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으로 고난 속 희망의 불씨 찾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친다

  • 기사입력 2025.03.03 21:33
  • 기자명 김국현 수필가, 문학평론가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고난과 역경으로 힘들 때가 있다.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 절망을 이겨내는 것임을, 그것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담쟁이는 말해준다. 필자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고난과 역경으로 힘들 때가 있다.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 절망을 이겨내는 것임을, 그것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담쟁이는 말해준다. 필자

벼룩은 자기 키의 백배 이상을 뛴다. 새끼 때부터 피나는 연습으로 발가락을 고도로 발달시킨 결과다. 뒷다리에는 탄력성이 높은 레실린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들어있는데, 힘의 원천이 바로 이 물질인 셈이다.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는 게으른 베짱이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베짱이는 게으르지 않고, 보기와는 달리 강하고 매사 열심이다. 이름에서 보듯 우리 선조들은 베짱이를 밤새도록 ‘베를 짜는’ 부지런한 곤충으로 여겼다. 베짱이의 날개는 몸통보다 훨씬 길다. 그 날개를 등 뒤로 젖힌 채 서로 부딪쳐서 소리를 낸다. 짝을 찾으려고 여름내 식음을 전폐한 채 반복적으로 긁어댄다.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중노동을 감내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오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일념이 열정과 결합해 그들을 미치게 만든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는 동안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괴물 같은 힘을 발휘한다. 그들은 꿈에 미쳤기에 꿈을 이루는 기적을 맛본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꿈은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도록 돕는다. 꿈은 이룰 수 있다는 믿음과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합쳐질 때 현실이 된다.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뉴질랜드의 탐험가 에드먼드 힐러리는 어린 시절, 체력이 약하고 소심하여 오직 독서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복싱으로 몸을 단련해 나갔다. 마침내 33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첫 등정에 실패한 후, 산은 이미 성장을 멈췄지만 자신은 꿈을 갖고 끝없이 성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결국 다음 해 등정에 성공했다.

▲고난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찾아내는 ‘긍정의 힘’이야말로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원동력이다.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 아니겠는가. 미쳐야 미친다. 필자
▲고난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찾아내는 ‘긍정의 힘’이야말로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원동력이다.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 아니겠는가. 미쳐야 미친다. 필자

나는 십여 년 전 간암이 발병,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찬 바람 몰아치는 광야에 홀로 버려진 나그네가 된 듯했다. 어디 하나 하소연할 데 없고 소리를 질러 봐도 빈 마음만 허공을 맴돌 뿐이었다.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가는데 터널 끝은 보이지 않고, 유사한 병으로 돌아가신 친지들 소식이 가슴을 짓눌렀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말대로 전국을 누비며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몸에 좋다는 약초도 캐서 먹고 금식도 여러 차례 해보았다. 하지만 최초 시술 이후에도 잔존 암이 재발해 병원 수술실을 안방 드나들 듯 들락거렸다. 깊디깊은 슬픔에는 눈물도 없다고 했다.

내게 슬픔이 있다면 무슨 연유일까. 질병의 고통을 겪는 것이 힘들고 억울해서 인가, 이러다 죽으면 하고 싶은 일을 못다 해서인가. 아니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살아가면서 지은 죄를 다 씻지 못하고 갈 것 같아서일까. 어떻게 해서든 하루빨리 예전의 건강을 되찾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절박한 심정에 옛 직장 동료의 권유를 받아 난생처음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나는 대학 박사과정 재학 중이었다. 처음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 모든 걸 포기하려 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기도 중에 “힘을 내어 일어나라”라는 하나님 음성이 들렸다. 예전의 내 모습을 되찾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낮에는 직장 일에 매진하고 밤에는 학교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수석 졸업의 영예를 얻었다.

투병 중에 한순간도 생을 포기하거나 주저앉은 적이 없다. ‘시련이 있어야 기적이 온다’라는 믿음으로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지냈다.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맡았고 젊은 시절 꿈이었던 수필가로 등단해 수필집도 여러 권 출간했다. 기업체와 학교에 초청돼 체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투병 기간이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 병이 오히려 약이 된 셈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고난과 역경으로 힘들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한탄하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도 하고, 다른 이는 슬기롭게 극복하여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도 한다.

“모든 것은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부정적인 태도를 버리고 항상 비전을 품어라.”

조엘 오스틴 목사가 그의 저서 ‘긍정의 힘’에서 한 말이다. 고난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찾아내는 ‘긍정의 힘’이야말로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원동력이다.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 아니겠는가. 미쳐야 미친다. (전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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