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대결 제2라운드’ 시작!

  • 기사입력 2024.07.05 20:57
  • 기자명 유판덕 칼럼니스트
▲ 유판덕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수석부원장/한국예비역장교연합회 편집국장
▲ 유판덕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수석부원장/한국예비역장교연합회 편집국장

제1라운드는 KO 패, 2라운드에서는 최소한 무승부라도 해야 우리는 ‘더럽고 굴종적인 평화와 생존이 아닌 당당한 평화와 생존’을 지킬 수 있다.

필자는 얼마 전 어느 인사와 북한 비핵화 관련하여 설전을 벌였다. 설전의 요지는 ‘비핵화의 명칭과 그 가능성 및 해법’이었다. 비핵화의 명칭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로 해묵은 논쟁 소재이다.

한반도 남쪽에는 분명 핵무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북한과 국내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다. 주장의 근거는 핵무기를 보유한 주한미군이 남한에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북한 자신들의 핵무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억지 논리며, 국내 진보·좌파들 역시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 주장과 사상적으로 동조해왔던 자신들의 노선을 고수하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억지로 뭉개기 위한 곤혹스런 입장 표출일 것이다. ‘가능성 및 해법’도 북한 핵 문제가 표출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 역시 해답이 없는 진부(陳腐)한 과제다. 왜냐면 남북관계에서는 생존에 관한 문제요, 국제사회로서는 신냉전 구조상 양 진영의 이해관계가 견고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전은 승패 없이 끝났다.

분명히 승부와 해결책이 없음을 알면서도 설전을 하게 된 연유는 북한이 지난 6월 19일 세계에서 핵탄두를 가장 많이 보유한 러시아와 ‘전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동맹을 체결한 것과 11월 미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안보 문제에서 일대 파란이 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북-러 조약 제4조에는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우리에게 다가올 북한 핵 위협은 이전과는 차원을 달리할 것이다. 그리고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우리의 생존을 위해 ‘타의(他意: 미국 우선주의, 북-러 밀착강화 등)에 의한 자체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북한 핵 개발 시작 시점부터 북-러 동맹조약 체결까지를 ‘북한 비핵화 대결 1라운드’로, 북-러 조약체결 이후부터를 ‘북한 비핵화 대결 2라운드’로 설정했다. 1라운드 기간 14차례 UN 대북제재를 비롯한 수많은 단독 및 국제제재와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5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과 다종의 미사일 및 핵탄두 성능 개량 등 ‘핵무력 고도화’를 이뤘다. 사실상 1라운드 대결은 서방 진영이 북한에 KO 패를 당한 셈이다.

2라운드 기간에는 여유 부릴 시간도 잠시 한눈팔 여유도 없다. 이기지는 못해도 최소한 무승부(無勝負)는 해야 우리는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진영과 전체주의·독재진영으로 나눠진 현재의 국제사회구조 및 보수·우파 대 진보·좌파로 극명하게 대치된 우리 국내정치 역학관계로 볼 때 1라운드 대결 결과가 보여 주듯 북한 내부에서 변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단기전에서 승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한 북-러 관계는 더욱 밀착될 것이고, 따라서 러시아는 사사건건 북한 편에서 지지·지원으로 일관할 것이며 그에 힘입은 북한은 핵 위협을 더욱 노골화하면서 각종 도발의 강도를 한층 높일 것이다.

이와 반대로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미국 우선주의’에 의해 유사시 우리에게 제공될 핵 억지력과 한미동맹의 실효성이 약화 및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극히 제한된 옵션과 ‘불투명한 미래의 약속’에 우리의 생존을 맡길 여유도 없다.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시도한다면 북한과 국제사회를 향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를 요구하거나 주장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설전에서의 순진한 그 인사 주장처럼 한가한 말장난을 늘어놓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처럼 2라운드에 닥쳐올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타의에 의한 위협’은 분명히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의 북한 비핵화와 핵 위협 제거의 해법은 ‘핵에는 핵으로’라는 명제처럼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명료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런 필자를 ‘호전광, 대결광’으로 비판·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든 북한 비핵화든 명분을 넘어 ‘지난(持難)하였던 비핵화 진행 과정’이 보여 준 교훈을 직시하고 모두 솔직해지자. 핵은 핵으로 상쇄할 수 있고 억지도 가능하다. 불안전하지만 세계대전 없이 전반적인 평화가 유지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큰 기여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핵의 균형’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위기로 조성된 기회를 이용하여 첫 단계로 잠재적인 핵 보유능력 조기 확보 및 미국의 전술핵무기 한반도 배치다. 그다음 상황이 더 위기로 치닫게 되면 자체 핵무기 개발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두 단계 모두를 저지하기 위해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이 온갖 위협과 도발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절대적인 지지와 지원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더럽고 굴종적인 평화와 생존’이 아닌 우리 모두의 ‘당당한 평화와 생존’을 위해 국민과 정치권의 대승적 합의가 필요하다. 2라운드 대결에서 ‘무승부’도 모든 지혜를 모아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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