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국민은 이 시대의 ‘명판관 포청천’을 갈망한다.

  • 기사입력 2024.10.01 14:25
  • 기자명 유판덕 칼럼니스트
▲유판덕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수석부원장/대한민국예비역장교연합회 편집국장
▲유판덕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수석부원장/대한민국예비역장교연합회 편집국장

없는 죄 만들지 말고, 있는 죄를 “소극적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다”라는 괴변으로 뭉개지 말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히 재판하라!

1994년 KBS 2TV에서 방영한 ‘판관 포청천(대만 드라만)’은 최고 45% 시청률을 자랑할 만큼 인기 높은 드라마였다. 필자도 퇴근 후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위로를 많이 받았다. 높은 인기의 비결은 권력 유무·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법률과 증거에 따른 신속한 판결과 ‘작두형(소여물을 쓸던 연장인 작두로 참수하는 형)’의 엄격한 법 집행이었다. 권력과 금력, 이른바 ‘뒷배’가 없는 백성들의 울화통을 시원하게 뚫어 줬기 때문이었다.

지금이 꼭 그 당시의 세태인 것 같다. 많이 배우고 권력도 높아 세상의 ‘뒷배’를 이용한 이른바 이중 삼중의 ‘방탄복’을 껴입고 적반하장 짓을 하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잡배할거(雜輩割據)’ 시대이니까. 일반 서민은 생각도 못 하는 방탄복인데 잡배들은 제도가 만들어 준 방탄복도 입고, 뒷배(음성적 금력과 음성적 조직)를 이용해 만든 투명 방탄복도 몇 겹 껴입었다. 

먼저, 뛰어난 재주를 이용해 문서를 위조하고 자신의 공적 지위와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해 아들딸을 출세시킨 죄로 재판 중인 ‘잡배’가 서푼도 안되는 금배지를 달고 세상을 얕잡고 할거하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판관 나리들’은 이런 ‘잡배’의 심판을 짓뭉개고 있다. ‘몇 겹의 방탄복’ 때문일까.

또 있다. 막강한 수사 권력은 가진 자가 불법적으로 권력을 행사하여 자유민주 사회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에 개입한 죄로 재판받으면서도 서푼짜리 금배지를 한번 달았고, 또다시 달고 할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판관 나리들’은 그 잡배의 심판도 미적대고 있다.

또 또 있다. ‘배임’ ‘제3자 뇌물’ ‘법인카드 불법 사용’ ‘거짓말에 의한 선거 부정’ ‘위증 교사’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죄목으로 수사와 재판 중인 ‘잡배’다. 자신의 지식과 지위를 이용한 수 겹의 ‘제도 방탄복과 투명 방탄복’을 껴입고 세상과 사법체계를 조롱하며 할거 중이다. 그 두꺼운 방탄복 덕분에 ‘불출석’ ‘재판 조퇴’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 탄핵’ 등 온갖 ‘시스템 파괴 행위’에도 건재하며, 오히려 우리의 ‘판관 나리들’은 그 앞에선 저자세인 것 같다. 

‘무죄 추정 원칙’을 존중한다. 이들이 죄가 없는데 죄를 만들어 판결하라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있는 죄에 눈을 감으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 헌법 제 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 그 정신대로 신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해달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판관 나리들’ 중 이 헌법 조항의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오해를 받는 나리들이 더러 있다. 법조인 개인의 정치 철학과 성향,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의 자유는 존중한다. 하지만 재판에 있어서 ‘판관 나리 개인의 양심’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구속된 양심,’ 즉 ‘사회통념과 보편적 상식의 범주에 속한 양심’에 따른 판결을 하라는 것이다. 이런 ‘공정한 판결’은 ‘극단적 펜덤(fandom)’외 대부분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받을 것이다.

재판관은 개인의 지적 수준을 떠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중받는 ‘성직(聖職)’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죄(罪) 유무를 판결하고 생사를 가르는 신성한 권한을 가진 직분으로 과거 정교일치(政敎一致) 사회의 왕이나 신의 권한을 가진 성스러운 직책이다. 따라서 재판관 개인의 주관적 양심이나 정치적 신념에 따른 판결, 또 개인의 정치적 이해타산과 외압(外壓)이 개입된 판결을 할 경우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

서초동 대법원 경내에 세워진 ‘정의의 여신상’은 눈이 가려져 있지 않다. 사법 불신의 시대를 사는 한 사람으로서 ‘눈을 가리지 않은 정의의 여신상’을 만든 조각가에 대해 원망의 마음이 생긴다. 이 여신상 조각에는 수많은 증거와 증인들을 두 눈으로 잘 살펴보고 더 정확한 판결을 하라는 조각가의 심오한 뜻이 숨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서글프게도 현실은 조각가의 뜻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해 보인다.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선거사범 재판을 법률(공직선거법 제270조 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신속히 재판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러저러한 사정이야 있겠지만 사실상 판관 나리들의 법 위반 및 직무 태만 결과로 잡배들이 서푼짜리 금배지를 달고 세상을 어지럽혔고, 지금도 금배지를 단 채 각종 특혜를 누리며 세상을 할거하고 있다.

많은 국민은 ‘정의의 여신상’ 스스로가 수건으로 두 눈을 질끈 매어 가리는 기적이라도 바라고 있지 않을까. 없는 죄 만들지 말고, 있는 죄를 “소극적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다”라는 해괴한 괴변으로 국민을 조롱하는 재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말 두 눈을 가린 채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한 양심적 판결’로 중병에 걸린 우리 사회의 ‘법치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회복시킬 이 시대의 ‘명판관 포청천’을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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