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한때는 제자였다…스승과 제자 간의 간극

  • 기사입력 2025.05.16 14:00
  • 기자명 조승현 인형극 작가
▲5월은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의 화합과 행복, 건강을 위한 기념일이 많은 달이며, 특히 5월 15일은 세계 가정의 날이기도 하다. 지난 2023년 3월 필자가 짓고 연출한 환경뮤지컬을 준비하는 꿈나무 어린이들과 함께 했다. 맨 뒷줄 첫 번째 왼쪽이 필자다.
▲5월은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의 화합과 행복, 건강을 위한 기념일이 많은 달이며, 특히 5월 15일은 세계 가정의 날이기도 하다. 지난 2023년 3월 필자가 짓고 연출한 환경뮤지컬을 준비하는 꿈나무 어린이들과 함께 했다. 맨 뒷줄 첫 번째 왼쪽이 필자다.

가정의 달 5월이다. 5월은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의 화합과 행복, 건강을 위한 기념일이 많은 달이며, 특히 5월 15일은 세계 가정의 날이기도 하다.

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기념일이 가득한 5월이면, 세종대왕의 탄신 일을 기념하는 날과 동일한 5월 15일 스승의 날에, 나는 고등학교 때 담임이셨던 모상담 선생님이 떠 오른다.

나의 고등학교 학창 시절은 1970년 중반 때였다.

부친을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가 장사해서 버는 돈으론 4남매 학비가 녹록지 않다 보니, 나는 어머니의 일을 도와가며 학교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 연극은 왜 그리 좋았는지 방학 때만 되면 틈을 내어 극단에서 연극을 했다.

연습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일손이 모자라 쩔쩔매는 어머니한테 허구한 날 혼이 났다. 연극을 포기할 수가 없어 무척 고민할 때가 사춘기였던 것 같다.

학교에 다닐 수 없을 만큼 고민에 빠졌을 때, 담임이셨던 모상담 선생님께서 교내 연극부를 만들어주셨고, 연극부에 들어간 나는 졸업할 때까지 원 없이 연극을 할 수 있었다.

결혼 후, 학교 근처에 소극장을 오픈했을 때는 모상담 선생님께서 모교 후배들이 단체관람을 할 수 있도록 사비를 털어가며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셨다.

단순한 교사에 국한되지 않고, 교육의 가치를 뛰어넘어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 참교육과 멘토, 인생의 롤모델이 되어주신 모상담 선생님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공연예술로 외길을 걸을 수 있었고, 문화예술계에서도 자신 있게 나를 홍보하는 명함도 건넬 수 있는 내가 되었다.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듯이, 내 인생의 길을 밝혀주시고, 나를 성장시켜주신 나의 스승, 모상담 선생님께 지면을 통해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다.

“존경하는 나의 스승님, 제가 누군가의 길을 비춰주는 사람이 되기까지 저의 길을 묵묵히 밝혀주시던 당신이 계셨습니다. 방황하던 시기,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해주신 스승님. 때로는 참교육으로 따끔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시며 쓰러지지 않게 일으켜 세워주시던 선생님의 끝없는 사랑에 지금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때마다 문득, ‘아, 이 감정이었구나’ 하고 그때의 스승님 마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이만큼 걸어올 수 있었던 건, 처음 제 가능성을 믿어주셨던 스승님 덕분입니다. 사랑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리고 수십 년 세월이 흘러 나를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찾아오는 학생, 젊은이, 신중년들이 여럿 된다. 그럴 때마다 과연 나는, 스승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나를 찾아오는 그들에게 나는 무엇을 남겼고, 또 어떤 마음으로 다가갔는가를 되짚어보게 된다.

내가 정말 그들에게 스승이라면 그들은 나의 실력을 뛰어넘어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면 난 그냥 가르치는 지도사일 뿐이다. 그리고 예전과 다르게 요즘의 스승과 제자 관계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스승의 말은 곧 법’ 같은 분위기가 강했지만, 요즘은 평등과 수평적 소통을 지향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스승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멘토나 가이드의 이미지로 바뀌고 있기에 존경보다는 친근함을, 가르침보다는 함께하는 협력을 원하기에 권위보다는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엔 타이틀이나 지위가 먼저였다면, 요즘은 ‘가르침이 얼마나 진심인가, 또 어떤 경험의 삶으로 증명해냈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정말 진정한 존경은 ‘말’보다 ‘행동’에서 생긴다. 그래서 스승도 제자에게 배우는 시대가 되었다.

한 방향의 가르침이 아닌, 쌍방향 배움의 시대. 스승도 제자에게 배우고, 시대의 변화를 함께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배움은 이제 더 이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간극은 멀어졌다는 증거이지만, 동시에 다가갈 수 있는 여지이기도 하다. 스승은 제자에게 귀 기울이고, 제자는 스승의 깊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그 사이에 놓인 간극은 새로운 다리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스승도 한때 제자였고, 제자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스승이 된다는 사실이다.

지면을 통해 나의 스승께 감사의 글을 올렸듯이, ‘스승의 날’을 맞아 나를 찾아오거나 문자를 보내는 그들에게도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꿈을 향해 나아가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항상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새로운 도전은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그 새로운 경험은 반드시 새로운 기회를 낳습니다. 언제나 응원할게요!.“

글을 마치면서 ‘평생 연극만 해오던 내가 한국NGO신문에 나의 삶이, 내 글이 실리게 되는 예의 치 못한 기회를 얻게 될 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나’하며 나 자신을 칭찬하는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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