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의 은총에 의해 EBS 사장으로 간택됐다고 하는 신동호씨가 출근 이틀째 EBS에 들어가질 못했다. 노조가 막았다고 하지만 키가 석자도 되지 않는 삼척동자도 다 예견했던 사항이다. 노조원들이 왜 집단반발을 하고 길을 막아섰을까? 게다가 EBS 보직자 54명 중 기껏 2명을 빼고 다 사표를 냈을까? 이 같은 전사적인 집단 항거는 EBS 창사 이래 처음이겠지만 대한민국 언론사에도 아마 처음 있는 것 같다.
EBS 뉴스보도를 보면, 신동호씨는 EBS 신임 사장이 아니라 이젠 이사도 아닌 신 전 이사로 불리고 있다. 공기관에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면 하루 이틀 출근 저지에 나서는 것이 흔한 통과의례이나 장담하건대 아마 이번 EBS 사태는 그렇게 빨리 진화되진 않을 것 같다. 신동호씨는 이틀째 출근이 또 가로막히자 "업무방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하는데 소가 들으면 웃을 일이다. 소위 이게 요즘 전국 곳곳에서 외치고 있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국민저항권’의 한 모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해도 해도 너무 잘못된 엉터리 인사이기 때문이다. EBS와 그 직원을 게, 가재,붕어로 아는 공직자가 아직도 있기 때문이다.
그저께까지 EBS사장을 하던 김유열씨도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신청과 무효 확인을 구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김유열 사장은 자신이 33년간 몸담아온 EBS가 풍전등화에 처한 것과 이번 사장 선임이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이뤄진 것은 중대한 절차적 결함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EBS를 사랑하는 그 마음은 알겠으나 그는 문재인 대통령 때 임명돼 그야말로 7년째 ‘알박기’를 하고 있는 유시춘 이사장이 업무추진비 1,900만원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있고 또 이에 대해 EBS 감사실이 환수 조치를 강력히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 결과를 보고 하자며 이를 묵살한 인물로서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을 하더라도 곧이곧대로 들리진 않는 게 한 두 사람만이 아닐 것이다. 방통위의 이번 인사의 흠결을 이유로 그 좋은 사장 자리보전에 연연한 면이 없다고 부인하진 못할 것 같다. 어쨌든 2인 방통위 문제가 또다시 법정으로 가게 된 것인데 그 공은 김유열 사장의 몫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요즈음 판사들의 판결이 워낙 상식을 뒤엎는 경우가 많아 예상하기가 쉽지 않으나 일반적인 법률 지식으로 본다면, 재판부는 2인 방통위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5인 합의제인 방통위원회가 그 절반도 안되는 2인 의결로 합의제 기관의 근간을 훼손해 하면서까지 중요한 행정행위를 하는데 대해서는 아마 제동을 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견된다. 결국 본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번 신동호씨는 출근을 계속 못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리해 보자. 이번 사태는 이미 원서를 접수하기 전부터 ‘내정설’ 등으로 각종 의혹이 나돌아 심각한 우려가 표명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비웃듯이 지원서를 버젓이 낸 신동호씨에게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인사권을 행사한 방송통신위원회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인사 의결에 두 사람이 참여했으나 주범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다. 계급이 깡패라는 말이 있듯이 공직사회의 권력 구조상 부위원장은 책임을 묻기보다 어쩌면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선의의 피해자라고 할 것이다. 듣기로는 방통위 내부에서는 위원장이 내린 지시니까 말은 못하고 대체로 신동호씨만 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였던 것으로 안다.
이번 인사를 두고 EBS노조는 신동호씨를 향해 "교육 전문성도 경영능력도 전무하다"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EBS 사장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또 ‘언론장악 알박기"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주장이 다 맞지는 않는 것 같다. 단지 그의 경력으로 볼 때 교육 전문성도 경영능력도 없을 것 같다. ’언론장악 알박기‘는 노조가 반대 논리로 자주 내놓는 레코드판을 다시 틀어놓은 것 같다. 신동호씨가 무슨 능력이 있어 언론을 장악하겠는가? 이건, 하수의 분석이고 무조건 흠집을 내고자 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 주장으로 여겨진다. 그래도 일종의 '낙하산 인사' 의미로는 해석.동의된다. 특히 ’계엄세력이 임명한 사장‘이라서 반대한다는데 이건 너무 나간 것 같아 논할 가치가 없다. 또 그의 정치 이력을 거들먹거리는데 왜 정치 경력이 있는 사람은 EBS 사장이 안되는가? EBS를 발전시킬 사람이라면 신분.출신.성별.정당 가릴 것 없이 모셔올 필요도 있지 않겠느냐? 죽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도 필요하면 말이다. EBS 법이나 강령 어디에도 반대할 명분과 권한이 없다. 특히 대한민국 최상위법인 헌법 15조에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노조가 무슨 권리로 헌법상 보장되는 타인의 기본권을 박탈하려고 하나? 그건 헌법 위반이여서 자칫하면 누구처럼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을지 모른다.
각설하고, 이번 EBS 사태의 전적인 책임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있다고 할 것이다.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신동호씨를 어여삐 여긴 패착의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만인이 알다시피, 신동호씨는 이진숙 위원장이 MBC기획본부장이던 시절 아나운서 MBC 국장을 맡아 당시 노조와의 진영 싸움에서 정보도 나누고 전술을 논의하며 의기투합하던 동지였다. 또 이 위원장이 과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 국장’ 제목의 영상을 올릴 만큼 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스스로 공개적으로 과시한 바 있어 ‘이해충돌’ 논란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가 되니까 그 영샹은 지금 내려진 상태다.
이에 EBS노조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신동호 후보자가 특수관계라고 주장하며 이번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심사·면접 위원 기피 신청을 했지만 방통위는 이를 기각했다. 기피 신청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였다. 참, 후안무치다. 자기에 대한 기피 신청을 자기가 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나? 사또나 고을 원님 재판보다 더 권한남용이고 더 엉터리다. 법원 판결이나 감사원 등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면 이건 무효로 나올 것이 자명하다. 또 이 문제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서를 제출했다는데, 그렇게 어려운 수학 문제도 아닌데 권익위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권익위도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유야무야하면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고 존치하더라도 이름앞에 국민이란 거룩한 단어는 뻬야 할 것 같다.
신동호씨는 첫 출근도 못한 채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실실 웃기도 하고 "저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임명됐다"고 했다는데 웃는게 웃는게 아니겠지만 낮짝이 너무 두꺼운 것 같다. 자기는 사장 공모에 응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자기 실력으로 당당히 선임됐다는 것인데 그 말을 누가 믿겠나? 대개 고위 공직자를 선임할 때는 지원자 중 3배수나 5배수로 추려 면접을 하는 게 상례다. 그런데 방통위가 이번에 서류 전형에서 1차 컷을 하지 않고 사장 후보자 8명 전원을 면접했음에도 내정설이 흉흉하게 나돈 방통위와 EBS 주변에서는 사실 이건 위장술.꼼수라고 한다. 사실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1차 컷에 대한 의혹과 시비가 안 일어나도록 애써 커버링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1차 선발 명단에 신동호씨가 들어가 있었다면 또 노조 등의 공격으로 곤욕을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채점표가 있다면 의혹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방통위는 공개해야 할 것이다. 국정감사가 필요한 사안이라 생각된다.
주목할 것은 설사 김유열 사장의 임기가 다 됐기 때문에 후임 사장 선임이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내정설이 그렇게 휘몰아 친 신동호씨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많은 국민들은 궁금해 한다. 여기에 대한 답은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한 인사가 저희 신문사에 제보한 내용에서 찾을수 있을 것 같다.
해당 제보에 따르면, 이진숙 위원장이 1월 말 탄핵에 풀려난 이후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EBS 사안은 한 마디도 안하다가 2월 말에 느닷없이 EBS 사장 선임 문제를 꺼내고 신동호씨의 임명날짜를 3월 26일로 한 것은 신동호씨가 처한 법률적 문제를 감안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한 스케쥴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들에게 다 계획이 있었듯이 이진숙씨도 다 계획이 있었는 듯 하다.
왜냐하면, 한국교육방송공사법 11조 5항(임원의 결격 사유)에는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하여 방송, 통신, 법률, 경영 등에 대하여 자문이나 고문의 역할을 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따르면 누구라도 지난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자문이나 고문 등의 역할을 한 사람은 제척기간 만료인 지난 3월 9일 까지는 EBS의 임원이 될수 없기 때문이다.
즉, 김유열 사장의 공식 임기가 3월 7일에 끝나기 때문에 이진숙 위원장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때 임명돼 눈엣가시인 그를 마음만 먹으면 3월 8일이나 3월 9일에도 즉각 교체할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하면서 보름 이상 시간을 흘려 보내다가 3월 26일에 임명한 것은 신동호씨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위해 다방면에서 역할을 했는데 EBS 임원 임명 저촉 기한인 3년에 위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원서 접수 일정부터 좀 느긋하게 잡고 3월 26일에 선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왜 하필 3월 26일까? 그건 또 이진숙씨의 놀라운 정무적 내공에 있는 듯하다. 3월 26일 그날은 온 국민적 관심을 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관련 선고일이라 온 언론의 관심이 거기로 쏠릴 것으로 그날을 D-데이로 잡았다는 것이 제보자의 주장이다.
특히 방통위는 그날 오전에 전체회의에서 두 건을 의결했는데도 한 건은 오전에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문제의 EBS사장 선임건은 이재명 대표의 판결 이유가 하나 둘 나온 그날 오후 3시 이후에야 공식 릴리스를 했다. 왜 그랬을까? 그건 억수같이 비가 쏟아져 내리는 날에 공장 폐수를 흘려버리는 악덕기업자의 물타기 수법과 같다고 봐야겠다. 이러한 여러 상황을 모두 감안해 볼때 제보자의 주장에 신빙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여담이지만 MBC사태가 악화돼 결국 오늘의 형국이 된 것은 마포 가든 호텔 등지에서 대책 회의를 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진숙 당시 기획본부장이 너무 강하게 밀어부쳐 노조를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있었다. 산이 옮겨졌다는 것을 믿을지언정 사람이 변했다는 믿지 말라는 중국 격언이 생각난다.
사실 이번 EBS사장 선임의 또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는 MBC 인사들의 EBS 진출에 있다. EBS한국교육방송법상 EBS의 임원은 부사장, 감사, 사장 3명 뿐이다. 그런데 1년 6개월 전인 2023년 9월에 이미 MBC 출신인 최기화씨가 감사로 와있다. 그는 MBC보도국장도 했고 MBC기획본부장도 나름대로 훌륭한 언론인이다. 먼저 온 그분을 문제 삼는 것은 결코 아니다.
EBS에 임원 자리가 기껏 세개 뿐인데 신동호씨가 사장으로 오면 MBC 출신이 두 명이나 된다. MBC가 뭔데? EBS가 MBC 자회사인가? 가족회사인가? MBC가 뭔데? 불법행위를 하다가 MBC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자가 사랑하는 특수관계를 이용해 EBS를 만만하게 보고 호가호위를 하겠다는 것인데 EBS 직원들은 자존심도 배알도 없는가? EBS가 MBC의 취직 부대인가? 백번양보해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찍어 EBS에 방영해 시청율을 올리고자 하는 깊은 뜻이 있으면 그렇게 하시든지...
좀 더 정리하자. 이진숙 그가 대전MBC 사장을 할 때 수 많은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 문제는 물론 MBC 법인차량을 타고 서울 마포에 있는 서강대학교 대학원을 다닌 것 등으로 볼때 사실 고위 공직자로서 임명에 부적절했다고 본다. 회사 차량을 이용한게 문제가 아니고 대전 거기가 어딘데 서울까지 언감생심 학교를 다닐 생각을 했나? 그런 DNA를 가진 작자는 공직 부적절은 물론이고 전통적 가치와 규율 준수를 중시하는 보수의 정신과 맞지 않다. 이진숙씨는 할 말이 있다고 할지 모르나 한 푼의 염치라도 있다면 잠잠할 것을 권한다. 자고로, 배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이밭에서는 신발끈도 고쳐 신지 말라고 했다. 신동호를 사랑하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보수를 욕되게 하지 말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 그런데 그녀의 성정상 자신 사퇴할 리가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아무리 콘트롤타워가 무너진 윤석열 정부지만 기본적인 인사원칙은 물론 우파를 균열시키고 좌파에 결집 빌미를 준 이진숙을 서둘러 해임해야 한다. 이제 EBS 사장 불공정 선임 문제는 경북 의성에서 발화된 불이 동해안까지 번지듯이 언론노조는 물론 야당 정치권들이 합세해 또 하나의 거대한 괴물이 돼 정부·여당은 물론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 것으로 충분히 예견된다.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선 경로 주변의 가연성 물질을 먼저 태워 제거하듯이 정부·여당은 윤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하리라. 국민의힘도 "법과 원칙에 따라 신동호 신임 사장이 적법하게 임명됐다"는 공허한 소리를 하지말고 이진숙 일병 구하기에 더이상 나서지 말기 바란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특수관계인의 위인설관을 위해 EBS에 사장 자리를 마련해 준 합리적인 의혹으로 윤 대통령의 정적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줘 몸집을 키우게 하고 세력을 결집시켜준 것뿐만 아니라 그는 탄핵 기간 중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그간 해온 정치적 발언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법무법인 검토의견서를 감사원이 갖고 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이진숙씨의 언행에 못 마땅해 하는 인사들이 많은 것 같다. 야권은 감사원의 조속한 결론을 촉구하며 이진숙 위원장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더 이상 보수의 여전사가 아니다. 트러블 메이커다. 야당의 불길이 성난 군중과 합세해 윤석열 정부를 덮쳐 태우기 전에 위험물질 정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아니면 또 한번의 탄핵소추가 나올 것이고 그것은 윤석열 정부의 부담이 될 것이다. 결자해지가 요구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선택에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