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작가 홍세화, 투병중 별세···향년 77세

남민전 연루 망명생활 20년만에 귀국, 가난한 사람 위한 '장발장은행' 설립
'톨레랑스' 역설, 사회운동가·작가·정당인 등 다양한 활동 전개

  • 기사입력 2024.04.18 20:54
  • 최종수정 2024.04.18 22:06
  • 기자명 전종수 기자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잘알려진 진보지식인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이 18일 오전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잘알려진 진보지식인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이 18일 오전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NGO신문=전종수 기자]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잘 알려진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이 18일 오전 향년 7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해 2월 전립선암을 진단받고 투병중이었으며, 이날 입원해 있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서울 경기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금속공학과에 입학 한후 자퇴한 후 다시 같은 대학 외교학과에 입학한 그는 1972년 민주수호선언문 사건으로 제적됐다가 다시 복학해 1977년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한 무역회사 유럽 주재원으로 근무중 이른바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오랫동안 귀국하지 못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망명 생활을 시작했다.

남민전 사건은 당시 민족일보 기자 이재문 등이 1976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를 결성해 박정희 유신 독재 체제를 비판하는 유인물 등을 배포한 혐의로 80여명이 공안 기관에 체포된 사건이다.

남민전 사건에 연루된 그는 1979년 당국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귀국할 수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는 생계를 위해 택시 운전, 관광객 안내 등의 일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 에세이 1995'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창작과비평사)를 출간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톨레랑스'(관용)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변화와 성찰을 촉구해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파리에 머물고 있어 출판 기념회도 저자 없이 진행됐으나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996월 망명 약 20년 만에 일시 귀국한 홍세화는 당시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시 전체가 인간적 정감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철학만 가졌다면 한강을 파리의 세느강보다 더 크고 아름답게 가꿀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과 함께 박정희 정권의 성장 우선주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2002년 완전히 귀국한 그는 한겨레신문 편집국 기획위원을 맡으면서 활발한 저술·논평 활동을 벌이면서 톨레랑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2년 완전 귀국, 진보지식인으로 다양한 활동 전개

사회문제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어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공무원 노조 탄압 반대 등의 각종 시위에 참여하고, 제주 해군 기지 백지화를 요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가운데 2011년에는 진보신당 대표로 선출돼 당을 이끌기도 했다.

그에게 장발장은행 은행장이라는 직함이 붙게 된 것은 2015년에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형편이 안 돼 노역할 위기에 놓인 이들에게 최고 300만원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을 설립하면서 부터다.

그는 대표작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이후에도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1999), '아웃사이더를 위하여'(2000),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2002), '불가사리'(2003), '빨간 신호등'(2003), '미안함에 대하여'(2020), '능력주의와 불평등'(2020)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장례는 한겨레신문사 사우장으로 치르게 되며, 빈소는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18일에는 11호실에서 오후 7시부터 조문할 수 있다.

20일 오후 6시 장례식장 1층 영결식장에서 사회단체 주최로 홍세화 추모제를 진행하며, 발인 및 영결식은 21일 오전 8, 같은 날 오후 3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봉안식을 엄수될 예정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