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덧 만 3년을 맞이하고 있다. 3년간의 전면전을 치른 당사국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전장 터가 된 국토는 황폐화되었고, 삶의 터전은 무너진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던 전쟁도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종전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 트럼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언급하면서 ‘현 전선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20년 동안 NATO에 가입하지 않으며, 대신 미국이 무기를 제공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토록 한다’며, 24시간 이내에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도 미국의 강성 대통령 트럼프가 종전을 독려한다면 전쟁은 빠르게 종료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종결되려면 먼저 협상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종전(평화협정)을 할지 휴전을 할지부터도 결정해야 한다. 현재 침략을 당해 국토의 많은 부분을 상실한 우크라이나는 휴전은 선택할 수 있어도 종전의 선택은 어려워 보인다. 반면 러시아의 입장에선 크림반도에서 돈바스를 연결하는 회랑 지역을 탈취하려는 전쟁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종전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과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미국의 압력 하에서 정치적 그리고 국민의 감정을 고려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지켜보아야 할 대목이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우리의 6·25 전쟁도 3년을 넘겨 싸우다가 1953년 7월 27일 겨우 휴전했다. 당시의 휴전 주체는 유엔군 측과 공산군 측이었다. 당사자인 우리는 휴전을 반대했다. 아예 휴전협정 체결도 하지 않았다. 휴전이 된다면 우리는 통일의 기회를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다시 공산권의 위협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의 나토 회원국은 트럼프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전쟁이 종료된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나토의 입장에서도 당장 러시아의 영향과 또 다른 지역의 침공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유럽은 트럼프의 제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더 높다.
미국의 입장에선 러시아와의 대결을 빨리 종식하고 동아시아에 집중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트럼프도 러시아 이후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연합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이러한 미국과 유럽 연합의 입장 차이로 인해서 전쟁의 종전 안은 서방측 내에서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그리고 전쟁 당사국 간의 협상 과정에서 완충지대의 설정, 피해 보상, 포로 교환 등의 합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게다가 전쟁 피해국인 우크라이나의 돌발 변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이지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전략을 수행할 수도 있다.
우리도 6·25 전쟁 당시 휴전 시점에 이르러서는 휴전을 서두르는 미국과 유엔의 압박을 크게 받고 있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전국 각지에 수용되어 있던 북한, 중국 출신 포로 중 반공 성향 포로를 석방하는 ‘반공포로 석방(1953년 6월 18일)’이라는 카드로 휴전을 거부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휴전을 서두르는 미국으로부터 한미 동맹을 체결하는 안보 공약을 이끌어 냈다.
현재 개전 3년이 다가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도 다행히 종전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협상 과정은 험난할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여지가 높다. 이로 인해서 종전이나 휴전의 시기를 예상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또 전쟁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힘의 논리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결국 힘의 논리로 정리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쟁은 비록 비인도적 처사로 시작되었지만 그 끝은 인도적 견지에서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