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부터 장례까지, 지역사회 가장 낮은 이들의 곁을 지켜 온 사람"

[연중 기획]이랜드재단·이랜드복지재단과 함께하는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 발굴·지원 프로젝트
⑪이랜드재단과 함께하는 ‘사마리탄(사각지대 미래세대를 위해 현장에서 진정성 있게 헌신하는 활동가)’ - ‘참아름다운동행' 나한희 대표

  • 기사입력 2025.05.22 20:15
  • 기자명 한국NGO신문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취약계층이 존재한다. 취약계층 문제에 관심을 갖고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선진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취약계층 지원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위기가정, 가정밖청소년, 자립준비청년 등 일명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이에 민간 차원의 노력이 중요하다. 이랜드재단·이랜드복지재단은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 발굴과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이랜드재단·이랜드복지재단과의 연중 기획을 통해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의 실태와 문제점,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 발굴과 지원을 위한 민간과 공공의 역할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참아름다운동행 나한희 대표
▲참아름다운동행 나한희 대표

서울 우이동 골목 깊숙한 곳, 사회의 그늘진 구석을 따뜻한 온기로 채워가는 비영리봉사단체 '참아름다운동행'이 있다. 이곳에서 매일 묵묵히 봉사의 삶을 실천하는 나한희 대표의 여정은 단순한 선행을 넘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봉사는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삶에 대해 배우는 과정입니다.“

나한희 대표의 이 한마디는 그가 걸어온 봉사의 길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나눔의 DNA
나한희 대표의 봉사 정신은 어머니로부터 시작됐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시골 초가집에서 자랐지만, 그의 어머니는 언제나 더 어려운 이웃을 먼저 돌보는 삶을 살았다.

"우리 가족 6명이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밤에 머물 곳 없는 장사꾼들에게 늘 잠자리를 내주셨어요. 물질적 나눔뿐 아니라 늘 긍정과 기쁨을 전하는 분이셨죠. 제가 살면서 어머니에게서 부정적인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항상 '잘한다, 잘한다' 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이 무조건적인 사랑과 나눔의 정신은 나한희 대표의 삶을 형성하는 근간이 되었다.

봉사의 시작, 그리고 '참아름다운동행'의 탄생
나한희 대표의 본격적인 봉사 활동은 약 20년 전, 무역 일을 그만두고 한국에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개인택시 운전을 하며 장애인 재활 작업장, 달동네 도시락 배달, 목욕 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참아름다운동행'은 그의 대학원 연구가 계기가 되어 탄생했다.

"독립운동가 이희영, 이시영 형제의 생애를 연구하면서 그분들이 재산과 명예를 모두 내려놓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제가 이 나라와 선조들에게 진 빚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봉사센터를 시작한 나한희 대표는 우연히 이시영 선생님의 손자와 손녀를 소개받아 6년간 돌봄을 제공하는 기적 같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시영 선생의 손자를 무연고자로 처리하는 대신 직접 장례를 치르고 호국원에 모셨다.

"이제야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기분이에요. 이런 인연은 제게 봉사를 계속할 수 있는 큰 힘이 됩니다.“

▲이시영 선생의 손자의 장례를 직접 치른 나한희 대표(왼쪽 두 번째)
▲이시영 선생의 손자의 장례를 직접 치른 나한희 대표(왼쪽 두 번째)

지역사회의 마지막 안전망이 되는 다양한 봉사활동
참아름다운동행은 도시락 배달, 국수 나눔, 병원 동행, 집수리, 장례식 지원, 다문화 아동 음악교육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90명 분량의 도시락을, 일요일에는 120명 분량의 국수를 정성껏 준비해 대접한다.

그가 활동하는 서울 우이동 일대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곳은 서울에서 차근차근 밀려나서 거의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에요. 지하 거주자, 독거노인, 장애인들이 밀집해 있는 열악한 환경이죠. 그래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 ‘참아름다운동행’ 봉사자들이 도시락 봉사를 준비하는 모습 / (아래) 매주 일요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국수를 대접하는 모습
▲(위) ‘참아름다운동행’ 봉사자들이 도시락 봉사를 준비하는 모습 / (아래) 매주 일요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국수를 대접하는 모습

특히 그가 가장 마음을 쓰는 활동 중 하나는 무연고자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일이다.

"저희가 돌보는 분들이 대부분 어르신이다 보니 무연고이거나 가족과 연이 끊긴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봉사자들과 함께 정성껏 장례를 치러드립니다. 지금까지 열 분 정도를 이렇게 배웅했어요. 아무도 찾지 않는 이름 없는 영혼들에게도 존엄한 마지막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지치지 않는 원동력, '기쁨'
매일 저녁 8시 반부터 새벽 2~3시까지 택시를 운행하고, 아침에는 봉사센터로 향하는 나한희 대표의 일상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가 7년간 휴가 한번 없이 지치지 않고 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제가 봉사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예요. 제가 오히려 어르신들을 섬기면서 삶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있고,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의 신앙은 직접적인 전도나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는 방식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형태로 표현된다.

"말로 전하기보다 그저 '이 사람은 뭔가 다르구나, 향기가 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봉사의 방식입니다.“

나한희 대표는 이러한 꾸준하고 진심 어린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로부터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랜드재단의 '히어로 포레스트'와 가족의 지지
쉼 없이 봉사활동에 매진해 온 나한희 대표에게 이랜드재단의 '히어로 포레스트' 프로그램은 특별한 선물이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강원도 속초로 3박 4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솔직히 가족들 모두가 제 봉사활동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히어로 포레스트'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자녀들이 '아버지가 이렇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계셨구나'라고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 같아요. 이랜드재단에서 세심하게 준비해 주신 편지와 선물, 식사 하나하나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이랜드재단의 '히어로 포레스트' 프로그램은 이처럼 지역사회의 숨은 영웅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지속 가능한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나한희 대표의 ‘히어로 포레스트’ 가족여행 사진
▲나한희 대표의 ‘히어로 포레스트’ 가족여행 사진

앞으로의 바람 - 진정한 공동체를 향해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오히려 자신의 역할이 필요 없는 세상을 바란다고 말한다.

“우리 같은 봉사센터가 없어도 되는 세상,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사회가 오길 바랍니다. 그게 제가 바라는 진짜 공동체예요.”

그의 말처럼 그의 봉사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이 온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사회일 것이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까지 나한희 대표와 같은 이들의 '참 아름다운 동행'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랜드재단의 '히어로 포레스트' 프로그램은 나한희 대표와 같은 지역사회의 숨은 영웅들이 지치지 않고 봉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가족과 함께하는 휴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헌신이 씨앗이 되어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희망이 자라나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가 더욱더 나은 사회, 따뜻한 사회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숨은 공로자를 추천해 주십시오. ‘히어로 포레스트’ 추천 이메일 elandfoundati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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