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통일은 ‘소원’이 아닌 ‘가치’로 이루어 보자!

  • 기사입력 2024.05.13 20:02
  • 기자명 강경표 칼럼니스트
▲강경표 박사/동강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강경표 박사/동강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는 부르거나 듣는 이의 통일에 대한 지극한 염원을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이 노래를 듣는 빈도수가 점점 적어졌음도 실감할 수 있다. 그만큼 통일에 대한 꿈과 희망이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을 받는 것은 비단 필자의 느낌만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국민의 통일의식조사(2023년)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매우 심각했다.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와 ‘약간 필요하다’의 긍정적 항목에 대한 응답률은 전 연령대를 합해 43.8%에 불과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28.2%인 반면, ‘통일이 별로 필요 없다’와 ‘전혀 필요하지 않다’의 부정적 측면의 응답률은 무려 41.2%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이 통일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았다. 또 통일이 되지 않아야 할 이유로는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이 33.9%로 가장 높은 값을 보였고,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가 28.7%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조사가 주는 함의는 우리 사회에서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반면, 통일이 되면 좋고 아니면 평화로운 현재의 분단 상황이 지속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긍정성이 약화된 것이 단지 이 조사 하나뿐이라면 차라리 조사상의 오류라고 여기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변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의견도 이 조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분단 이후로 우리는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왔다. 우리 정부는 아예 통일 전담 부서를 만들었고, 통일교육원을 신설하여 대국민 통일 교육에 나선 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 국민은 통일을 점차 민족적 과제로 여기지 않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이 우리의 의식과 현실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하는 문제를 심각히 반추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실적으로 남북 분단으로 인해서 가족과 생이별했던 분들이 대다수 세상을 떠났고, 이제는 남과 북이 혈연적으로 대가 멀어졌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은 북한 땅 자체에 대해서 멀리하고 싶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이런 이유로 통일 노력을 등한시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오히려 이를 바탕으로 그간의 통일 노력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필요한 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야만 한다. 

  통일은 자유와 인권 그리고 우리 민족의 번영과 관계된 것이지만 더 우선적으로는  현존의 국민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통일을 위해서는 ‘통일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더 나아가서는 ‘통일이 어떤 이유에서 필요한 것인가?’를 명확히 해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비젼을 제시해야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것’이라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의견도 제시된 바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국·내외적 정세를 살펴보면 통일의 시기는 먼 훗날까지도 고려해서 준비해야 할 장기 과제로 보인다. 따라서 통일을 준비한다는 것은 통일의 주역이 될 수도 있는 차후 세대가 통일에 관심을 유지하도록 통일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는 1990년 재통일을 이룬 독일의 통일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독일은 1969년 ‘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내적 통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교육을 진행하면서도 동독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도 북한 실상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국민 통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통일을 책임질 확률이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미래 세대에 대한 맞춤형 통일 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일 교육의 내용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서울대 조사에서도 통일 조건으로 우리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는 경제적인 실리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통일 교육은 기성세대가 받았던 ‘단군 할아버지 이래 단일 민족’이라는 민족적 당위성만으로 현재의 젊은 세대를 납득시키기는 어렵다. 또한 정치적 논리나 이념도 시효를 다했다. 더욱이 우리는 이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어 다양성의 사회에 살고 있다. 

  따라서 통일의 당위성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우리 한반도에 가져다줄 경제적 ‘가치’를 제시하여 통일 준비 세대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즉, 통일 교육은 실질적으로 통일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가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펴놓은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통일로 인해 우리 한반도와 우리 민족이 앞으로 향유하게 될 ‘부(富)’에 대한 미래 청사진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가치가 주는 득실에 따라서 통일에 대한 이후 세대의 관심도와 열망이 저울질 될 것이다. 이에 따라서 정부 각 부처는 통일에 따른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반도 미래를 분석하여 국민에게 소상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기성세대에 대한 통일 당위성이 ‘정서적 소원’이었다면 이후 통일을 책임지게 될 젊은 세대에게는 통일이 우리의 삶에 가져다줄 수 있는 ‘실질적 가치’에서 비젼을 확인할 수 있도록 통일 교육의 체계와 내용을 변화시켜야 한다. 앞으로는 통일의 ‘가치’가 미래 세대의 통일 의지와 동력을 살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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