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팬이 사망했는데 아무 말 없는 허구연 KBO총재

  • 기사입력 2025.04.07 17:13
  • 기자명 고석태 기자
▲KBO 건물 앞 트럭시위 모습./연합뉴스
▲KBO 건물 앞 트럭시위 모습./연합뉴스

국내 프로야구가 지난 6일 관중 1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막 60경기 만에 105만 9380명을 동원해 역대 최소 경기 100만 관중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산술적으로는 올 시즌 1271만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할 수 있다.

KBO리그는 불과 9일 전 끔찍한 사고를 겪었다. 지난 29일 창원 NC파크 매점에서 음식을 사려고 줄을 섰던 20대 초반의 여성팬 A 씨가 갑자기 떨어진 구조물에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틀 뒤 사망하는 참변을 당했다. 구조물의 크기는 길이 2.6m, 폭 40㎝로 무게 60㎏가량이었다. 다른 한 명은 쇄골이 부러져 치료 중이며, 나머지 한 명은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고 다음 날인 3월 30일에는 창원 경기만 취소했고, A 씨가 사망하자 4월1일 5개 전 구장 경기를 취소했다. A 씨에 대한 추모의 의미도 있었지만, 구장 시설 안전 점검 목적도 더 컸다고 봐야 한다. 창원NC파크는 4월 1일부터 3일까지 예정됐던 경기를 연기하고 집중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창원NC파크 구조물 낙하 현장. 연합뉴스
▲창원NC파크 구조물 낙하 현장. 연합뉴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고 당일 창원 경기를 강행한 것이다. 병원으로 이송된 피해자가 아직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사고가 난 오후 5시 20분쯤부터 경기가 종료된 오후 8시5분쯤까지 약 2시간 45분 동안 1만 6000여 명의 관중이 추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안내방송도 없었다.

특히 당시 사고 현장에는 KBO 허구연 총재가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허 총재는 전날 창원에 도착해 1박을 하고, 사고 당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과 오찬을 한 뒤 야구장으로 이동해 6회까지 관전한 뒤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허 총재는 5시 20분 사고가 발생한 직후 현장에서 경기운영위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지만,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고 경기장을 떠났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지난 1일부터 많은 팬은 “사고가 났는데도 가만히 야구만 보다 돌아간 것이 적절한 행동이었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음날 경기를 안전 점검 이유로 전격 취소하고, 피해자가 사망한 뒤엔 전 구장 경기를 모두 취소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었다면, 사고 당일 경기 강행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30일 잠실야구장 구름관중.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잠실야구장 구름관중. 연합뉴스

이런 팬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 ‘10개 구단 여성 야구팬’의 트럭 시위다. 이들은 지난 2일 성명서를 내고 “사고 현장에 KBO 총재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공지 없이 경기를 강행했다. 천만 관중을 외치는 KBO가 정작 관중 사고 앞에서는 침묵했다”면서 “국내 프로스포츠 역사상 유례없는 인명 사고는 전적으로 KBO의 부실한 안전 관리와 책임 회피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KBO는 운영과 수익 창출을 위해 관중 안전을 외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명확한 책임 소재를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각 구장에 대한 통합적이고 실질적인 안전 관리 규정과 관객 안전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를 모든 구단과 협의하여 즉시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 일주일이 넘도록 사고에 대한 허구연 총재의 직접적인 사과나 대책 발표는 전혀 없다. 허 총재는 지난 2022년 총재 취임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은 팬”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팬이 야구장에서 안전사고로 사망했는데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총재가 한마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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