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의 잇따른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지적한데 대해 과연 어떤 의미에서 ‘미필적 고의’라는 표현이 사용되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통령은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활동을 오래 한 법조전문가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 내린 표현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건설사가 근로자 사망을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방치하거나 조장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의 사전적인 의미는 자신의 어떤 행위로 인해 범죄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심리상태라고 돼있다. 즉 행위자가 범죄의 발생을 적극 유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행위가 어떤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사람을 죽일 생각은 전혀 없지만 내가 지금 과속을 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 과속으로 인해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는데"라며 운전을 한 끝에 결국 사망 사고를 내었다든지, “내가 파는 불량식품이 사람들이 죽을 정도는 아닌데 어쩌면 저항력이 약한 사람은 먹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도 계속 불량식품을 팔아 그 음식으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경우”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축약하면 ‘미필적 고의’는 사람이 가능한 결과를 알고 행동하기로 결정한 의도를 말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승객들을 챙기지 않고 다른 승무원들과 함께 배를 탈출해 구조돼 살아난 이준석 선장에게 적용된 죄목 역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준석 선장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15년 11월 12일부터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것은 실제 살인과 별 차이가 없는 중범죄라고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처벌은 살인죄에 준해 내려지는 것이 법조계의 관례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일련의 근로자 사망사고는 “과연 미필적 고의일까?”를 두고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 현장의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해 “포스코이앤씨라는 회사에서 어떻게 동일한 사업장에서 올해만 5명이 일하다 죽을 수 있습니까?” “특정한 곳에서 사고가 반복된 건 예상 가능한 것인데, 이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닙니까? '죽어도 할 수 없다' '죽어도 어쩔 수 없지' 이런 생각을 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로 참담합니다."
법률 전문가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미필적 고의’란 표현을 쓴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즉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은 ‘사고 방치’라고 할 수 있고, ‘근로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생산도구로 보고 죽어도 할 수 없지’라는 생각을 했다면 ‘인명 경시’로 '미필적 고의'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4월 12일 신안산선 광명 구간 현장에서 터널 붕괴사고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한 사고는 대표적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당시 터널 기둥이 균열 차원을 넘어서 심하게 파손돼있었다는 보고서와 사진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설마’ 하는 생각으로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당시 터널이 계속 내려앉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보강작업을 나섰던 것인데 기둥이 훼손돼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현장에 근로자를 투입했던 것이다. 이 공사는 처음부터 연약지반을 보강하는 단계부터 부실이 시작돼, 대형 참사가 예고돼 있었던 상황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사고원인 관련 조사를 하고 있지만, 9월까지 연기된 상황인데 국토부가 객관적인 결과를 내놓을 지 지켜봐야 할 사항이다.
이 공사를 놓고 보면, “터널 내의 기둥이 훼손돼 무너질 경우 근로자가 죽을 수 있지만 무너진다는 것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를 투입했는데 사고가 발생했네”라는 생각을 포스코이앤씨가 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 어제 4일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미얀마 국적의 30대 남성 근로자의 감전으로 인한 의식불명 사고 역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7월 28일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행한 다음날인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하게 질타를 하자,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전체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는데, 포스코이앤씨는 안전점검을 부실하게 한 채 국민과 대통령과 한 약속을 어기고 몰래 공사를 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이것 역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고를 당한 이 60대 근로자는 천공기 작업을 위해 이동식 크레인에 탑승하여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산업안전보건법 상 이동식 크레인에 탑승해 작업을 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어 명백한 규정 위반이며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의도는 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의 몇가지 사례만 살펴봤는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일어난 사고들이라고 할 수 있다.
터널이 무너지고 있는데 작업자를 투입한 신안산선 공사, 이동식 크레인에는 사람이 탈 수 없는 데도 태워서 작업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한 함양 고속도로 공사, 안전점건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았는데 전기점검하다가 의식불명 사고를 낸 광명 고속도로 공사, 며칠 상간으로 집중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데도 충분한 안전 점검이나 적절한 사고 예방없이 공사를 재개해 또 중대재해사고를 발생시킨 경영자의 ‘안전 아몰랑’ 의식이 문제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시고의 교훈을 계기로 ‘안전 아몰랑’ 현상이 사라지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