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태의 BEYOND BASEBALL] 마이너 거부권 없는 김혜성, 길게 보고 버텨라

  • 기사입력 2025.03.04 11:32
  • 기자명 고석태 기자
▲김혜성이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AP/연합뉴스
▲김혜성이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AP/연합뉴스

월드시리즈 챔피언 다저스가 한국 시각 3일 8명의 선수를 마이너리그 캠프로 내려보내며 스프링캠프 1차 명단 정리를 단행했다. 김혜성은 이 명단에서 빠져 당분간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할 기회가 더 주어졌다. 

3일까지 17타수 2안타에 그치고 있는데, 데이브 로버츠 감독 등 다저스 수뇌부는 단순한 숫자보다 타구의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인터뷰를 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공략하기 위한 타격 자세 교정이 결과물을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일단 김혜성에겐 3월12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마지막 시범경기까지 1차 테스트 기회가 있다. 여기서 뚜렷한 반전이 없더라도 도쿄행 비행기에는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맺었던 고우석도 서울에서 열렸던 다저스와의 서울 시리즈에 동행했다. 하지만 그는 고척 연습경기서 국내 타자들에게 홈런을 맞는 등 부진했고, 결국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었다.

히어로즈 선배 김하성도 미국 진출 후 초반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범경기에서 42타수 7안타 타율 0.167에 그쳤고, 개막전엔 대타로 출전해 삼진으로 물러났다. 세 번째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를 치면서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하는 듯했지만, 4월 한 달 동안 50타수 11안타 타율 0.220에 머물렀고, 2021시즌을 타율 0.202로 마감했다.

그래도 김하성은 꾸준히 메이저리그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고, 2022년(타율 0.251 11홈런 59타점)과 2023년(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특히 수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23년엔 골드글러브까지 받았다. 그가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맺은 덕분이다.

김혜성의 현재 처지는 본인이 자초한 결과다. 그는 에인절스의 제안을 뿌리치고 다저스를 선택하면서 “선수로서 더 발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는 것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에인절스에 갔으면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주어졌을 테지만 뱀의 머리보다 용 꼬리를 선택한 본인의 선택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이제 불과 한 걸음을 뗐을 뿐이다. 본인의 말대로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한 여정을 이제 시작한 것인 만큼 단기간에 승부를 내려고 서두를 이유가 없다. 다저스 구단은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했을 만큼 아직은 김혜성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설사 마이너리그로 내려간다고 해도 긴 호흡으로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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