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 청소년지도자와의 대화...“청소년이 나의 사랑입니다”

[인터뷰] 광복 80주년 맞아 전국 청소년문화교류 캠프 준비하는 흥사단수탁시설협의회 임원들을 대구에서 만나다.

  • 기사입력 2025.07.23 15:04
  • 기자명 이영일 기자
▲(왼쪽부터) 정상영 서울시립화곡청소년센터 관장, 김진수 거창군월성청소년수련원 원장, 대구수성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도현지 동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곽보인 대구광역시일시청소년쉼터 관장. © 이영일
▲(왼쪽부터) 정상영 서울시립화곡청소년센터 관장, 김진수 거창군월성청소년수련원 원장, 대구수성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도현지 동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곽보인 대구광역시일시청소년쉼터 관장. © 이영일

지난 21일 월요일. 대구 동구청소년문화의집에 청소년지도자 5명이 모였다. 월요일은 청소년시설이 문을 열지 않는 날인데도 이들은 8월 초순에 예정된 전국 청소년교류캠프에 대해 열띤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들은 흥사단 소속의 청소년지도자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흥사단수탁시설협의회의 임원들. 권위정 대구 수성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곽보인 대구일시청소년쉼터 관장, 김진수 경남 거창군월성청소년수련원 원장, 도현지 동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정상영 서울 화곡청소년센터 관장이 한국NGO신문 '피플'코너에 소개하고자 하는 이번 주인공들이다.

흥사단은 191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독립운동단체다. 지금은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중 한 분야가 청소년운동이다. 흥사단수탁시설협의회는 이런 흥사단이 서울과 대구, 광주 등 9개 전국 지자체로부터 위탁운영하고 있는 22개 청소년센터가 모여 올 3월에 발족한 기구다.

흥사단의 역사는 112년이고 흥사단 청소년운동의 역사도 수십년째 접어들고 있다. 전국에 23개의 지부가 있고 해외에 12개 지부가 다양한 사회운동과 함께 청소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흥사단 영문이 'Young Korean Academy'인데 창립 초기부터 조국을 위한 젊은이들을 양성한다는 흥사단의 목적에 따른 자연스런 활동이다.

기자는 21일 이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로 향했다. 반갑게 맞이해 준 이들과 청소년지도자의 삶은 어떠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바라는 청소년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흥사단과의 인연을 통해 청소년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과 함께 걷는 청소년지도자들

▲ 권위정  대구 수성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 4월 바로 흥사단에 입사해 올해 흥사단과 인연을 맺은지 30년째다. © 이영일
▲ 권위정 대구 수성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 4월 바로 흥사단에 입사해 올해 흥사단과 인연을 맺은지 30년째다. © 이영일

수탁시설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권위정 수성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올해 53세인 권 관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 4월 바로 흥사단에 입사해 올해 흥사단과 인연을 맺은지 30년째다.

(권위정) "1990년대 중반 흥사단은 한국의 대표적 시민단체로 청소년, 사회교육, 통일운동 등 시민사회에서 활발한 역할을 하고 있을 때였지요. 재미있게 전공했던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직업으로 이어가면서 실현시킬 수 있는 매력이 흥사단에는 있었습니다. 사람을 대하고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성장하는 모습속에 내가 함께 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맞아요. 일이 재미있었어요. 아직도 난 재미있는 일이 좋아요. ㅎㅎㅎ"

권 관장은 몇 년의 육아기간을 제외한 직장 생활 대부분을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기관 단체에서 일을 했다. 목적을 가지고 우물을 팠다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일을 하다보니 이렇게 시간이 쌓여 버렸다고 말한다.

(권위정)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2년 대구지역 남녀 중학생 28명과 지도자 5명과 함께 함께 떠난 <청소년국제교류 캠프-한민족 진출지역 탐방(중국)>입니다. 총 7박 8일의 일정으로 중국 길림성 연변자치주 일대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와 북중 국경선, 백두산 도보 등산, 집안의 고구려 유적지를 답사하는 캠프였는데 캠프의 백미는 백두산을 도보 등산하고 천지에서 손을 씻고, 발을 담그며 감격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김진수 거창군월성청소년수련원 원장은 대학교 때 수어동아리 활동을 하며 청소년들에게 수어를 가르치는 청소년동아리 지도교사로 활동한 것이 청소년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 © 이영일
▲김진수 거창군월성청소년수련원 원장은 대학교 때 수어동아리 활동을 하며 청소년들에게 수어를 가르치는 청소년동아리 지도교사로 활동한 것이 청소년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 © 이영일

수탁시설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수 거창군월성청소년수련원 원장(46)은 대학생 때 수어동아리 활동을 하며 청소년들에게 수어를 가르치는 청소년동아리 지도교사로 활동한 것이 청소년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흥사단과의 인연도 역시 대학교때인데 흥사단이 위탁운영하는 경남청소년자원봉사센터(현재는 활동진흥센터)에 지도자 교육을 받으러 간 것이 인연이 됐다.

정상영 서울시립화곡청소년센터 관장(54)은 1998년 흥사단 평생교육실습을 하면서 서울흥사단에서 진행하던 청소년프로그램인 제7회 ‘나라사랑 국토순례’에 지원교사로 참여하면서 함께 했던 자원활동가 분들과의 인간관계를 통해 계속 활동하다 1999년 서울흥사단 간사 활동을 시작했다.

(정상영) "당시에 10년 계획으로 백두대간 구간종’를 시작했는데 최종 10년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유일한 지도자가 저였어요. 그리고 그 10년이란 시간에서 청소년 참가자였던 친구들이 참여교사가 되고 청소년지도사가 된 것이 가장 기쁘고 보람됩니다"

수탁시설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도현지 동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51)은 청소년 시절, 선생님들과 주변 어른들로부터 따뜻한 관심과 응원, 지지를 받으며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흔들릴 수 있었던 시기에 중심을 잡을 수 있었고 삶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도 그와 같은 무한한 지지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청소년지도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도현지) "저와 흥사단의 인연은 청소년지도사 실습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처음으로 흥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시설에서 실습을 하게 되었고 당시 만났던 흥사단 단우 선생님들과 간사님을 통해 청소년을 단순히 지도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적 시선’으로 성장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철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한명 한 명을 민주시민으로 존중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행동할 수 있도록 믿어주는 교육의 힘을 흥사단 실천 현장에서 배워 자연스럽게 단우가 되었습니다"

▲도현지 동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은 청소년 시기 선생님들과 주변 어른들로부터 따뜻한 관심과 응원, 지지를 받으며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도 그와 같은 무한한 지지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청소년지도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 이영일
▲도현지 동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은 청소년 시기 선생님들과 주변 어른들로부터 따뜻한 관심과 응원, 지지를 받으며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도 그와 같은 무한한 지지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청소년지도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 이영일

곽보인 대구일시청소년쉼터(고정형) 꿈마루 소장(53)은 10여년동안 사회복지 현장에서 다양한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왔고 특히 위기 청소년들과의 상담 및 개입 경험을 통해 이들이 겪는 복합적인 어려움과 그에 대한 사회적 개입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한다.

(곽보인) "학창시절 역사책 속에서 흥사단을 알게됐는데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할 때 독도수호 플레시몹 행사를 보면서 감동을 받아 5년전 흥사단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지금은 청소년쉼터 소장으로서 위기 및 가정 밖 청소년들의 건강한 보호와 자립 지원을 위해 모든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위기 및 가정 밖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해 우리 시민사회의 소중한 인적자원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감사할 듯 합니다"

흥사단 청소년지도자들이 말하는 우리나라 청소년정책은 방향은?

동구청소년문화의집에서 이야기 꽃을 피운 이들은 "수성구청소년문화의집도 소개해 드리겠다"며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들은 모두 흥사단 소속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청소년지도사라는 공통점도 있다. 청소년지도사(아래 청지사)는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청소년지도사 연수기관에서 실시하는 소정의 연수과정을 마친 후 국가(여성가족부장관)로부터 자격을 부여 받는 전문 자격인이다.

보통 사회복지사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있지만 청지사는 사회적 인지도가 낮은 편이고 처우도 열악한 편이다. 하지만 이들을 청소년 사랑의 한길로 견인하는 배경에는 지극한 청소년을 향한 사랑이 있다. 전국의 모든 청지사들이 마찬가지다.

▲흥사단수탁시설협의회 임원들이 8월 전국 청소년교류캠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영일
▲흥사단수탁시설협의회 임원들이 8월 전국 청소년교류캠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영일

이들은 우리나라 청소년정책에 대해서도 열정적 의견을 쏟아냈다.

(권위정) "제7차 청소년기본계획의 주요 골자가 디지털 역량강화와 청소년의 미래역량 강화에 맞춰져 있습니다. 수련활동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안전한 청소년활동 기반 마련이라는 정책과제로 청소년수련시설(자연권) 종합평가 및 ‘청소년활동 안전인식조사’ 실시, 수련시설 내 온 · 오프라인 응급처치 교육과정 운영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권위정 관장은 입시 중심 문화, 청소년과 보호자의 관심 부족, 청소년 현장에서의 부족한 지원과 인력 등으로 청소년 수련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권위정) "청소년 수련활동이 성장기의 전인적 발달(사회성, 정서, 진로, 자율성 등)을 돕는 소중한 기회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청소년수련활동이 활성화되고 청소년의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 연계해서 수련활동을 정규 교육과정이나 자유학기제 등과 통합 운영하고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통해 시설, 프로그램, 인력에 대한 확충이 필요합니다"

도현지 관장은 "청소년의 문화·활동 참여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국가의 투자 대상입니다. 그러나 지난 정부 시절 청소년활동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고 일부 사업은 ‘비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전면 재구성되었습니다. 이는 청소년의 성장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미루는 매우 우려스러운 흐름입니다"라고 지적한다.

(도현지) "청소년의 문화·활동 참여를 ‘보편적 권리’로 선언하고 국가가 예산을 책임지는 구조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활동시설의 프로그램 운영과 공간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국비 지원체계를 확대하고 지역 간 격차 없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청소년활동 환경(소도시, 농산어촌 지역 포함)이 구축되길 희망합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은 서로에 대해 몰랐던 내용도 알게 됐다며 웃음을 보였다. © 이영일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은 서로에 대해 몰랐던 내용도 알게 됐다며 웃음을 보였다. © 이영일

"저출산을 해결하고자 쏟아 붇는 예산의 절반만이라도 위기 및 가정밖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사용해 주면 좋겠습니다"

김진수 원장은 청소년지도사의 처우 개선이 필요함도 강조했다.

(김진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청소년정책은 청소년지도사에 대한 처우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이 있어야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하고 많은 정책, 제도들이 생겨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청소년지도사라는 영역이 보편적으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쉼터를 운영하는 곽보인 소장은 위기 및 가정 밖 청소년들을 건강하게 잘 성장 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곽보인) "저출산을 해결하고자 쏟아 붇는 예산의 절반만이라도 위기 및 가정밖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사용해 주면 좋겠습니다. 1등 지상주의의 뒷그늘에 위기 및 가정 밖 청소년들 이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시켜서 사회의 긍정적인 인적자원으로 자리매김할 때 시민사회의 발전, 나아가 국가의 발전의 초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상영 화곡청소년센터 관장은 "청소년의 전반적인 활동이 교육 쪽으로 몰려있는데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청소년예산을 활동, 보호, 복지로 구분한 올바른 청소년정책이 필요합니다"라며 예산의 확대를 강조했다.

▲동구청소년문화의집에서 이야기 꽃을 피운 이들은 "수성구청소년문화의집도 소개해 드리겠다"며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 나갔다. 기자도 함께 촬영에 임했다. © 수성구청소년문화의집
▲동구청소년문화의집에서 이야기 꽃을 피운 이들은 "수성구청소년문화의집도 소개해 드리겠다"며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 나갔다. 기자도 함께 촬영에 임했다. © 수성구청소년문화의집

광복 80주년 청소년 교류캠프 준비에 박차, 이들의 중심엔 도산 안창호가 있다.

이들은 오는 8월 11일부터 1박 2일간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하이서울유스호스텔과 강남구 소재 도산공원 등지에서 흥사단 수탁시설 청소년교류캠프인 ‘도산을 찾아서’를 개최한다. 흥사단 냄새가 물씬 나는 행사명이다.

전국의 흥사단 소속 청소년 120여명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는 매우 오랜만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들의 열정은 충만해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들의 청소년운동 배경엔 흥사단이 있고 그 중심엔 안창호 선생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여러가지다. 그러나 이 나라를 지탱해 갈 청소년을 바르게 인도하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 한길을 살아가는 삶은 매우 소중하다. 입시위주의 정책과 사회전반에 만연한 심각한 경쟁사회는 우리 청소년뿐 아니라 사회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 자살율 1위의 오명을 벗기 위한 이들 청소년지도자들의 활동과 삶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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