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사 전(前)사령관들의 정책토론이야기

  • 기사입력 2024.11.20 19:23
  • 기자명 이석복 칼럼니스트
▲이석복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예비역 육군소장
▲이석복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예비역 육군소장

지난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1시 30분부터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한미 연합사령부가 초청하는 연합정책포럼(Combined Policy Forum)이 열렸다.

일주일 전 한미우호협회에서 전임(前任) 한미연합사령관과 부사령관들이 패널 토론을 하는 정책포럼에 참석하겠느냐고 전화를 받았을 때, 최고 전투사령부인 한미연합사에서 웬 정책 포럼인가 하고 다소 생뚱맞은 느낌을 받았으나 한편 호기심도 생겨서 일단 참석하겠다고 답을 했다.

바쁜 일정을 보내는 요즘에 저녁 7시 30분경에 마친다고 하니, 하루 종일 동원되는 것 같은 부담감도 느껴지고 해서 참석하겠다는 약속이 살짝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참석해 보니 외부 참석자들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한미안보 관련 사회단체 책임자들(예비역 장성)은 극소수였고, 청중 대부분은 한미연합사의 한미 육·해·공군해·병대 장교들과 국방부 및 한국군 주요 작전부대 핵심 관계자들이었다.

처음 순서로 미국인 한국외국어대학 교수와 국방연구원(KIDA) 현안 연구팀장에 의해 ‘대한민국에서의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의의’와 ‘안보 상황 변화에 따른 한미연합사의 도전 요소와 발전방향’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어 전임 한미연합사령관 세 분(Gen. Sharp, Gen. Scapparrotti, Gen. Abrams)과 당시 파트너였던 한국군 부사령관 세 분(정승조 장군, 박선우 장군, 안병석 장군)이 패널리스트로 2시간 가까이 사회자 김지윤 박사(서강대 연구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며 동시통역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미군 4성 장군들답게 수준높고 명쾌한 답변들이 오고 갔는데 미국의 시각과 한국의 시각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미국의 정책방향과 한국의 정책적 반영이 불꽃튀는 대결로 이어졌다. 정말 양국 장성들의 진지한 대화의 장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좋았다.

한미연합사는 1978년 11월 7일 박정희 대통령시절 창설되었다. 당시 한국군은 그때까지 유엔군사령부(UNC)의 작전통제를 받다가 한·미 양국 수뇌부의 전략지침을 받아 한·미군이 공동으로 작전 통제하는 세계 유일의 가장 강력한 연합 전투사령부 조직으로 발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사령관이 미 육군대장이기 때문에 북한이 침공하면 자동적으로 미군이 참전하도록 된 시스템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 미흡한 미군 자동개입 장치가 보완되었고 진화된 체제인 것이다.

미군 전(前)연합사령관들은 시작하는 말에서 한미연합사가 “Fight Tonight (직역하면 ‘오늘 밤이라도 당장 싸울 수 있다’인데 ‘항시 전투 준비 태세 유지’라는 말이다)”의 ‘태세와 능력’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북한의 전쟁도발을 성공적으로 억제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 한미연합사를 믿기에 오늘도 편히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심지어 나토군 사령관을 역임한 스캐패로티 장군은 한미연합사의 우수한 시스템을 NATO군 사령부에 도입하기도 했었다고 술회했다.

1. 북핵 위협 고도화와 한국의 전술핵 배치 문제

사회자가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고도화되고 핵정책이 공격적으로 바뀜에 따라 전술핵무기 배치를 원하는 한국 국민이 많다는 여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본격적인 질문을 하였다. 이에 대해 모든 패널리스트들이 돌아가며 답변을 하였는데 내가 처음 듣는 내용도 있어 매우 유익하였다. 주요 답변을 정리하면 네가지로 정리가 가능했다.

첫째, 핵무기 공격을 담당하는 미군 전략사령부를 방문하여 한국에 대한 맞춤형 확장억제전략 수행태세가 완벽하게 준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한국에 전술핵 무기를 배치하면 한국정부는 막대한 국방비(현 국방비의 25%)가 추가 소요될 것이다. 셋째, 과거와 달리 전술핵무기 배치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할 것이 우려된다. 넷째, 주한미군 2만8천5백 명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20여만 명의 미국민에 대한 생존문제를 미국이 허술하게 대비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하면서 전술핵 배치이슈를 애둘러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언급하였다.

그들은 또한 미국에서 최근에 양국 국방장관들의 회의체인 SCM(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북한 핵공격 시나리오에 의한 한미 대응연습을 실시하기로 했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앞으로 핵작전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확장 억제전략의 신뢰도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군 전 부사령관들은 한국의 핵무장 주장과 관련하여 미국이 핵확산을 우려하여 반대하고 있으므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가 북한과 같이 어렵게 살 각오가 아니라면 자제해야 할 것으로 판단으로 의견을 제언했다.

2.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과 한미연합사의 대응문제

다음으로 민감한 이슈인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및 한미연합사의 대응 태세에 대한 질문에 따른 열띤 토론이 있었다. 주요 답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 전쟁에서 미국을 위시한 우방 국가들의 적극적인 군사지원 태세를 보고 있다면 감히 대만 침공을 감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둘째,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활용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대만 침공 시 주한 미군과 한미연합사는 북한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하는 등 한국 방위가 최우선 임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셋째, 주한 미군과 한국군을 대만 사태시 지원하는 것은 기대하고 있지 않는 것 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한반도 상황이 허락한다면 주한 미군 활용은 한국 정부와 상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그 외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군사적, 기술적, 경제적으로 북한에게 득이 되고 우리에게 위협요소로써 우려되지만 하루 천여명의 손실이 발생하는 전선에서 북한군은 막대한 피해와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3. 한국군의 원자력잠수함 획득문제

공식 포럼이 끝나고 만찬 준비시간에 나는 평소에 궁금해 하던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획득 문제를 한 분의 전임 연합사령관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는 왜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냐고 역질문을 하였다. 나는 북한의 잠수함으로부터 핵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최적의 무기가 아니냐고 답변을 하였더니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며 우물쭈물하며 더 이상의 답변을 피했다. 지난 번 다른 ‘한미안보포럼’에서도 미국측 발표자로부터 비슷한 답변을 들었는데 미국은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획득하는데 있어서 좌편향 정치 세력의 집권에 대한 불신(不信)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국군 전임 부사령관들은 미군 사령관들의 답변에 대체로 동의하면서 필요시 보완적 설명을 하였다. 다만 북한 핵 위협과 관련하여 한국도 일본과 같이 사용 후 핵 연료 재처리 등 잠재적 핵 능력을 제고시키는 한·미 원자력 협상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빠뜨리지 않았다. 

나는 정책포럼이 끝날 때 가서야 왜 한미연합사에서 전에 없던 전임 한미연합사령관과 부사령관들을 패널 토론자로 한 정책포럼을 평택이 아닌 서울에서 개최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한반도와 관련된 여러 이슈에 대해 한국을 가장 잘 알고있는 한미연합사 전직 사령관들과 부사령관들을 초청하여 포럼방식을 통해서 그들의 수준 높은 전략적 견해를 접하도록 해서 정책, 전략, 작전을 수립하고 계획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큰 배려였다. 우리 군의 진화와 발전이었다.

이번 포럼은 한·미장교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안보의식 수준 제고를 위한 배려적인 측면에서 개최된 것을 감지했다. 특히 한미연합사의 존재감이 빛나는 ‘연합정책포럼’이었다.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에 당선되어도 우리나라에 대한 안보정책에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혼재하나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벼운 멘트가 있기도 했다. 주의제가 아닌 탓이다. 나도 오랜만에 한 수 크게 배우고 깨달을 수 있었기에 내면으로부터 충만된 환희의 맛을 느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는 베게티우스의 말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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