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다는 것, 욕구 충족 아닌 시간 효율성 얻는 생명에너지 발원이지요"

무료급식으로 생명 존중 실천하는 사회복지원각 대표 원경스님
종교인이자 사회운동가…“노래하고 글쓰고 무예하는 나는 종합 예술인"
탑골공원 무료급식 10여년째…경실련 공동대표로 시민운동에도 앞장서

  • 기사입력 2025.07.19 07:25
  • 기자명 이영일 기자
▲17일 오후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원경스님을 만났다. 어떻게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는지 스님이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병폐와 개선해야 할 점등을 들어봤다. ⓒ 이영일
▲17일 오후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원경스님을 만났다. 어떻게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는지 스님이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병폐와 개선해야 할 점등을 들어봤다. ⓒ 이영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에 가면 매일 점심 무렵 긴 줄이 늘어서 있음을 본다. 무료급식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다. 하루에 300여명의 어려운 사람들이 찾는 이곳의 이름은 대한불교조계종 원각사(사회복지원각)무료급식소다.

이 무료급식의 중심에는 원경스님이 있다. 1983년에 출가한 원경 스님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 중앙승가대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고 지금은 경실련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산사음악회 원조, 생명에너지 나누다

지난 17일 오후 이곳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원경스님을 만났다. 어떻게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는지 스님이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병폐와 개선해야 할 점등을 들어봤다.

먼저 무료급식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했다.

"한국 불교의 삼보(佛·法·僧)중 승가(僧)를 상징하는 사찰인 승보종찰 송강사에서 처음 출가한 이후 심곡암에서 최초로 산사음악회를 시작했다. 산사음악회의 원조다. 그런 문화행사를 20년 가까이 하고 나니 너무 아름답고 고즈넉한 곳에서 혼자서만 호위호식 하는 것 같아 생명 에너지를 많은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써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원경스님 (오른쪽에서 2번째). ⓒ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원경스님 (오른쪽에서 2번째). ⓒ 사회복지원각

원경스님은 마침 그 즈음에 보리스님이라는 분이 운영하던 무료 급식이 중단된다는 말을 듣고 직접 현장에 나가 봤다고 한다. 그때가 2015년 4월이다.

당시 노인들이 100m 정도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보고 이 일을 이어받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이 무료급식은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지속됐다. 메르스·코로나19 사태에서도 도시락으로 대처해가며 급식을 이어갔다.

“오전 11시 반부터 12시 40분까지 메일 300여명의 노인들이 찾아온다.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아 다 드신 분이 나가면 또 들어오시고 그런식으로 순환해 식사를 하신다. 자원봉사와 기본 종사자(스탭)들이 그 일을 자원봉사로 담당한다. 스탭분들이 미리 조리해 놓고 다 준비해 놓으면 봉사자들이 11시 전에 와서 배식하고 급식하고 설거지하고 한다. 봉사단체도 34개에 이른다.”

존중하는 마음, 정갈한 밥, 그리고 '식구'

이렇게 무료급식을 하면서 원경스님은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경제 대국이 된 배경에는 지금 70대~90대 분들이 근간을 이뤘다. 그런데 다 잘 살면 좋지만 못 사는 분도 계시고 국가가 이를 담당해야 하는데 다 못하니까 우리 종교인이나 민간단체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비록 가난하다고 인격이 없는 것이 아니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식구가 되어 아주 정갈한 밥을 자존감이 상하지 않게 잘 준비해 드라는 것이 필요하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운영 모습. ⓒ 사회복지원각
▲원각사 무료급식소 운영 모습. ⓒ 사회복지원각

원경스님은 무료급식을 받으러 오는 분들이 다 얼굴을 가리고 모자를 쓰고 담벽에 숨다시피 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다 배우고 한때 잘 나가던 사람들도 많은데 사람의 운명은 기구해서 식구들한테 버림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며느리 눈치 보느라고 아침 일찍 나와서 3천원 5천원 받아 나오면 손자 뭐라도 사 가지고 가야 되고 밥은 여기서 먹고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

원경스님은 에피소드도 하나 소개했다.

“어느날 한 보살님이 오시더니 후원을 하고 봉사도 하시겠다고 했다. 어떻게 알고 여기를 오셨나 물으니 자기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나 거기 급식소에서 밥을 많이 얻어 먹었다. 너도 가서 봉사를 해 다오’라고 그러셨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찡했다.”

스님이 생각하는 '먹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동물적인 욕구 충족이 아니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에너지 충전이다. 시간을 규정짓고 또 그 시간을 생명력 있게 쓰기 위한 하나의 그 주유 같은 것이다. 주유를 통해서 자동차가 가듯 아침에 한 끼 먹고 아침이 가고 점심을 한 끼 먹고 오후가 가고 저녁을 한 끼 먹고 한 밤이 간다. 밥을 먹지 못하면 자기 방향성 설정이 안 된다. 그래서 먹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 밥을 주고 나누고 먹으면서 생명이 이렇게 가는 것이다.”

▲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원각사(3층)와 무료급식소 (1층). ⓒ 이영일
▲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원각사(3층)와 무료급식소 (1층). ⓒ 이영일

"윤리와 도덕 아래 사회 구축해야"

무료급식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많다. 내가 3번 이사를 해 여기 건물에 들어왔다. 무료급식은 환영을 못 받는다. 최근에는 유사단체가 생겨 바로 옆에서 무료 급식을 하는데 11시 반에 시작하면 한 12시쯤 끝나 버린다. 심지어 보리스님이 시작한 무료급식의 역사를 자기들의 역사로 포장하고 또 국가가 이를 용인하고 있어 개탄스럽다.”

주위를 살펴보니 원각사 무료급식소 옆에 거의 똑같은 이름의 무료 급식소 간판이 보였다. 그 옆에 현재 국가 소유의 땅이 있는데 이를 무상 임대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원봉사법에는 국가 재난이나 전쟁이나 이럴 때에 국가 땅을 임대할 수 있는데 이 땅을 민간에 무상 임대한 배경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종교인이면서 사회단체인으로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방향을 물었다.

“우리 사회는 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한 교육, 기술을 강화시키기 위한 교육, 성공을 강화시키기 위한 교육에만 치중한다. 하지만 인간 안에는 덕성이 있고 그 덕성이 사회에 더 많이 필요하다. 그 덕성을 키우는 데는 사람의 윤리 도덕이 기반이 된다. 사회 전반이 공감할 수 있는 윤리나 도덕의 기반하에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원경스님은 또 청소년 자살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청소년들을 전사로 내버리니까, 그게 자기가 감당이 안 되니까 그냥 죽음으로 자기를 던지는거다. 경쟁과 투쟁으로 내몰리고 거기에서 1등을 못하면 좌절된다. 인간을 도구화하고 내몰리는데 그래서 경제 대국은 될지 몰라도 그런 희생을 하면서까지 그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도구화돼서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내모는 식의 사회 분위기가 되면 안 된다.”

▲원경스님은 존중하는 마음으로 식구가 되어 아주 정갈한 밥을 자존감이 상하지 않게 잘 준비해 드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영일
▲원경스님은 존중하는 마음으로 식구가 되어 아주 정갈한 밥을 자존감이 상하지 않게 잘 준비해 드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영일

그렇다면 현 정국에 대해 원경스님은 어떤 얘기를 해줄까.

"기업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더 넓혀서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도 그렇다. 야당이라도 잘하면 칭찬해야 하고 여당이라도 잘못하면 질타해야 한다. 그런 정신이 있어야 정치가 발전하고 나라가 발전하는데 그 편들게 하는 정치는 틀려먹은 정치다. 여야 없이 바른 정의를 구현하려고 하는 것이 정신이 돼야 한다. 지난 정부는 밑도 끝도 없이 계엄을 해 국민의 삶을 완전히 도탄에 빠지게 했다. 그렇다고 당시에 야당이 무조건 잘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모든 걸 싸잡아서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520년만에 원각사 다시 세워 어려운 사람들 위해 봉사하겠다"

원경스님은 처음 무료급식이 시작된 종로 213-7번지의 건물을 지난해 2월 매입했다. 여기에 연산군이 520년전에 원각사를 폐찰해 원각사지만 남고 탑골공원이라고 불리는 이 터 옆에 원각사(圓覺寺)로 개원하겠다는 목표다. 이것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실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은 종교인인가 사회운동가인가?”라는 물음에 원경스님은 “나는 종합 예술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내 스스로 말하기는 좀 그런데 어떻게 보면 안 하는 게 없다. 노래를 하면 가수(찬불가수)고 글을 쓰면 시인이고 수필가다. 소림 무공도 하고...”

원경스님은 그동안 자신이 쓴 책들도 소개했다. 원경스님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마음도 이 종합예술이 가지는 사랑의 힘이 아닌가 싶었다.

▲원경스님이 그동안 자신이 쓴 책들에 대해 설명하고 소개했다. ⓒ 이영일
▲원경스님이 그동안 자신이 쓴 책들에 대해 설명하고 소개했다. ⓒ 이영일

원경스님은 NGO활동을 하는 분들을 향해 메시지도 보냈다.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동력을 일으키신 분들이 NGO 활동가다. 그런 정신은 어떻게 보면 종교적이고 철학적이고 또 박애정신같은 숭고한 정신이 다 담겨진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 보람과 의미를 가지고 더 꿋꿋하게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원경스님은 시민들을 향한 부탁도 잊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십시일반' 정신이 우리 모두에게 구현이 되면 이 세상은 소외된 사람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한달에 한번 아니 1년에 한번 정도나마 십시일반의 마음을 내면 이 세상은 비로소 외로운 사람이 사라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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