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NGO

  • 기사입력 2025.04.09 07:44
  • 기자명 조승현 인형극 작가
▲26년 전 세계 비정부기구들의 축제인 ‘99서울NGO세계대회’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는데, 그 당시 환경단체 추천으로 우리 극단이 수많은 시민과 외국인이 모인 자리에서 1인 마당극 공연을 올리며 관객들에게 많은 갈채를 받았었다. 장구치는 고수 옆에 몸빼 바지를 입은 여자가 필자인 조승현 작가다. 조 작가는 1인 마당극 '어머니아리랑'에 작, 연출, 배우를 맡았다. 필자 제공
▲26년 전 세계 비정부기구들의 축제인 ‘99서울NGO세계대회’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는데, 그 당시 환경단체 추천으로 우리 극단이 수많은 시민과 외국인이 모인 자리에서 1인 마당극 공연을 올리며 관객들에게 많은 갈채를 받았었다. 장구치는 고수 옆에 몸빼 바지를 입은 여자가 필자인 조승현 작가다. 조 작가는 1인 마당극 '어머니아리랑'에 작, 연출, 배우를 맡았다. 필자 제공

NGO라는 용어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게 무척이나 친근한 용어다.

26년 전 세계 비정부기구들의 축제인 ‘99서울NGO세계대회’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는데, 그 당시 환경단체 추천으로 우리 극단이 수많은 시민과 외국인이 모인 자리에서 1인 마당극 공연을 올리며 관객들에게 많은 갈채를 받았었다.

그 이후로 모 방송국 자회사에 높은 경쟁을 뚫고 어린이 프로그램을 맡게 되는 행운을 얻었고, ‘NGO 세계대회’에 참가한 덕분에 우리 극단이 한동안 많은 덕을 보았다.

그래서 NGO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한 지인을 통해 한국NGO신문에 칼럼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고 깜짝 놀랐다.

한국NGO신문...?  난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한국NGO신문을 검색했다. 한국NGO신문이 정말 있었다. 그것도 올해 창간 23주년을 맞이하는 인터넷 정론 신문이었다. 26년간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는 NGO였는데, 한국NGO신문을 몰랐다는 무지함에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NGO신문에 실린 기사들을 보다가 작년 ‘창간 22주년 기획’이라는 타이틀 제목이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 NGO 역사는 128년 전 독립협회(1896년 7월 2일 창립)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라는 기사를 읽고, 사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독립운동가의 기념사업회에 일을 보고 있는 나는 1896년 근대 사회·정치단체 독립협회가 국내 NGO의 효시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준 한국NGO신문에 ‘역시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다른 정론 신문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NGO 활동가’라고 하는데, 나는 ‘NGO 활동가’는 아니지만, 만약 내가 칼럼을 쓸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좋은 칼럼을 써서 독자(讀者)들에게 힘이 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칼럼을 써야겠다고 결의했다.

처음 한국NGO신문에 글을 기고하면서 과연 내 글이 신문에 나올 수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였는데, 설동본 주필에게서 ‘게재’라는 연락을 받았다. 신문 속에 내가 쓴 글을 확인한 순간, 그 즐거움은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 기뻤다.

내 인생을 바꿔준, 평생 잊지 못하는 너무나 고마운 NGO! 난 이렇게 또 다시 한국NGO신문과 인연이 되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좀 더 공부해서 잘 쓸 걸...’하는 아쉬움도 밀려왔다.

▲99 서울NGO세계대회 초청작 마당극 ‘어머니아리랑’의 한 장면. 필자 제공
▲99 서울NGO세계대회 초청작 마당극 ‘어머니아리랑’의 한 장면. 필자 제공

칼럼을 쓰면서 나 자신을 깨닫게 되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지금도 열심히 살아왔지만 앞으로 사는 것이 좀 더 조심스러워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글의 내용과 내 삶이 일관되게 살아야 한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인 동시에, 독자와 보이지 않는 신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예전에 공연했던 어린이 뮤지컬 대사가 떠 올랐다. 극 중에 놀부 부부가 죽어서 염라대왕 앞으로 불려갔다. 염라대왕이 놀부 부부를 보고 노발대발하며,

염라대왕 왈 “네 이놈들! 너희 죄를 알렸다!”

놀부부부 왈 “예에? 아니 죄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염라대왕 왈 “어허, 너희 부부가 못됐다는 것을 세상천지가 다 아는데 어디서 감히 모른 척 한단 말이냐!”

놀부부부 왈 “염라대왕님! 우리 부부가 죄가 있다면 그건 바로 착한 죄입니다!”

염라대왕 왈 “이런 고약한 것들이 있나! 여봐라, 이 놀부 부부가 정신 차릴 때까지 매우 쳐 라!”

저승사자 왈 “예이~!”

저승사자는 객석으로 내려와서 어린아이들을 무대로 올린 뒤, 도깨비방망이로 놀부 부부의 엉덩이를 때리라고 지시하자 아이들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도깨비방망이를 힘껏 내리치는 바람에 놀부 부부역을 맡은 배우들이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다고 했다.

내가 이렇게 대본을 쓴 정도니 아마도 내 인생이 옳고 그름도 모르는 놀부 처처럼 살지 않았나 싶다. 여하튼 칼럼을 쓰면서 내 스스로를 반성하며 성찰하는 시간도 얻게 되고, 또한 가끔 동심에 젖어서 동화 속 세상에서 사는 큰 행복감도 얻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NGO인가!

내가 ‘NGO단체의 활동가’까지는 아니지만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배우고 주위를 둘러보며 더불어 사는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의하며 일성 이준열사의 유훈을 되새겨 본다.

“땅이 크고 사람이 많은 나라가 큰 나라가 아니고 땅이 작고 사람이 적어도 위대한 인물이 많은 나라가 위대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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