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칭찬하지 마세요?”

  • 기사입력 2025.03.29 14:46
  • 기자명 양지원 사회복지학 박사
▲감정표출 활동인 핑거페인팅. 필자
▲감정표출 활동인 핑거페인팅. 필자

소아암 환아인 승오는 현재 학교를 휴학하고 집중 치료 후 병원 외래 치료 중이다. 상담사인 본 필자를 만나러 온 승오는 모자와 마스크로 온 얼굴을 가린 채 묻는 말에 간간히 고개만 끄덕일 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승오 엄마는 승오가 소아암 치료를 받으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고 만나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몸이 아픈 승오가 마음마저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상담소를 방문했다.

승오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위축된 상태였다. 필자와의 미술치료를 통해 승오의 억제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승오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들을 함께 찾고 현재의 어려움을 긍정정으로 이기고 나갈 수 있기를 지지했다.

승오는 소아암이 처음 발병됐을 때 온 가족의 절망스럽던 모습과 병원 무균실에서의 두려움, 소아암으로 인한 몸의 고통 등을 말하며 다양한 미술치료 기법들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히 표현했다.

상담이 진행되며 승오는 점차 모자와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고 팔을 뻗어 부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었다. 승오와의 상담 중 승오 부모님의 자녀양육 방법, 의사소통에 변화가 시급함을 알게 되었다. 승오 부모님은 아이의 버릇이 나빠진다고 평소 칭찬을 하지 않으며 아이가 나이들수록 어색하여 스킨십을 하지 않고 승오 아빠는 다소 권위적으로 가족을 통제했다.

더욱이 엄마는 자주 ‘우리 집은 가난해서 돈이 없다’고 말을 하거나 주변 친척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었다. 승오의 소아암 발병도 학교에 알려져 전교생의 모금도 받았다. 승오의 심리적 변화를 위한 개별상담과 함께 가족의 역기능적 역동, 부정적 의사소통의 변화를 위한 가족 상담을 병행했다.

▲석고자아상 '강하고 최고인 나'. 필자
▲석고자아상 '강하고 최고인 나'. 필자

상담 과정에서 승오는 유난히 칭찬에 어색해하며 ‘선생님, 칭찬하지 마세요. 나 못해요. 못한다니까요.’란 말을 반복했다. 칭찬과 지지가 부족하고 부정적인 말과 행동이 익숙한 가족 분위기와 스스로에 대한 낮은 자존감으로 승오는 칭찬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승오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칭찬을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승오 부모님께 자녀 칭찬 과제를 부여했다. ‘매일 3회 이상 칭찬하기’ 과제를 통해 그동안 그냥 지나쳤을 승오의 작은 행동이라도 진심으로 칭찬하고 지지하기를 당부했다.

칭찬은 기술이 필요하다. 칭찬은 상대의 행동을 상세하게 구체적·긍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예를들어 ‘우리 승오 멋있어’라는 말보다는 ‘우리 승오는 착하고 말도 예쁘게 잘해서 진짜 멋있어’라는 말이 더 칭찬으로 느껴질 것이다. 승오 부모님께 칭찬의 기술과 자존감을 깎는 부정적인 말과 행동, 권위적인 통제성 강한 행동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상담회기가 끝나갈 무렵 승오와 가족에게 큰 변화가 나타났다. 승오는 상담 중 눌러썼던 모자와 마스크를 더 이상 쓰지 않을 뿐 아니라 필자의 칭찬에도 어색하게 반응하지 않고 그림이나 미술작품을 들고 있는 자기 모습을 사진 찍어 달라며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집으로 가져간 그림이나 미술작품 등을 벽에 붙여 전시하기도 하고 평소 만나지 않던 친구들과 가끔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며 종종 친구를 집으로 불러 함께 게임 등을 했다. 승오 부모님도 입버릇처럼 말하던 부정적인 말과 통제성 강한 행동을 바꾸려 노력했다.

지금은 종종 승오를 안아주며 승오의 병이 곧 나을 것과 엄마, 아빠가 열심히 노력하니까 행복하게 잘 살 것이라는 희망적인 말을 자주 한단다. 유난히 긍정적 표현이 서툰 승오네 가족은 승오의 소아암 위기를 통해 몸도 맘도 건강한 자녀,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노력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모르고 지나쳤을 소중한 것들을 알게 되었음에감사했다.

소아암을 경험하는 많은 아동들이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학교생활 적응 및 또래 관계, 우울, 불안, 위축 등 심리·정서적 문제와 부모와 비 환아 형제·자매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들이 아동의 삶 전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아암 아동의 부모 또한 장기치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부부관계, 자녀와의 관계, 사회 단절과 죄책감, 불안, 대인관계 변화 등의 여러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소아암은 아동과 가족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가족질병으로 간주되며 소아암 아동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한 통합적인 지원이 매우 필요하다.

국내에서 해마다 약 1200~1300명의 아동, 청소년이 소아암 진단을 받고 있으며, 소아암 발생빈도는 인구 10만명당 약 13~14명으로 전체 암환자의 약 1%를 차지한다(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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