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27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센 항의 속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192표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상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과 총리 권한대행에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겸직하게 됐다. 이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로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
게다가 12·3 계엄의 충격을 가까스로 추스르고 있던 경제에 한 대행의 탄핵은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환율은 27일 한때 달러당 1480원을 넘어서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비심리도 코로나 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 국면이다. 어렵사리 유지해온 국가 신용 등급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탄핵소추의 직접 원인으로 한덕수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 3명의 임명 보류 결정은 헌재의 6인 파행 체제의 장기화를 불가피하게 만든 점에서 비난하는 목소리들도 있으나 민주당이 한 대행에 대한 비판을 넘어 탄핵을 강행한 건 어느 모로 봐도 지나쳤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행까지 연쇄 탄핵한 것은 조기 대선을 위한 무리수라는 의심과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거대 야당으로 법리와 상식을 외면한 점령군식 압박이 국정 마비를 불러오고 있는 듯하다.
특히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건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 이유를 탄핵 사유로 들었지만, 어떤 것도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직무 집행상 위헌·위법’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관계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아직 충분히 덜 된 상태이다. 설사 탄핵 사유가 된다고 하더라도 의결 정족수가 국회 재적위원 151명인지 200명인지 규정이 없어 명확치 않는 상태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151명으로 밀어부처 탄핵소추 투표를 한 것도 위법.부당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한 대행의 지위는 대통령 권한대행인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독단적으로 ‘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안으로 규정해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최상목 권한대행의 대행은 물론 그를 뒤따라 권한대행을 물려받을 장관들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연쇄 탄핵’을 하겠다는 경고를 했다. 국무위원을 줄탄핵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국무회의 자체가 무력화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그럴 경우 무정부 상태나 다를 바 없는 심각한 국정 혼란이 불가피해지게 되는데 자칫하다간 ‘소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이는’ 矯角殺牛(교각살우)의 우를 범하게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번 탄핵 사태에서 견지해야 할 관전법은 무엇보다 국회가 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소추를 의결한 상황에서 재판 주체인 헌법재판관을 선출하고 행정부가 임명을 안 한다고 압박을 가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소지가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헌법재판소에 탄핵 결정을 요구한 소추인의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자기들이 신청한 탄핵소추안의 헌법재판관까지 추천하고 또 임명하도록 임명권자를 압작 강제를 한다?. 이는 “마치 검사가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기소하고 거기에다가 해당 사건의 판사까지 자기가 임명하는 것과 같은 꼴”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물론 국회는 헌법에 따라 헌법재판관 9명중 3명을 선출해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청할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요건이지 국회가 특정인을 징계(탄핵)하겠다는 작심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헌법 적용과 해석을 달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목되는 것은 단지 이는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한쪽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이와 관련한 선례가 이미 법원의 판단을 통해 적법 절차 위반으로 결론이 난 바 있다. 그 판례는 지난 2020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가 악화돼 법무부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가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서울고등법원 2021루65721) 사건에서 명백히 나타난다. 당시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징계 청구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징계위원을 위촉해 결원을 충원한 것을 두고 헌법상 적법절차 위반이며, 징계위원의 구성이 불법이므로 징계처분도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판례의 의미는 “기소권자와 소추권 자가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적법 절차 원칙에 위배되며, 공정한 재판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는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 논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핵심 판례로 볼 수 있다. 이 판례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국회가 또 헌법재판관까지 추천하고 그것을 임명에도 강압을 가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의 3권 분립 위배이자 헌법상 원리인 공정한 재판 및 적법 절차를 어기는 것으로 간주된다.
특히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이해충돌방지나 회피 문제가 매우 중요한 행동 양식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번 사태와 같이 국회가 소추 결의 후에 자신들의 소추안이 유리하게 판결나도록 징계기관인 헌재 구성을 바꾸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소추기관인 국회가 심판 기관인 헌재 구성에 관여하겠다면 심각한 이해충돌 문제에 부딪힐 것이 자명하다고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