 ‘남아시아 국제 태권도대회’와 ‘밝은 사회 클럽 국제대회’를 참관하는 희귀한 경험을 하였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문화교류운동본부(ICKC)’ 일행이 지난 2023년 12월 6일부터 11일까지 스리랑카를 방문하게 된 동기는 ‘세계 태권도 연맹(World Taekwondo)' 과 ’밝은사회클럽국제본부(GCS International)'의 총재를 겸임하고 있는 조정원 총재(전 경희대 총장)가 ICKC의 총재이기도 한 인연 덕분이다.

좀 더 정확히 내 경우를 얘기하면 나와 30년 지기(知己之友)인 ICKC 재정위원장의 동참 제의가 없었다면 이런 기회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을 것이다. 두 개의 국제대회를 참관하면서 우리 대한민국이 뜨겁게 자랑스러웠고 감동을 넘어 경이스럽기까지 했다. 아시다시피 태권도는 우리나라에서 발원하여 세계인이 단련하는 글로벌스포츠가 되었고, 우리 고유의 홍익인간(弘益人間)정신도 태권도를 통해 세계 평화운동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지난 12월 7일 콜롬보의 실내 스타디움에서 조정원 총재가 태권도 대회 시상식에서 연설과 시상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스타디움을 꽉 메운 관중은 물론 스리랑카 체육부장관 등 남아시아 10여개 국가들의 임원들과 젊고 어린 1,500여명의 선수들이 날렵한 태권도 도복을 입고 진정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광할 때 둔감하기 이를 데 없는 내가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세계 태권도연맹에서는 분쟁으로 인한 요르단 및 시리아 난민들과 스리랑카를 비롯한 캄보디아, 네팔 등 8개국에 ‘케어스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소외 계층에 대한 태권도 지원을 통해 꿈과 미래를 키워주고 있다고 했다. 우리 ICKC에서 태권도 발전기금으로 일부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 이렇게 효용성있게 쓰여지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보니 오히려 부족하지 않나하는 자괴지심 마저 들었다. 이렇게 세계 태권도연맹이 정성을 다한 각고의 노력으로 스리랑카에서도 한국 대사관과 교민들까지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고 성대하게 발전된 것이다.

12월 8일, 우리가 묵고있던 갈라다리(Galadari)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밝은 사회 클럽 국제대회’는 직접 참가한 14개국 대표와 화상으로 40여 개국의 대표가 참가하여 진행되었다. GCS국제본부의 사무총장은 우리 ICKC의 이사이기도 한데 유창한 영어와 재치로 행사를 노련하게 진행하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등의 전쟁과 분쟁의 조기 종식을 촉구하는 벨기에 대표의 화상 발표가 있었고, 그런 내용을 담은 ‘2023 콜롬보 평화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이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활동 사항을 발표하는 등의 순서에 약 5분간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갖는 특이한 장면에서 나는 이 행사에 빨려들어가는 듯 집중하게 되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격언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대회에서는 ‘평화는 개선(전쟁에서의 승리)보다 귀하다’, ‘태권도를 통한 세계 평화’, ‘마음에 평화, 가슴에 태권도’, ‘제42회 유엔 평화의 날’ , ‘9월 21일 유엔 세계 평화의 날’ 등의 영문 문구가 적힌 5개의 피켓을 들고 전원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에서 “여러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번 국제대회에 우리 한국에서는 ICKC에서 나를 포함해 재정위원장 외에 전 국회의원 등 4명이 참여하였고, 세계 태권도연맹과 GCS클럽 임원분들 13명 등 모두 17명이 동참하였는데, 모두 국위선양과 세계평화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분들이었다.

두 행사를 지켜 본 전 국회의원은 “이제 우리는 세계인이다”라는 말로 감동받은 심정을 표현하였다. 우리의 달라진 위상을 이 이상 더 어떻게 잘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나는 이 말에 크게 울림이 왔다. 우리나라는 정치인들만 조금 더 잘하면 정말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세계인’의 나라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민들이 엇나간 정치인들을 만든 책임감을 느껴야 진정 세계인이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두 국제 행사를 보람있게 참관한 후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날부터 이틀간 스리랑카의 이모저모를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리랑카는 우리나라의 3분의 2정도(6만5천㎢)의 영토에 온화한 열대 기후의 자연이 아름답고, 역사가 깊은 세계적 불교문화 유산과 자원이 풍부한 나라로 한때(1972년경)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국민 소득이 높았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실론(구 국가명)홍차로 널리 알려졌었다. 그러나 싱할리족(75%) 다음 인구 2위(15%)인 타밀족의 독립투쟁으로 27년간 피비린내 나는 내전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에 발을 잘못 들여놓아 얼마 전 국가부도를 선언할 정도로 피폐했었다고 했다. 역시 잘못된 정치인들 탓이다. 지금은 스리랑카 국민들이 국가지도자와 중국을 무척 원망스러워하고 있지만 중국에 일부 땅을 주고 빚을 탕감받으면서 겨우 어려운 고비를 벗어나고 있었다.

콜롬보 공항에서부터 거리 곳곳에 걸린 삼성과 LG상호가 우리나라와 낯설지 않은 관계를 일부나마 보여주는 듯 했다. 이번 탐방 기간 내내 대형 버스로 이동 시 스리랑카 경찰의 컨보이가 항상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 줘 스리랑카 정부의 배려에 감사했다. 나는 귀국하면서 문득 2023년에 실패한 ‘2030 부산엑스포’ 유치운동에 정부와 유치위원회에서 세계 태권도 연맹조직을 적극 활용하였으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었을텐데 하는 ‘버스 떠난 뒤 손드는 격’의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만큼 세계 태권도 연맹은 우리나라가 키워 온 귀중한 세계적 자산이어서 국제적 이슈에 관련하여 개발도상국에게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번 스리랑카 방문은 아직 덜 숙성된 단계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이미 세계인으로 우뚝 서있음을 뼈저리게 느낀 우리 자신의 재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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