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간호사로 근무 중인 희영씨(가명, 여 33세)는 초등학교 교사인 동생과 고등학교 교사인 언니에 비해 학력이 부족하고 여러모로 모자라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림 검사와 MMPI-2, SCT 심리검사에서 희영씨의 애정욕구, 성취감, 우울감, 성공적인 여성상의 추구, 낮은 자존감, 과거 후회 등과 관련한 결과가 나타났다.
희영씨는 자신이 늘 힘든 것은 열등감이라고 생각되어 학력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수년간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고 현재는 병원에서 인정받는 간호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왠지 모를 불안과 사람에 대한 과도한 의식으로 2~3년 전부터 신경안정제를 먹으면서 지금은 약 없이는 생활이 힘들 정도라고 했다.
상담 과정에서 희영씨 자매 관계에서의 열등감이 상당히 큼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자매들과의 과도한 비교가 희영씨의 열등감을 키우고 열등감은 상대적으로 자존감을 낮추어 자신도 모르게 늘 상대를 의식하고 눈치를 살피는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달라지면 열등감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을까요?” “과도하게 사람들을 의식하게 될 때 예전에 사용했던 방법 중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 있으실까요?”
희영씨에 따르면, 대학원을 가면 나아질 것 같지만 자녀들이 아직 어려 평소 직장 다니며 잘 챙겨주지 못하는 것도 미안한데 대학원 공부까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리고 예전 직장 동료를 과하게 의식하고 눈치를 볼 때 그 사람에게 꽂히지 않으려고 집에 가서 할 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등을 생각하며 생각을 바꾸어 보니 조금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희영씨의 과도한 불안과 긴장감 고조에 영향을 미쳤을 경험들에 대해 상담을 이어갔다. 희영씨는 첫 아이 임신 시 어릴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의 단절과 하늘같이 의지하였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유산까지 하였던 상황을 말했다.
당시의 슬픔과 고통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내면에 내재화되어 현재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희영씨의 열등감, 낮은 자존감, 과도한 의식, 불안감 해소를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먼저 희영씨가 진심으로 원하는 삶에 대해 탐색했다. 희영씨는 ‘당당한 커리어우먼, 지금보다 나은 삶, 성공적인 자녀 교육, 세계여행’을 삶의 목표라고 말했다. 늘 예민하게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잡혀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미안하게 생각했다.
희영씨는 상담 과정을 통해 자기 이해를 시작하며 자신의 자동적 사고, 인지적 오류들이 일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왜곡된 사고에 끌려 잘못된 행동을 반복할 수 없음을 강조하며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삶의 목표들을 하나씩 일상에 연결해 보고자 노력했다.
우선, 당당한 커리어우먼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열등감 해결) 영어 학원을 다니고 외국인 영어 선생님을 소개받아 영어 회화를 시작하며 토익 점수를 높여 직장에서나 외국에 나갈 때 인정받는 모습을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사람들의 반응이 신경 쓰여 무조건 참고 살았지만 이제는 용기 내어 조금씩 말을 하게 되었다며 얼마 전 언니, 동생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히 말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몰려올 때는 빠르게 의식해 다른 생각으로 전환하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의 롤 모델은 나다’ 라는 생각으로 엄마가 건강해야 우리 아이들이 건강 할 것이라는 생각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전에는 퇴근하면 피곤하여 아이들과의 시간을 잘 갖지 못하였는데 지금은 퇴근 후 아이들을 챙겨주고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어 주며 아이들과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가 좋아졌다.
주변에 대한 과도한 의식을 어느 정도 통제하게 되어 복용했던 신경안정제도 자연스럽게 안 먹게 되었다. 삶의 경험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진 비합리적인 사고들을 합리적 사고로 바꾸고 삶의 목표를 일상에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희영씨의 변화가 무척 감동스러웠다.
병원 및 상담센터, 사회복지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는 인지치료에 의하면 일상에서의 다양한 경험들로 인해 만들어진 비합리적인 사고들은 자동적 사고로 뇌에 영향을 주어 인지적 오류의 결과를 만든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심각할 정도의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우울, 불안, 자살 시도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만들 뿐 아니라 가족, 대인관계도 매우 힘들게 한다.
인지적 오류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행동으로는 ‘모 아니면 도’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가 강해지고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과잉 일반화, 과잉 축소, 과잉 확대와 같은 행동과 자신의 경험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임의적 추론, ‘모든 것이 다 나 때문’ 이라는 자신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하는 개인화, ‘이제 모두 끝이다’ ‘죽음밖에는 답이 없다’는 극단적 상황의 파국화, 재앙화 등의 비합리적인 사고를 생성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자신의 감정이나 사고, 행동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우리 뇌에 자연스럽게 도식화되어 유사한 상황에서 늘 반복적으로 생성되는 인지 패턴을 알아야 한다.
역기능적 인지 패턴이 본인에게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특히 부모·자녀 간에, 부부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본인의 노력으로 발견이나 변화 시도에 어려움이 있다면 용기 내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유한다.
심리 튼튼한 건강한 부모와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하는 우리 자녀들이 행복한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갈 주역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세워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