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다. 통일이라는 국가적 과제 또한 이 시점에서 돌아보아야 할 사안이다. 통일에 대해서 남과 북은 올 한 해 동안 어떠한 화두를 던졌고,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결론적으로 2024년 남과 북의 통일은 서로 엇갈렸다. 이제 새로운 통일의 전기를 마련해야만 한다.
우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세밑부터 통일에 대해서 파탄에 가까운 언급을 이어갔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현실적인 실체’라며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설정하며, ‘통일은 성사될 수 없는 것’이라 규정했다. 그리고 올여름 휴전선 일대의 남과 북을 잇는 도로와 철로를 파괴하고 방벽을 만들어 자신의 결단을 가시화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제79주년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시대적 변화와 현실을 반영한 ‘8·15 통일 독트린’을 제시하면서,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에 따른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대한민국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통일을 위한 과제로 우리의 가치관과 역량 강화, 북한 주민의 변화 유도, 마지막으로 국제 사회의 역할을 언급했다.
이렇게 올해 남과 북의 통일에 대한 입장은 서로 엇갈렸다. 특히 전쟁을 언급한 북한의 ‘통일 불가론’은 우리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엇갈린 남북의 통일 인식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통일에 대한 진척은 일정 기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상황이 그렇다고 해서 통일에 대한 노력을 멈출 수는 없다. 통일의 당위성은 백 번을 언급해도 모자라지 않으며, 원칙적인 측면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국내외적으로 통일에 대한 새로운 전개가 진행되고 있음도 확인해야 한다. 우선 우리의 상황이다. 현재 우리의 정국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한시바삐 정국 안정이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적인 절차와 체제가 공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는 통일에 대한 희망과 노력은 무의미하다. 통일은 우리 사회의 안정과 민주주의적 제도하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의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견고한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절차에 의한 우리 사회의 안정과 발전이 유지되고 지속되어야 한다.
다음은 북한 주민의 변화 예상이다. 북한 정권은 통일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이 존재한다. 따라서 통일의 대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호응을 끌어내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 천재일우의 기회가 오고 있다. 바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다. 북한 사회는 러시아 파병의 후폭풍으로 인해서 예기치 않은 변화의 바람을 맞이할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 파병이 북한 정권에게 군사·경제적인 실리를 가져다줄 수는 있다. 하지만 파병에서 복귀한 군인들로부터 접하게 되는 세계 정세와 남한에 대한 소식은 북한 주민이 남한과 통일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최근 전개되고 있는 북한 주민의 변화 바람에 주목하고 여기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다음은 국제 사회의 동향이다. 현재 미국은 2기 트럼프 정부를 준비하고 있다. 1기 트럼프 정부 시기에 트럼프와 김정은은 핵에 대해 회담했었다. 이때 우리는 회담을 주선하고서도 먼발치서 지켜보는 신세였다. 우리의 입장은 반영되지 못했다. 2기 트럼프 정부도 북한과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2기 트럼프 정부에서 우리의 안보에 대한 비전이 적극 반영되도록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통일이 세계 평화에 기여함을 지속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통일은 현시점에서 요원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외적 변화의 바람은 시작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통일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우리 내부를 다지고, 북한의 주민을 변화시키며, 국제정세를 유리하게 이끌어야만 한다. 많은 석학이 한국이 통일을 대비해야 함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는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 통일은 빠를 수도 좀 늦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 원장의 말처럼 ‘긴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