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고 싶어요”… '틱장애' 아동 상담

  • 기사입력 2025.05.10 14:57
  • 기자명 양지원 사회복지학 박사
▲틱장애 아동의 PITR(Person In The Rain: 빗속의 사람). 세차게 내리는 비를 피하지 못하고 맞고만 있는 벌거벗은                    남자 모습에 현재의 자기를 투영하고 있다. 필자 제공
▲틱장애 아동의 PITR(Person In The Rain: 빗속의 사람). 세차게 내리는 비를 피하지 못하고 맞고만 있는 벌거벗은 남자 모습에 현재의 자기를 투영하고 있다. 필자 제공

영호(가명, 남 11세)는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아이였다. 영호가 7살 되던 해 동생이 태어났고 영우에게 쏠렸던 부모님의 사랑은 동생에게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몸이 약한 동생은 엄마의 근심이었고 엄마는 동생에게 늘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

아버지의 사업이 점차 어려워지며 가정 상황이 안 좋아졌고 부모님의 다툼은 날로 심해졌다. 아버지는 지방에 직장을 구하여 내려가게 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오셨다. 든든한 버팀목과 같은 아버지와의 분리는 영호에게 무척 큰 충격이었다.

아픈 동생을 돌보며 여유롭지 않은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스트레스는 영호에게 부정적으로 투사되었다. 영호의 몸과 맘에 심각한 장애가 나타났다. 음성 틱과 행동 틱이 함께 나타나는 뚜렛장애 진단을 받은 영호는 담당 의사로부터 병의 원인이 뇌신경체의 이상이나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약물치료에 앞서 미술치료를 받기를 권유받았다.

영호가 지닌 문제와 스트레스, 대처 능력 탐색을 위한 PITR(Person In The Rain: 빗속의 사람) 그림을 살펴보았다. 영호의 PITR 그림에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빗속에서 벌거벗은 남자가 비를 모두 맞고 있는 장면이 표현되었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묻자 영호는 “이 남자는 비를 많이 맞아서 추울 것 같아요. 빨리 비가 그치고 이 사람이 옷을 입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이 불쌍한 것 같아요. 도와주고 싶어요”라며 그림 속 사람이 무척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벌거벗은 채 차가운 비를 맞으며 추위에 떨고 있는 불쌍한 사람은 영호의 현재 모습을 투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엄청난 양의 세찬 비는 영호가 경험하고 있는 힘든 문제이며 아무런 방법도 못 취하고 그저 비를 맞고만 있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대처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또한 ‘도와주고 싶다’는 표현은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호 엄마는 영호가 틱 증상을 보일 때 ‘웬만하면 참으라고 하고 심해지면 듣기 싫으니까 다른 데로 좀 가라’고 한다며 야단도 치고 달래도 보았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

▲틱장애 아동의 핑거페인팅(행복). 도배풀을 활용한 핑거페인팅 그림에서 ‘활짝 웃고 있는 행복한 우리 가족’ 을 표현했다. 필자 제공
▲틱장애 아동의 핑거페인팅(행복). 도배풀을 활용한 핑거페인팅 그림에서 ‘활짝 웃고 있는 행복한 우리 가족’ 을 표현했다. 필자 제공

영호와 엄마의 상담이 함께 진행되었다. 아동의 변화를 위해서는 부모님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전하며 상담시 요청하는 상담 과제를 수행해 주실 것을 당부했다. 첫번째 과제는 영호의 ‘강점 세 가지 이상 찾기, 하루에 한 번 이상 칭찬하고 칭찬 그래프에 표시하기’다.

영호와 다양한 미술기법을 활용한 미술상담을 진행하며 내면에 억제된 스트레스를 표출하고 부정적 감정을 안전하게 분출하며 환기하도록 했다. 영호는 희망하는 가족의 모습을 표현하고 진심으로 바라는 삶에 대해 말하며 무척 행복해 했다.

틱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상담하던 중 감정발산에 도움이 되는 ‘드럼’을 교회에서 무료로 배울 기회를 얻게 되었다. 틱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특별한 상황들에 대해 함께 찾아보고 그동안 참고 숨죽이며 남의 눈치만 살폈던 방법에서 보다 도움이 될 방법을 상의하며 구체화했다.

영호 엄마는 상담 회기마다 부여된 과제 ‘칭찬하기, 강점 찾기, 따뜻하게 안아주기, 틱 행동 보일 시 틱 증상 완화에 도움 되는 방법 영호와 상의하기, 틱 증상 발생 상황·환경 만들지 않기’ 등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틱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하거나 흥분되는 상황에서 더 거세지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호의 틱 증상은 상담 종결 시점 사라졌다.

영호 엄마는 그동안 잘못했던 것들을 사과하며 영호를 따뜻이 안아주고 엄마의 사랑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틱 증상이 나타날 때는 ‘괜찮아. 너무 참으려 하지마. 어떻게 하면 영호가 편안한지 엄마에게 말해줘. 엄마가 도와줄께’ 하며 영호를 안정시켰다.

다양한 미술기법을 활용한 상담을 통해 자유롭게 자기의 내면을 표현하고 표출하며 드럼, 운동 등의 에너지가 발현되는 역동적인 활동을 통해 승화를 경험하고 변화된 안전한 환경에서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영호의 틱장애는 치료되었다.

틱은 학령기 아동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으로 전체 아동의 10~20%가 일시적인 틱 증상을 보인다. 틱 장애는 뇌신경 전달체계의 이상, 유전적·환경적·심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되거나 악화된다.

틱은 예후가 좋은 편으로 음성 틱과 행동 틱이 함께 나타나는 뚜렛장애 경우 30~40%는 완전히 증상이 없어지거나 30%는 증상이 있더라도 심하지 않으며 일부는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

틱 증상을 보이는 아동의 부모님들이 유의해야 할 것은 아동의 틱 증상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고 오히려 모른척하거나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틱으로 인한 이상한 소리나 행동은 고의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며 참으려 애쓴다고 참아지는 것도 아니다. 화를 내며 비난하거나 증상을 없애려 무리하게 관여하는 것은 도리어 증상을 악화시킬 뿐이다.

아동이 위축되거나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칭찬하고 격려하며 마음을 편안히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틱 증상 치료에 가장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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