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엔젤스헤이븐 대표 “아동학대 뿌리뽑아 천사들 하모니 일궈낼 것"

전쟁고아 도우며 시작된 선한 발걸음…‘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열띤 논의
윤성렬 목사·존 조셉 타이스 선교사가 시작한 외국 원조 은평천사원이 모태
아동청소년 ·장애인·지역사회·국제 개발협력 등 나눔 영역 확대
'원조 하는 나라'로 우간다·베트남에 도움주는 국제 NGO로의 도약 구슬땀

  • 기사입력 2025.07.07 15:19
  • 최종수정 2025.07.07 20:32
  • 기자명 이영일 기자
▲조준호 엔젤스헤이븐 대표는 지역에 기반을 둔 아동학대 캠페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역아동센터가 할 일은 무엇일까,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지역의 교회는 어떤 일을 해줄 수 있고 또 기초단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강조한다. 엔젤스헤이븐 제공
▲조준호 엔젤스헤이븐 대표는 지역에 기반을 둔 아동학대 캠페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역아동센터가 할 일은 무엇일까,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지역의 교회는 어떤 일을 해줄 수 있고 또 기초단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강조한다. 엔젤스헤이븐 제공

“아빠의 외도로 시작된 부부싸움. 격한 말다툼 끝에 엄마는 부엌에서 칼을 꺼냈다. 언니는 급하게 어린 승연이를 품 안으로 숨겼지만 엄마가 스스로를 찌르고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온몸을 벌벌 떨고 있는 승연이에게로 엄마의 원망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너만 아니었어도!”

“어느 날 울린 아빠의 전화, 승연이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린 승연이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줄 몰랐고 무심코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다. 승연이는 그 날을 떠 올리며 엄마를 아프게 한 것이 자기라고 탓한다. 그 날, 내가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엄마에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위 사례는 아동 정서학대 실제 사례다. 2023년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25,739건중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85.9%인 22,106건이고 학대 장소도 82.9%인 21,336건이 가정이었다.

아동에게 부부싸움과 자해를 목격하게 하는 것도 심각한 정서학대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채 학대가 반복되고 또 학대피해 아동이 잠시 집을 떠났다가 대부분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이 이들이다.

▲지난 4일 서울 은평구 소재 서울시립 아동푸른센터에서 조준호 엔젤스헤이븐 대표와 활동가들이 모여 본지 인터뷰를 비롯 아동학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 엔젤스헤이븐 제공
▲지난 4일 서울 은평구 소재 서울시립 아동푸른센터에서 조준호 엔젤스헤이븐 대표와 활동가들이 모여 본지 인터뷰를 비롯 아동학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 엔젤스헤이븐 제공

전쟁고아 도우며 시작한 은평천사원, '엔젤스헤이븐'으로 국제NGO의 영역 확장

지난 4일 폭염으로 찌들어 땀이 줄줄 나는 열기 속에서도 그보다 더 뜨거운 이들이 서울 은평구 소재 서울시립 아동푸른센터에 모였다. 아동학대 근절 캠페인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조준호 엔젤스헤이븐 대표이사와 김효민 후원홍보실장, 박은주 서울시립 아동푸른센터장과 엔젤스헤이븐 관계자들이다.

엔젤스헤이븐은 1959년 초 윤성렬 목사(1885~1977)와 존 조셉 타이스 선교사(John Joseph Theis, Jr. 1930~2019가 전쟁고아를 돌보는 아동양육시설 은평천사원을 설립한 것이 모태다.

CCF(Christian Children‘s Fund), UMCOR(United Methodist Committee on Relief) 등 외국 원조를 받던 은평천사원은 1980년대 들어 아동·청소년 복지와 장애인 복지, 지역사회 복지, 국제 개발협력으로 나눔의 영역을 확대한다.

은평구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서울재활병원, 서부장애인 종합복지관, 은평대영학교, 서부재활체육센터, 은평재활원 등을 한번쯤은 다 들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왔다. 2012년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으로 그 명칭을 변경했다.

전쟁 고아를 도우면서 시작된 소외된 자들을 위한 나눔은 그 영역으로 넓혀가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아동∙청소년, 장애인, 노숙인 등)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실천의 발걸음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우간다, 베트남 등에 도움을 주는 국제 NGO로의 도약 발판이 됐다.

▲지역을 기반으로 시작해 그 영역을 확장해 가며 선한 손길을 내밀고 나아가 국제 무대에서 자신들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엔젤스헤이븐 사람들. 왼쪽부터 박은주 아동푸른센터장, 조준호 대표이사, 김효민 후원홍보실장. 엔젤스헤이븐 제공
▲지역을 기반으로 시작해 그 영역을 확장해 가며 선한 손길을 내밀고 나아가 국제 무대에서 자신들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엔젤스헤이븐 사람들. 왼쪽부터 박은주 아동푸른센터장, 조준호 대표이사, 김효민 후원홍보실장. 엔젤스헤이븐 제공

조준호 대표 “아동학대를 보는 문화와 생각 등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

이들이 최근 관심을 갖는 분야는 바로 아동학대다. 하지만 단순히 ‘아동학대를 막아야 한다’라는 막연한 고민에 머물지 않는다. 아동학대 예방과 함께 가정폭력으로 쉼터로 온 아이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이들 캠페인의 핵심이다.

엔젤스헤이븐의 중심엔 조준호 대표이사가 있다. 설립자인 고 윤성렬 목사가 외증조할아버지이고 조규환 회장이 아버지다. 대를 이어 은평에서 지역사회운동을 해 오던 그는 “기존의 학대 아동을 그 사회에서 보호하는 방식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조 대표이사는 “현재 아동 보호를 접하는 사람들은 학대 전담 경찰이 있고 공무원이 있고 아동보호 전문 기관이 있는데, 저는 아동 프론센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엔젤스헤이븐은 시립 아동푸른센터를 거점으로 위탁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조 대표이사는 “정서적 학대의 경우 애매한 지점이 많아 학대로 판정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 똑같은 정서적 학대를 당한다. 두세번 똑같은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 것을 보고, 결국 학대를 보는 문화나 생각 등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해 아동학대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대중 참여와 피부로 느끼는 진정성 있는 아동학대 캠페인 설계

조 대표이사는 지역에 기반을 둔 아동학대 캠페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조 대표이사는 “지역아동센터가 할 일은 무얼까,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지역의 교회는 어떤 일을 해줄 수 있고 또 구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조 대표이사는 지역을 기반으로 이런 활동들을 하는 것이 엔젤스헤이븐의 접근 방식이라고 소개한다. 가정에서의 학대에서부터 시작된 아이들이 그 다음 단계의 다양한 문제로 발전해 나가는 걸 막는 것이 핵심이다.

“칸막이가 쳐져 있는 행정적 서비스라든지 지원 체계들을 묶어서 아이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조 대표이사의 아동학대 예방 접근방식은 철저히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그리고 분절적이 아닌 종합적 대응 시스템으로 학대 발생 요인을 차단하자는 확고한 접근 방식이 느껴졌다. 거기에는 34개의 은평구의 아동청소년단체들이 지난 몇 년동안 함께 모여 고민하고 토론하고 함께 행동해 왔음이 존재했다. 그의 자신감에는 그런 자양분이 녹아 있었다.

“내 새끼들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내 새끼의 개념은 뭐냐면 지금 내 이웃의 아이가 내 아이라고 생각했을 때 생각이 바뀐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지만 해결책이 있다라는 것이 저희가 지금까지 봐왔던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학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 갈 수 있다라는 확신이다.”

고통받는 아동을 구하겠다는 신념, 대중과 함께 하려는 발걸음이 크게 빛나길

조 대표이사는 “다른 아동 관련 NGO들은 대부분 시설 지원 법인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저희는 시설 운영 법인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법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남다른 자부심도 높다. 5년 후 10년 후 복지를 먼저 만들어 내는 곳이라는 자부심도 그중 하나다”라고 강조한다.

“탈 시설을 얘기할 때 우리는 10년 전부터 해서 우리 모델이 만들어지고 정부가 하고 있는 사업에 많은 미래 모델은 저희가 실행해 본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조 대표이사는 아동청소년을 살리는 것은 그 지역의 역량에 따라 설계돼야 하고 그것이 선진국이라고 설명한다. 중앙정부가 법을 만들어서 시행한다고 문제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이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시작해 그 영역을 확장해 가며 선한 손길을 내밀고 나아가 국제 무대에서 자신들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엔젤스헤이븐 사람들.

엔젤스헤이븐인들의 결의에 찬 모습에서 이들의 활동을 더욱 커지고 빛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고통받는 아동을 구하겠다는 신념, 그리고 대중들과 함께 하려 한다는 이들의 발걸음이 크게 빛나길 기대해 본다.

▲엔젤스헤이븐의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홈페이지 화면. 엔젤스헤이븐 제공
▲엔젤스헤이븐의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홈페이지 화면. 엔젤스헤이븐 제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