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中 '딥시크 쇼크’에 주가 17% 폭락...시총 840조 증발

머스크는 "저렴한 칩 이용해 개발" 딥시크 주장에 의문 제기

  • 기사입력 2025.01.28 09:53
  • 기자명 최수경 기자
▲딥시크와 엔비디아 로고./연합뉴스
▲딥시크와 엔비디아 로고./연합뉴스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16.97%(24.20달러)나 폭락한 118.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됐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미국 시장분석업체 컴퍼니스마켓캡에서 이날 뉴욕증시 마감 종가를 반영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9000억 달러로 감소했다. 전 거래일인 24일 대비 5890억 달러(약 846조원)나 줄어든 셈이다. 세계 1위였던 시총 순위에서도 ‘3조 달러 클럽’을 유지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뒤로 밀렸다.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단연 딥시크(DeepSeek) AI 모델의 가성비다. 딥시크가 자사 AI 모델 ‘V3’에 투입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80억원) 수준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수십조원까지 들이는 빅테크 기업의 투자 비용보다 현저하게 적다.

이로 인해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으로 여겨졌던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했다. 엔비디아는 2022년 11월 미국 기업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의 등장 이후 2년 넘게 활황을 탄 AI 강세장의 최대 수혜주다.

엔비디아는 A100과 H100 등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이어 지난해 4분기부터 신형 AI 칩 블랙웰을 출시해 세계 기업들에 공급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60%를 넘었다.

딥시크는 엔비디아에서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해 중국용으로 출시된 H800 칩 등 상대적으로 저성능 모델로 자사 AI를 훈련하고도 미국 기업들의 것과 비교해 유사하거나 능가하는 성능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딥시크의 AI 모델에 대해 “고성능 칩과 방대한 컴퓨팅 능력, 막대한 전력에 의존해 온 현행 AI 사업 모델에 대한 혁신적 파괴자가 될 수 있다는 즉각적인 우려를 일으키게 했다”고 평가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뉴욕증시를 강타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3.07%(612.47) 하락한 1만9341.83,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9.15%(488.70) 급락한 4853.24에 마감됐다.

한편 딥시크 충격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저렴한 칩을 이용해 개발했다는 딥시크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27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딥시크가 표면적으로 밝힌 것보다 엔비디아의 비싼 최신 칩 'H100'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공유했다.

해당 게시물은 AI 데이터 기업 스케일AI의 알렉산더 왕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CNBC와 인터뷰한 영상과 함께 "알렉산더 왕은 딥시크가 약 5만개의 엔비디아 H100을 갖고 있는데, 그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 때문에 그것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고 한다"는 설명을 달았다. 머스크는 이 게시물에 "분명히"(Obviously)라는 댓글을 달아 이런 시각에 동의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앞서 딥시크는 기술보고서에서 자사의 AI 모델 V3를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저렴한 칩인 'H800' 2000여개를 사용했다고 밝혀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H800은 엔비디아가 미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만든 중국 수출용 제품으로, 성능을 낮춰 훨씬 더 저렴하다.

그동안 미국의 AI 선두 기업들은 수만개의 엔비디아 첨단 칩을 사용해 AI 모델을 훈련해 왔다. 이에 대해 투자회사 캔터 피츠제럴드 애널리스트들도 딥시크가 자사의 컴퓨팅 용량을 실제보다 축소해서 밝혔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머스크는 또 AI 모델 개발 비용에 대한 딥시크 측의 발표 내용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아트레이드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개빈 베이커의 엑스 게시물 아래에 "흥미로운 분석. 지금까지 본 것 중 최고"라고 썼다.

베이커는 해당 글에서 "(딥시크의) 기술 문서에 따르면 (개발 비용으로 밝힌) 600만달러(약 86억원)에는 '아키텍처, 알고리즘, 데이터에 대한 이전의 연구와 실험에 관련된 비용들'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연구실에서 이미 수억달러를 이전 연구에 지출했고 훨씬 더 큰 (칩) 클러스터에 접근할 수 있다면 6백만달러만 들여 R1 퀄리티 모델을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딥시크는 분명히 H800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의 매출 중 약 20%가 싱가포르를 통해 이뤄지는데, 엔비디아의 GPU 중 20%는 아마도 싱가포르에 있지 않을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첨단 칩이 규제의 망을 피해 중국 AI 기업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과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등과 함께 오픈AI를 설립했다가 2018년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하고 투자 지분을 모두 처분했으며, 2023년 자체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했다. 머스크의 xAI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AI 컴퓨팅 성능을 높이기 위한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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