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스스로 '전승절'로 부르는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72주년을 하루 앞두고 성대한 기념행사를 예고했다. 매년 하는 행사지만 올해도 야단법석을 벌이고 있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하루 전인 26일 밤 9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경축 야회가 열리고 축포를 발사하며, 전국의 전쟁 노병들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열차와 기차를 타고 평양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전승절(戰勝節)의 의미는 전쟁에서 승리한 날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과연, 7월 27일은 북한이 6.25 전쟁에서 승리한 전쟁 기념일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역사가 이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은 6.25 전쟁의 정전을 위해 유엔군(총사령관 마크 클라크)과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 펑더화이 彭德懷)간에 정전(휴전)협정에 체결함으로 한반도에서 총성이 멈춘 날이다.
유엔군은 물론 북한과 중국.소련도 군사적으로는 더 이상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결과물인 것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결사 반대했으나 결국 정전 체결 당사자에서도 배제된 채 1953년 7월 27일 정전 협정이 체결된 것이다.
전쟁에서 누가 이기고 졌다는 승패를 가르는 기준은 전쟁을 일으킨 세력의 의도가 실현되었는가 아니면 좌절되었는가에 있다.
그런데도 1950년 6월 25일 새벽 미명에 남침한 북한이 결국에는 자기들의 적화야욕을 이루지 도 못하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상을 통해 북으로 물러나고서는, 미군과 이승만 정권에 맞서 나라(북한)를 수호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매년 이날이면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있어서 7월 27일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제의 거만한 코대(콧대)를 꺾어놓고 동방에 일어선 새 조선이 어떤 나라인가를 만천하에 시위한 혁명적 경사의 날이다”고 떠들고 있다. 북한은 정전 협정 조인식에서 유엔군사령관이 무조건항복을 선언해 미국이 세계 최초로 패전을 시인한 전쟁이라고 교과서와 각종 문헌에 기술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새빨간 거짓말이다. 휴전(정전)협정의 결과, 황해도 남부~경기도 일부를 북한이 가져가긴 했지만 반대로 자기들이 살던 강원도 쪽 일부(특히 곡창지대인 철원군 일대)는 남한에 뺏겼다는 것도 그 반증이다. 따라서 이날은 북한이 패배를 기록한 날이라고 해야 맞겠다. 마치 임진왜란의 경우에도 조선의 피해가 엄청났지만 결국 조선이 방어에 성공했고 일본이 물러갔기 때문에 조선의 승리인 것처럼 말이다.
또한 북한이 6.25 전쟁에서 자기들이 패배했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짓을 한 게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김일성과 같이 6.25 전쟁을 일으킨 주범인 박헌영을 사형에 처한 것이다. 북한의 주장처럼 전쟁에서 승리했는데 어째서 자기네들을 승리로 이끌어 준 전쟁영웅을 숙청할까?
그런데도 북한이 하지만 이들이 굳이 '승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본인들이 조국통일을 명분으로 전쟁을 벌였다가 미군에게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날로서 기념하면 부끄러우니까 이기지도 않은 전쟁 승리를 거짓 주장하는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행태는 엄연한 역사왜곡이다.
북한은 처음부터 이날을 요란스럽게 기념하지 않았다. 김일성이 체제 강화를 위해 1973년 휴전협정 20주년을 맞아 패전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호전성을 주입하기 위해이때부터 이 정전협정 체결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지정했고, 1996년에는 국가 명절인 '전승절'로 격상해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전승절 70주년이던 2023년에는 야간 열병식을 개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핵무력을 과시하기 까지 했다.
문제는 북한의 이런 ‘전승절’이란 주장을 대한민국의 많은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이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이라고 조심스럽게 보도하고 있으나 "북한이 오늘(26일) 밤, '전승절' 72주년을 맞아..."라며 7.27 정전 협정일이 마치 북한의 전승절인 것 처럼 여과장치나 우회적 설명없이 그냥 보도하는 매체들도 있어 안타깝다. 대표적으로 연합뉴스TV가 그렇고 TV조선이 그렇다.
언론 뿐 아니라 정치인, 학자들도 그렇고 우리 정부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고 못마땅하다. 우리 정부는 7월 27일을 정전협정 기념일로 삼아 주도적으로 활용하면 되는데 6월 25일만 떠들썩하게 기념하고 있다. 공습 당한 날을 기념하는 맞을까? 아니면 북한을 완전히 이기진 못했다 하더라도 포격과 총소리를 멈추게 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 더 맞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