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능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

  • 기사입력 2025.03.29 14:19
  • 기자명 조승현 인형극 작가
▲신중년층들은 황혼에 자격증을 획득했기에 ‘더 늦기 전에 현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데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필자
▲신중년층들은 황혼에 자격증을 획득했기에 ‘더 늦기 전에 현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데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필자

가난도 대물림된다는 말이 있다. 한때 연극이 너무 좋아서 가정은 뒷전이었던 시절 대기업 상장회사를 다니던 남편 월급은 그리 적은 편은 아니지만 내가 운영하는 소극장이 운영난을 겪다 보니 남편의 월급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태어날 때부터 연극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이 나와 똑같은 길을 가는 게 걱정이 되어 행여 아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는가 싶어 아들이 좋아하는 연극을 말렸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같은 계통의 아내를 맞아 현재 지방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

60 중반을 훌쩍 넘은 이 나이에 문예 창작을 공부하지도 않은 내가 지금은 초년 작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손인형극은 놓치지 않고 꾸준히 강의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실 손인형극은 여러 명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과 다르게 혼자서 하는 공연이다 보니 첫째 경제적인 도움이 컸고 그 덕에 생활도 많이 안정되어 이제 손인형극은 내 생활에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정년이 없는 평생직장이나 다름없다.

지방에서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며느리와 배우들 간에 돈독하게 공연예술을 이끌어가고 있는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내게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가 부모님께 상속받은 것은 돈이 아닌 아버지의 부지런함과 어머니의 재능입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내가 너무나 내세울 게 없어 뭐라 대꾸도 안 했다. 평생 빚에 시달리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이었기에 내게 그런 말을 할 거란 생각을 전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타고난 능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라는 순자 말씀이 떠올랐다. 사실 난 타고난 능력도 없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에 경험 부족이다 보니 실패는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어떡해서든지 돈을 벌어보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손인형극은 그 누구에게도 진지하게 배워본 적도 없이 그저 나 혼자서 공연해야 하는 손인형극이기에 수없이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래도 목표가 있기에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30년 넘도록 손인형극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끝없는 노력으로 지금은 주제넘게 시리 어린이프로그램은 물론 여러 장르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손인형극을 배워 자격증을 획득한 젊은 층보다 연세가 있는 신중년층은 “손인형극 지도사 자격증을 땄는데 공연 스케줄이나 강의 좀 잡아주세요.”하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젊은 층들은 자신들이 앞으로 펼쳐나갈 일들이 계획되어 있어서 좀 느긋한지는 몰라도 신중년층들은 황혼에 자격증을 획득했기에 ‘더 늦기 전에 현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데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물론 삶에서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당장 현장으로 달려가서 수익을 창출할 만큼 실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실제로 관객 앞에 서려면 자격증에서 배우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관객과 직접적인 교감은 절대적인 필수다. 더불어 극을 통해 관객과 함께 힐링해야 하는 공연이기에 수없이 실전 연습을 해야만 하는데 실전연습이 부담스럽다며 도전을 포기하신 신중년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도전에 성공한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많이 부족하지만 내 경험한 바에 의하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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