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물풍선’과 김여정 담화에 숨겨진 북한 속내 읽기

  • 기사입력 2024.06.12 22:36
  • 최종수정 2024.06.13 16:46
  • 기자명 유판덕 칼럼니스트/한국평화협력연구원 수석부원장
▲ 최근 북한 ‘오물풍선’ 이미지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미지를 필지가 합성
▲ 최근 북한 ‘오물풍선’ 이미지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미지를 필지가 합성

지금 한반도는 “전쟁 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라는 김정은의 주장처럼 치열한 심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남한의 탈북민 단체에 의한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가 그것이다. 북한은 6월 12일 현재 총 4차에 걸쳐 ‘오물풍선’을 살포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세 차례에 걸쳐 담화 심리전(김여정 2회, 김강일 북한군 국방성 부상 1회)을 전개했다.

북한의 논리와 주장은 《표현의 자유》와 《국제법》을 들먹이면서까지 우리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것이다. 왜 이 시점에 ‘오물풍선’과 함께 집단 ‘말폭탄 심리전’을 전개하는지 북한의 속내를 몇 가지 짚어본다.

첫째, 시점 문제다. 이는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2020년 12월 14일 지금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로 개정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른바 ‘김여정 하명법’ 또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이 2023년 9월 26일 헌재로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내려져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법적제재가 사실상 불가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로선 야권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세습·독재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겨냥한 대북전단 살포를 어떻게라도 막아볼 의도로 ‘비정치적인 오물’을 풍선에 매달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정치선동’에 대한 북한 당국의 민감한 심리를 읽을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대북전단 위력’을 다시 확인시켜준 것이다. 2020년 6월 4일 김여정은 ‘《탈북자》 쓰레기들이 반공화국삐라를 날려 보내는 망나니짓,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척하거나 부추기는 놈, 저렬하고 더러운 적대행위,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고,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철거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등 온갖 협박과 악담을 했으며, 급기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2020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남한의 정부·여당이 교체되었고, 전단살포에 걸맞는 북한이 사용할 카드를 이미 소진한 상태다. 따라서 김여정은 탈북민 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을 수차에 걸쳐 ‘정치적 선동 오물’이라고 비난하며 자신들이 살포한 ‘오물풍선’은 “한국의 쓰레기들이 우리에게 들이민 도발적 정치 선동물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강변했다. 

이는 남한을 비방하는 ‘정치적인 삐라(전단)’로서는 승산이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북한 최고지도부의 고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자신들은 정치적 목적의 전단을 살포하지 않으니 남측에서도 ‘그 선’을 지켜달라는 ‘암묵적인 신사협정’을 요청한 것은 아닐까?

셋째, ‘고강도 군사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와 남남갈등 조장의 심리전이다. 김여정이 담화에서 말한 “낮은 단계의 반사적인 반응”과 관련하여 특별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지속 살포와 우리 정부(군)의 원칙적 대응(대북확성기 방송 등)이 계속될 경우 무력도발을 포함한 자신들의 추가 행동(“새로운 우리의 대응”)에 대한 ‘정당한 명분’을 쌓는 것이다. 또 우리 중앙정부와 접경 지역 지자체 간, 진보와 보수층 간의 갈등을 조장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거나 정도를 약화시킬 심산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갈등의 불이 붙었다. 이 ‘오물풍선 도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김여정 하명법 제정’을 상기시킨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김정은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적대적 두 국가론’ 주창 이후 누구나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도발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물풍선 도발’을 짐작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 지도부는 ‘천안함 폭침’ ‘무인기 침투’ 그리고 이번 ‘오물풍선 도발’처럼 우리의 예상과 상상을 초월하는 도발 유형을 두고 ‘도발 시기와 대상’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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