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양아버지 박인채 국장님께

평생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준 숭고한 삶을 이어가고 파

  • 기사입력 2025.05.10 16:07
  • 기자명 조승현 인형극 작가
▲임정 100주년 특집 드라마 성공을 위한 음악회를 마치고 색동문화예술원 청소년단원 및 성인단원들과 함께 했다.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인채 국장, 앞줄 왼쪽 세 번째가 필자다. 필자 제공
▲임정 100주년 특집 드라마 성공을 위한 음악회를 마치고 색동문화예술원 청소년단원 및 성인단원들과 함께 했다.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인채 국장, 앞줄 왼쪽 세 번째가 필자다. 필자 제공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이름 하나쯤은 가슴에 남습니다. 제 인생에 그 이름은 박인채 국장님이십니다. KBS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을 기획·연출하시며 수많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셨던 분. 그리고 제게는 누구보다도 따뜻한 아버지 같은 분이셨기에 저는 제 스스로가 수양딸이기를 자처했습니다.

젊은 시절, 삶의 무게에 지쳐버린 어느 날이 있었습니다. 23년 전, 박인채 국장님의 동요연습실을 빌려 어린이 뮤지컬을 연출했던 것이 인연이 되었고 그 당시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너무나 막막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때 국장님께서 아무런 조건 없이 저를 품어주셨습니다.

박인채 국장님은 제게 조심스럽게 신용카드를 내밀며 "내 카드는 무한도이니 이걸로 빚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세요"라고 하셨던 그 한마디. 그 말 한마디에 저는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켰고, 그 순간 마음속으로 결심했습니다.

“이분을 내 인생의 아버지로 모셔야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그 결심을 바로 실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삶을 바꾸는 믿음은 언제나 뜻밖의 방식으로 찾아옵니다.

어느 날 윤극영 선생님과 함께 창단하셨던 색동어린이예술단이 운영난을 겪게 되면서, 잦았던 어린이 해외 공연도 뜸해졌을 때, 저는 용기를 내어 색동예술단을 제가 운영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색동예술단을 운영하려면 경제적인 뒷받침이 만만치 않을 텐데, 괜찮겠습니까?”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요, 아이들에게 꿈을 전해주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

제가 해내겠다는 강한 결의에 국장님은 저를 믿고 색동예술단을 넘겨주셨고 저를 믿고 계신 그 믿음은 제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습니다.

그 이후, 저는 어린이들로만 구성된 색동예술단을 발전시켜 청소년과 성인이 함께 종합예술을 펼치는 색동문화예술원이라는 이름의 공익단체로 재탄생시켰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문화예술을 통한 청소년과 성인 단원들의 성장과 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래의 민속 손인형극을 K-손인형극으로 보급하고자 손인형극 지도사 민간자격증 발급단체로 등록한 후, 직접 제작하여 현재 국내외에 송출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방송국에서 어린이 프로그램 메인작가 겸 구성작가로 활동 중이며, 극작가로서 방송드라마, 영화 시나리오 집필에 이어 조만간 소설 출간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인채 국장님의 공적은 단지 저 하나만을 향한 배려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평생을 아이들의 꿈을 위해 살아오셨습니다. 윤극영 선생과 함께 동요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셨고, 어린이날이면 자비를 들여 섬 지역의 어린이들을 직접 찾아가셨습니다.

때론 KBS 견학을 시켜주셨고, 그 섬 아이들을 합창단으로, 더 나아가 뮤지컬단으로 육성해 유럽과 아시아 무대에 세우셨습니다. 그 아이들에게는 인생의 가장 눈부신 순간이었고, 그 장면을 함께하며, 저는 배우 겸 연출자로 어린이들과 무대에 섰습니다.

무대 위에 선 그 아이들의 눈빛은, 그분이 평생 지켜온 철학 —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믿음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 박인채 양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활동을 쉬고 계시지만, 가끔 전화하셔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다시 외국 공연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목소리 속에는 여전히 아이들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도 그 꿈을 이어가기 위해 달리고 있습니다.

올해 2025 KBS 창작동요제 노랫말 공모에 제 작품이 선정되었을 때, 가장 먼저 기뻐해 주신 분도 양아버지였습니다.

“내 뒤를 이어 훌륭한 방송작가가 되어주세요.”

그분이 제게 주셨던 한마디 한마디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현재 한국NGO신문에서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인형극 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그리고 5월, 어버이날을 맞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말 내려놓은 적 없이 제게 존댓말로 대해주신 저의 멘토이자, 아버지이자, 인생의 빛이 되어주셨던 박인채 국장님께 이 감사의 글을 바칩니다.

나의 국장님 양아버지, 당신께서 아이들에게 심어주신 꿈의 씨앗이 오늘도 여러 무대 위에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 희망의 노래가 앞으로도 계속 울려 퍼지게 하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언젠가 다시 어린이들과 함께 해외 무대에 설 그날을 저도 함께 꿈꾸겠습니다.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부족한 딸, 조승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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